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에너지 전환’ 기조를 반영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안(에기본)이 오는 19일쯤 공개될 것이라고 한다. 에기본은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에 따라 20년을 계획기간으로 5년마다 수립하는 에너지 로드맵이다. 3차 에기본 발표는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기조가 만들어낸 수많은 논쟁 거리를 정리하느라 당초 일정보다 지체됐다.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이다.

우리보다 앞서 에너지 전환을 시도한 국가는 일본이다. 2011년 3월 후쿠시마원전 사고로 원전의 안전성 문제가 불거진 데 따른 것이었다. 일본은 사고 이후 원전 54기를 모두 정지시키고 액화천연가스(LNG)를 사용하는 화력발전을 크게 늘렸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도 높아졌다.(2016년 기준 15.9%) 단위 전력당 생산비용이 높은 재생에너지를 더 사용하려면 누군가는 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재정 부담을 감수했고 국민은 전기료 인상을 수용했다.

문재인정부의 에너지 전환도 일본과 유사한 경로를 밟고 있다. 석탄과 원자력 발전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높여나가는 방향이다. 현재 정부는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을 놓고 막바지 검토 작업을 하고 있다. 신기후체제(파리협정)를 맞아 이제 온실가스의 주범인 화석연료 감축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이 됐다. 문제는 속도다.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7.0%(2016년)에 그쳤다. 이번에 그 비중이 30%로 확정된다고 해도 지금보다 4배가량 높여야 하는데, 이 목표가 현실적으로 타당한 것인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정부가 ‘탈원전’ 기조에 발목이 잡혀서 재생에너지 목표를 과도하게 높인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구심도 해소시켜야 한다.

 앞서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재생에너지는 석탄이나 원자력보다 비싼 에너지다. 일본은 재생에너지 부담을 전기료에 반영했지만 우리는 그동안 전기료 인상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다보니 현행 전기요금 체계는 소매가격(전기요금)이 도매가격(전력구매단가)을 반영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오죽했으면 김종갑 한전 사장이 “콩(발전 원료)이 두부(전기)보다 비싸다”고 했을까. 에너지 전환의 이상적인 형태는 석탄과 원자력 발전 감축분만큼 수요를 줄여 관리하는 방식이겠지만, 수십년 동안 굳어진 전력소비 관행을 바꾸는 일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전기요금 체계 개편 등 여러 수단을 강구해야 하겠지만 재생에너지가 예상대로 늘어나지 않는다면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원전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인 2014년 원전 재가동에 나선 것은 산업계 요구도 있었지만 재생에너지 부담이 감당하기 힘든 임계점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당분간 원전이 늘어나는 우리는 일본보다는 여유가 있다. 에너지 전환 정책의 타당성을 검증할 만한 시간이 있는 것이다. 그간 ‘전력’에 집중됐던 에너지 담론도 석유와 천연가스, 석탄 등 전통적인 화석에너지로까지 확장해야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체 에너지 중 화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육박한다. 석유만 해도 내연기관 수송에 필수적이고 국내에서 정제된 석유와 석유화학 제품은 반도체에 버금가는 수출품목이다. 천연가스는 도시가스로 사용될 뿐 아니라 석탄발전을 줄여나가는 과정에서 대체재 역할을 상당 기간 담당해야 한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석탄도 아직은 무시 못할 에너지원으로 나름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 정부는 이들 화석연료 산업 부문의 발전 방안도 3차 에기본에 담아야 한다.

 에너지 정책은 항공모함과 같아서 한번 정하면 방향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일단 방향이 정해지면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유연하고 개방적인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일본 경제산업성 자원에너지청은 에너지 정책에 임하는 자세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에너지 정책에 종착점은 없다. 앞으로도 시대의 요청에 응해 그 시점에서 최선이라고 할 수 있는 형태를 모색하면서 보다 안전하고 지구 환경에도 좋은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해나가는 목표로 나아갈 것이다.” 우리의 에너지 정책도 그런 기조에서 추진되길 기대한다.

조남규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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