“사실이 기사를 만드는 힘”
[미디어오늘 2005-09-15 00:00]

[미디어오늘] “저는 이번 기획취재 과정에서 경찰이든 검찰이든 수사권 조정과 관련된 그 어느 쪽 인사에게서 밥 한끼 얻어먹은 사실이 없고 그 누구와도 개인적 친분이 없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대학시절 시위에 참가했다 경찰서에 끌려가서 구타당한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갖고 있지만 지금의 경찰은 달라졌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12년 기자 생활을 구차하게 해오지도 않았습니다.

타고나기가 낯부끄러운 짓 못하는 성질머리입니다.

하물며 유착이라니요?”

세계일보 조남규 기자가 지난 6일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 <검찰 사주 받고 기사 썼다고?>의 한 대목이다.

조 기자는 지난 5일 1면 머리기사 <경찰에 독자 수사권 부여, 당정 잠정 합의>에서 “여권이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와 관련, 경찰의 수사권을 독립시켜 주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에 따라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으로 확립된 검찰과 경찰의 상명하복 관계가 51년만에 제한적 상호협력 관계로 바뀌게 됐으며 경찰이 검찰과 함께 양대 수사기관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조 기자는 같은 날 3면에 <경, 51년만에 검 지휘 벗어나나> <“경찰파쇼가 검찰보다 세다” 54년 ‘검찰수사권’ 명문화> <‘수사권 싸움’ 국민은 안 보이나> 등에서 ‘사정체계 지각변동’ 첫 기획을 올렸다.

단독보도로 순항하던 이 기획의 문제는 이튿날 발생했다.

조 기자가 6일자 5면 기사 <‘수사권 독립’ 인권침해 폐해 우려/통제장칟감시체제 제도화 필요>에서 ‘경찰 수사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인권침해 가능성에 대한 학계·시민단체 주장’을 전한 게 문제가 된 것이다.

경찰 관계자들이 기사를 작성한 조 기자에게 항의를 하기 시작했는데, 이에 대한 조 기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5일 처음으로 보도한) 이 기사가 나가자 검찰은 우리당 내에 설치된 수사권 조정 정책기획단이 결론을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기사가 보도된 점과 관련, 경찰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물론 그러한 의혹은 근거 없는 것입니다.

팩트가 기사를 만드는 힘입니다.

그런데 6일자 본지에 시리즈 2회분이 나가자 좀체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경찰이라고 신분을 밝힌 이들이 제 기사를 비난하는 댓글을 띄우고 저에게 전화를 걸어 거세게 항의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점을 지적한 박스(기사)가 검찰 논리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검찰에 코가 꿰였다느니, 검찰의 사주를 받은 기사라느니 하는 등의 댓글을 남겼습니다.

첫날은 검찰 측에서 경찰 편향성 기사라고 문제를 삼더니 그 다음날은 경찰 측이 검찰의 사주를 받은 기사라고 매도하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된 것입니다.

”조 기자는 ‘유착의혹’ 등 쏟아지는 비난에도 아랑곳 않고 7일자 5면에 <“밀리면 끝장”…검·경 막판 로비 치열> 등의 기사를 보도했다.

그리고 이튿날 3면에 <현장메모-경찰 ‘수사주체’ 되려면…>을 올려 “귀에 거슬리는 대목이 있다 해서 아무런 근거도 없이 인신공격을 해대는 이들이, 수사권의 주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경찰의 일원은 아니라고 믿고 싶을 뿐”이라고 썼다.

조 기자는 개인블로그 뿐만 아니라 본지 지면에서도 ‘출입처와 유착된 기사를 쓴 적이 단 한번도 없다’며 이번 취재과정에서 느낀 소회를 당당히 밝혔다.

자신의 기사를 읽는 독자들에 대한 애프터서비스, 그리고 기사에 대한 자신감이 단독보도의 설득력을 뒷받침한 것이다.

조 기자는 기사 한 줄 쓰기가 더욱 어려워져만 가는 지금, 기자의 소임과 기사 작성 전후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이렇게 밝혔다.

“검찰 출입하면서 심하다 싶을 정도로 검찰을 비판했을 망정 단 한번도 유착된 기사를 쓴 적이 없습니다.

경찰서를 출입했다해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감시와 비판이 기자의 소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김종화 기자 sdpress@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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