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가 오는 2040년까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35%로 높이는 내용을 담은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기본)을 발표했다. 석탄과 원자력을 감축하고 재생에너지를 늘려나간다는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탈원전’ 정책의 타당성, 재생에너지 확대의 현실성, 전기요금 인상 문제 등이 주요 쟁점이다. 3차 에기본의 뼈대를 만든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조용성 원장을 만나 이런 논점들을 짚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세계일보 본사에서 진행됐다.

―문재인정부의 ‘탈석탄, 탈원전’ 정책이 논쟁의 초점이다.

“에너지 전환이라고 하면 ‘탈석탄·탈원전’으로만 이해하는데, 그건 에너지 전환의 일부인 공급 부문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 중 전기에너지는 25% 정도다. 75%는 열과 수송 에너지다. 이걸 간과한 채 전기 에너지 쟁점에 힘을 소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발도상국이든 선진국이든 화석에너지 비율은 80% 정도다. 화석연료 의존도가 80%나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수송 연료가 있기 때문이다. 가솔린차와 디젤차, LPG차, 하이브리드차도 결국 화석연료를 사용한다. 석탄발전만 줄인다고 화석연료 사용이 줄어들지 않는다. 열과 수송 연료도 대폭 바뀌어야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 의존도가 낮아진다. 탈원전, 재생에너지 갈등에 매몰된 채 열·수송 에너지 문제는 간과하고 있다. 에너지 소비나 에너지 시스템에 대한 얘기도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 에너지는 산업이든 민간이든 촉각을 곤두세우는 주제다. 석탄, 원자력 발전을 줄이면 전기 요금이 인상되지 않나.

“전기 요금은 ‘인상’이 아니라 ‘현실화’로 표현하고 싶다.”

―현행 전기 요금이 너무 낮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석탄발전이나 원전의 가동률을 낮추고 상대적으로 비용이 높은 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면 전기요금이 인상된다는 말은 일정 부분 맞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최근 몇 십년 동안 전기요금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해 왔다. 경제가 두자릿 수 성장을 할 때는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게 맞았다. 지금 우리 경제는 저성장 시대로 진입했다. 전기요금을 계속 낮게 유지하는 것이 미래에도 지속가능하느냐는 질문을 던질 때가 됐다. 한국전력 김종갑 사장이 얘기했듯이 ‘콩(발전 원료)보다 두부(전기) 값이 싼 상황’에서 그 차액을 한국전력이 적자로 떠안고 가는 게 지속가능하냐는 것이다. 지속가능하지 않다. 낮게 책정된 전기요금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석탄발전·원전 대신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데 따른 에너지 전환 비용은 그다음에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전기요금 현실화와 에너지 전환 문제가 뒤섞여버린 채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조용성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이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문재인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제원 기자

―원전 감축 안 해도 전기요금 현실화 문제는 별개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에너지 전환이 정치적 이슈로 부상하면서 전기요금 현실화 문제는 입도 뻥끗 못하게 돼 버렸다.”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소비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수용성의 문제다. 많은 사람들이 전기요금을 전기세(稅)로 인식하고 있다. 전기요금이라 쓰고 전기세로 읽는다. 전기세는 공공재로 정부가 공급해줘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다. 그런데 이제 물도 공기도 더 이상 공짜 아니다. 비싼 생수 사서 먹고 공기청정기 돌리며 사는 시대다. 전기요금도 생산 원가보다는 높은 가격을 부담해야 한다. 소비자들도 밀양 송전탑 갈등처럼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전기요금 인상의 명분은 이해한다. 그런데 왜 굳이 급격하게 에너지 전환 정책을 펴서 국민의 부담을 늘리느냐는 반론이 나온다.

“에너지 전환 때문에 전기요금 상승 부분이 얼마나 되는지 구체적으로 계산은 안 해봤지만 두부가 콩보다 싼 현재의 상황은 바꿔야 한다. 최소한 그것부터 먼저 하고 에너지 전환에 의한 추가 상승 부분을 따져야 한다. 원전 가동률 높일수록 저렴한 전기 공급은 가능하다. 하지만 이 명제에는 원전 안전성에 대한 고려가 빠져있다. 신고리 5, 6호기에 가봤다.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안전 장치 3중 4중으로 해놨다고 강조했다. 안전을 강화할수록 비용은 높아진다. 지금은 그 비용이 전기요금에 반영되지 않는 구조다. 이뿐만이 아니다. 원전 짓고 원전 폐기물 처리하는 데 따르는 사회 갈등 비용, 추가 연료구입 비용 등이 원전 가격 시스템에 반영돼야 한다.”

―그러면 차라리 원전 가격 시스템을 먼저 만들고 발전원별 비용을 따져보고 에너지 전환을 추진했어야 하지 않았나.

“그 부분은 공감한다. 그런데 탈원전은 대선 공약사항이다. 공약을 내놓고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약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 부분을 정책화한 것이다. 과거에는 에너지 정책에서 ‘안정’과 ‘성장’이 중요했지만 현 정부는 ‘환경’과 ‘안전’ 이슈를 추가했다. ”

―여권 내에서도 탈석탄과 탈원전을 동시에 추진한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원전은 앞으로도 계속 유지되다가 줄어든다. 신고리 5, 6호기가 건설돼서 가동을 시작하면 전력 수요·공급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지금도 전력예비율이 10% 이상이다. 전력 사용량이 늘어나는 여름과 겨울에는 전력예비율이 줄어들긴 하지만 신고리 5, 6호기가 가동되는 시점부터 보면 원전 전력량이 늘어난다. 지금부터 5년까지는 전력수급에 문제는 없다. 그런데도 신한울 3, 4호기 공사를 재개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전력수급 문제라기보다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공방의 측면이 강하다.”

―현행법상 신한울 3, 4호기 건설 허가는 취소하기 어렵다. 정치 환경이 변하면 건설 재개 쪽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데올로기라는 안경을 쓰고 에너지 문제를 바라보니까 상대의 약점과 자기의 장점만 본다. 여러 가지 면을 같이 놓고 보는 게 필요하다. 원자력 업계에 대해 아쉬운 게 하나 있다. 중국이나 인도 같은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에 비해 원전 투자를 많이 한다. 반면 선진국은 원전보다 재생에너지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원전 찬성론자들이 원전은 저렴하고 싸다는 얘기만 하기보다는 원전의 안전을 강화할 필요가 있고 그렇기 때문에 비용도 올라갈 것이라는 점을 같이 얘기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원전산업은 건설만 있는 게 아니다. 해체도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 고준위 방사능 폐기물 문제도 있다. 월성 2, 3, 4호기는 각각 2025, 2026, 2027년에 수명이 다한다. 여기서 나오는 고준위 폐기물을 쌓아두고 있는데 2021년 11월이면 포화 상태가 된다. 길어야 2022년이다. 역산으로 하면 원전 폐기물 처리장 건설 기간 1년 빼고 내년까지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원자력 업계든 어디든 이 문제의 공론화를 꺼리고 있다.”

 

―어떤 에너지 전환을 구상하고 있나.

 

“공급 측면의 에너지 전환 정책은 1980년대 후반에 한 번 있었다. 석탄산업 합리화 조치다.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정부가 석탄과 연탄 사용 규제에 나서고 청정연료 사용을 의무화했다. 그 일환으로 도시가스 공급이 시작됐다. 소비자 입장에서 획기적 에너지 전환이 이뤄졌다. 공급자 입장에서 보면 석탄 산업 중심지인 태백 경제가 무너졌다. 이걸 살리려고 들어간 게 카지노다. 엄청난 진통을 겪었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 30년 뒤는 에너지 환경이 어떻게 변해있을지 정확히 예견할 수 없다. 그렇지만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에너지를 미래 세대에 넘겨주자는 방향은 절대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 방향으로 굴러가는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한다. 공급 중심에서 소비와 전체 시장, 시스템이 바뀌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정리=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대담=조남규 산업부장

 

조용성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은…

●서울(1964년) ●중대부고 ●고려대 농업경제학과 학·석사 ●미국 미네소타대 응용경제학 박사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환경부 중앙환경정책위원회 위원 ●서울에너지공사 에너지연구소장 ●녹색성장위원회 위원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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