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8시20분 대한항공 추락사건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괌 퍼시픽스타호텔 차모로 볼룸.희생자 유족들 사이로 칼 구티에레스 괌 주지사(56)가 들어섰다. 그가 구조작업과 시체발굴 현황을 설명한 뒤 『가톨릭 신자로서 모두를 위해 기도하겠다. 서로 위로하며 고통을 이기자』고 말하자 곳곳에서 흐느낌이 터져나왔다. 그의 눈도 충혈됐다.

그는 사고직후 맨 먼저 현장에 도착했다. 6일 오전 2시쯤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손전등을 들고 수풀을 헤치며 현장을 찾아갔다. 그와 동행한 사람은 비서 2명과 경찰관 1명이었다. 그는 폭파위험을 경고하며 만류하는 수행비서의 충고를 뒤로 한채 화염에 휩싸인 기체에 다가가 한국계인 마쓰다 리카양(11)등 4명을 구했다. 군부대의 구조반이 도착할 때까지 구조작업을 벌인 후 파김치가 됐지만 병원방문,군부대 및 연방정부와의 공조체제 구축,보도진 사고현장 방문 안내,브리핑 등으로 밤늦도록 뛰어 다녔다. TV를 통해 교민 피해자 유족들을 위로하고 부하들에게 조속한 사고수습을 독려했다.

한인회 홍승일(50) 부회장은 『지난 해 연말 교민들이 자체방범순찰대를 조직했을 때 주지사는 흔쾌히 경찰차에 동승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우리 교민들에게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아가냐 태생으로 72년 괌의회 상원의원으로 뽑힌 이후 내리 8번 당선된 뒤 95년 주지사로 선출된 그는 낙후지역 주민 의료서비스 지원을 목적으로 한 비영리재단 「남을 돕는 사람들」까지 운영하고 있다. 공직자의 바른 자세가 무엇인지를 새삼 일깨워준 그를 보면서 대형사고만 터지면 수행원을 잔뜩 거느리고 나와 브리핑을 받는 한국의 「높은 분」들 모습이 떠올랐다.  괌=조남규 기자  1997년8월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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