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취재담당 부국장 시절 기획한 시리즈물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는 이른바 ‘뉴노멀 2.0’으로 명명되는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인류는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우리는 코로나 사태에 미리 대비하지 못했지만 코로나 이후의 시대는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그런 국가와 국민이 코로나 이후 시대를 선도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격발한 변화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부문, 삶의 방식과 관행, 생각하는 방식, 인간관계 등 전방위로 나타나고 있다. 비대면, 디지털화, 원격화, 가상화가 진전되면서 정부와 민간 모두 탈중앙화·분권화 흐름이 빨라진다. 변화를 제대로 읽고 이런 변화를 선제적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코로나 이후’ 시대를 열어가야 하는 우리 모두의 과제다.

무엇보다 공생·공존을 위한 틀을 새로 짜야 한다. 코로나 와중에 인류는 각자도생할 수 없다는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긴밀히 연결된 세계 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 손잡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어렵다는 사실을 값비싼 희생을 치르고서야 알게 됐다.

산업 현장에 몰아친 변화의 파고는 산업 구조와 체질 자체를 바꾸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과 함께 다가온 언택트·디지털화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우리 일상에 더 깊숙이 자리 잡았다. 물건과 서비스를 사고파는 상거래뿐 아니라 직장, 학교, 의료 생활 등 일상 전체에 확산했다. 기업들의 재택근무는 어느새 자연스러워졌고 교사와 학생들도 원격수업에 익숙해졌다. 특히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업종과 그렇지 않은 전통 제조업종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일상과 재택근무 등 겪어보지 않았던 것들을 경험하고 있다”며 “주력산업이 코로나19의 악영향에 흔들리고 (노동시장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정된 일자리가 급격하게 줄면서 청년은 암담한 취업 절벽 앞에서 절규하고 있다.코로나19 방역조치에 장기간 영업을 못 하고 손님마저 뚝 끊겨버린 자영업자들은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정부의 전염병 대처 과정에서 개인의 자유권이 과도하게 침해당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지도 큰 숙제가 됐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개인 정보의 활용과 보호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닥쳐올 또 다른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에 대비해 공공의료 체계를 강화하는 것도 시급해졌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공공의료가 약한 현실에서 재난 시, 의사 파업 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봤다”며 “공공의료는 의료 시장 질서를 제시하고, 안전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는 “재난은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다”며 “불평등이 커지면 결과적으로 경제와 복지가 어려워지고 사회의 지속가능성이 떨어지는 만큼 정부 재정 확대 필요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경·이종민·유지혜·권구성 기자 ljin@segye.com

우리 사회 풀어야 할 과제
확진자 자택서 대기 중 사망 속출
메르스 교훈에도 공공병상 태부족

국가 방역·개인 자유권 충돌 논란
허용 한계 등 사회적 합의 있어야

원격수업에 따른 교육 격차 심화
절대적 학습시간 확대 고민 필요

산업 현장 구조조정 전면화 될 듯
실효성 있는 일자리 대책 내놔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그야말로 미증유의 재난이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도 깊은 상처와 후유증에 신음하고 있다. 충분히 대비할 시간도, 대응할 방법도 없는 상황에서 닥친 코로나19는 사람들의 인식과 일상, 사회 작동 방식마저 바꿔버렸다.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고 이후 시대를 살아가야 할 우리 사회에 던져진 과제가 숱한 이유이다.

◆어떤 감염병에도 대응 가능한 공공의료체계 확충 시급

코로나19에 우리는 ‘K방역’으로 맞섰다. 광범위한 진단검사와 역학조사를 통한 신속한 접촉자 조사 및 차단이 K방역의 핵심이었다. 여기에 국민의 자발적 거리두기 실천이 더해지면서 K방역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드러난 취약한 의료시스템의 민낯은 보기 민망했다. 1∼3차 유행 과정에서 하루 수백명에서 많게는 1000명 넘게 확진자가 발생할 때마다 전담 치료병상 확보에 비상이 걸렸고, 병원 배정을 받지 못해 자택에서 대기 중 사망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이는 국가에서 동원할 공공병상이 부족했던 탓이 크다. 2017년 기준 인구 1000명당 공공의료기관 병상 수는 1.3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병상 대부분이 민간에 집중된 탓에 동원할 수 있는 공공병상이 다 동원된 뒤 추가 병상을 구하는 데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그동안 공공의료 확충 요구가 지속됐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에도 공공의료 확충이 추진됐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아 코로나19 대응에 다시 위기를 맞았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정부는 지난해 12월, 2025년까지 공공병상을 5000개 추가로 확보하는 내용의 ‘공공의료체계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시장에 의존할 경우 의료 서비스 공급이 안 되는 지역들이 있다”며 “이들 의료취약지는 공공에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정책과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며 “효율성의 논리만으로 돈을 쓰지 않으면 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의 전진한 정책국장은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서는 양적으로 늘리는 것이 기본”이라며 “공공의료기관 숫자가 적고, 현재 있는 기관도 규모가 작다 보니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단 감염병 대응만을 위해 공공병원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의료기관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비급여 진료 확대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고, 신약 개발을 뒷받침할 의료기관 인프라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김정회 건강보험연구원 연구조정협력센터장은 “공공의료는 표준화된 비용으로 진료를 제공할 수 있다. 불필요한 비급여 감소로 의료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지역사회-보건소-지방의료원-국립대학병원과 같은 의료전달체계 구축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사생활 침해와 가짜뉴스 범람, 교육격차 심화 해법도 모색해야

국가가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을 최우선하면서 개인 정보와 동선 등이 무차별 수집되거나 종교나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막는 조치 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국가의 방역권과 헌법상 개인의 자유권이 충돌할 때 어디까지 허용하고 제한해야 하는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개인정보 문제와 관련해 “현재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란 근거에 따라 정부가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일부 공개하고 있다”며 “법을 근거로 하기 때문에 위법성을 따질 수는 없지만, 과도하게 정보를 수집한다는 논란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개인정보 수집 범위를 조절했지만 그만큼 확진자 추적의 정확도가 떨어지기도 했다”며 “감염병 대응과 함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는 미디어의 문제점도 노출시켰다. 온라인 속보 경쟁에서 자유롭지 않은 신문·방송 등 전통 매체는 물론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실과 다르거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사실 보도인 양 범람하면서 근거 없는 공포와 불안감을 확산하기도 했다. 한동섭 한양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는 “어떤 것이 가짜뉴스인지 확인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불리는 전통 언론사와 기자들이라도 사실관계 확인에 철저해야 한다”며 “취재원 등 정보의 출처가 믿을 만한지도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어려서부터 각종 미디어를 통해 쏟아지는 정보와 뉴스의 사실 여부를 분별하고 확인토록 하는 ‘미디어 리터러시(문해력)’ 교육의 필요성도 강조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원격수업이 일반화하면서 부모의 경제력과 관심도 차이 등에 따른 교육 격차가 더 심화된 것은 교육 부문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대응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첨단 ICT(정보통신기술)를 기반으로 한 원격교육의 강점을 강조했지만 수업의 질 하락과 사교육 의존도 심화, 계층 간 교육 격차 확대 문제에는 사실상 속수무책이었다.

홍후조 고려대 교수(교육학)는 “가장 두드러지는 게 집중력이 부족해 원격교육에 취약한 중위권 이하 학생의 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 교육당국은 수업일수나 수업시수를 연장해 절대적인 학생 학습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교육부나 EBS,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보유한 양질의 콘텐츠를 등교 전과 하교 후 일정 시간대를 활용해 제공하면 원격교육의 학습 효율 문제를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근로 취약계층 구제 방안 찾아야… 생태적 환경 중시하는 산업구조 조성도

코로나19 사태로 산업구조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노동시장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많은 국민이 취업난과 안정적인 일자리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재난 상황으로 인해 고용보험 사각지대가 극명하게 드러나면서 정부가 전 국민 고용보험 로드맵 마련에 나선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올해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산업 등의 구조조정 문제가 전면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로 고용 위기가 매우 심각해진 만큼 정부가 실효성 있는 일자리 대책을 시급하게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정부의 복지지출도 크게 늘었다. 특히 재난지원금이 3차에 걸쳐 지급되며 복지재원의 규모와 분배 방식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는 “국채를 더 발행하더라도 경제와 복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재정을 확대해야 한다”며 “다만, 국채는 언젠가 갚아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취약계층을 비롯해 소비 진작, 재분배 효과가 큰 선별적인 형태로 지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적 환경 조성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산업구조도 이에 맞춰 전환돼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인하대 녹색금융금융특성화대학원의 김종대 교수는 “코로나19로 촉발된 생명의 위기가 결국 환경, 기후변화, 생태계 등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깨닫고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현상은 매우 의미 있다”며 “소비자와 투자자들이 ESG(환경보호·사회적 책임·윤리경영) 기준으로 기업을 평가하고 투자·소비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 기업들이 움직이고 사회가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진경·김승환·권구성·이정우·김희원·이복진 기자 ljin@segye.com

세계적 석학 조지프 나이 교수 전망
韓, 민주적 시스템으로 코로나 대응 입증
中은 美와 ‘협력적 경쟁관계’ 설정할 듯

전세계 대량실업 우려… 보호주의 득세
수입관세 강화 등 무역 충돌 가능성 고조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방역 성공은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모델이 됐습니다. 한국은 중국과 같은 전면적인 통제 방식이 아닌 민주적인 시스템으로 코로나19 문제에 대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습니다. 한국은 코로나19 대유행 사태에 대응하는 데 독재 방식이냐, 민주주의 방식이냐의 논쟁을 넘어 거버넌스의 질이 관건이라는 점을 보여주었어요. 그렇지만, 미국이나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이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중국도 독재주의 방식으로 이 사태를 극복한 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국가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주도의 세계 자유 질서 체제가 붕괴하고, 중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세계 질서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중국은 앞으로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많은 시장주의 경제 체제의 약점을 악용해 국제 경제 질서도 조종하려 들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 때문에 신냉전 시대가 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 반대로 국가 간 경제적·생태학적 상호 의존도가 크게 올라갈 것이고, 바로 이런 이유로 국가 간 정책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입니다.”

미국의 세계적인 국제관계 분야 석학인 조지프 나이(Joseph S. Nye Jr.)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석좌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진단을 위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나이 교수는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2011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글로벌 사상가’ 1위로 선정됐었다. 그는 국제정치에서 군사력, 경제력 같은 물리적·경합적 힘을 지칭하는 ‘하드 파워’에 대응하는 권력 개념으로 문화적·정신적 가치, 대외정책의 무형 자원을 뜻하는 ‘소프트 파워’ 이론을 정립했다. 나이 교수는 또 국가권력의 시장 개입을 비판하고 시장의 기능과 민간의 자유로운 활동을 중시하는 이론인 ‘신자유주의’(neoliberalism) 이론을 정립한 국제 정치학계의 현존하는 최고 석학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이후 세계에 나타날 가장 의미 있는 변화는.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를 한마디로 말할 수는 없다. 코로나19 이후의 지정학적인 변화 측면에서만 봐도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만, 2030년 정도의 세계를 생각해 보면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가 구축돼 있을 것이다. 중국은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했고, 미국 등 서구 국가들과 경제 회복 측면에서 커다란 격차를 두고 앞서가고 있다. 중국 경제는 성장하고, 미국 경제는 쇠퇴하고 있어 2025년을 전후해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경제대국이 될 것이다. 중국의 영향력이 향상됨에 따라 중국이 다른 나라에 존경과 복종을 강요하는 것은 놀랄 일도 아니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대상국은 인접국뿐 아니라 유럽과 남미 국가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어느 나라든 중국에 반기를 들면 중국의 경제 지원과 투자를 받을 수 없고, 세계 1위의 수출 시장을 놓치게 된다. 코로나19 이후에 중국과는 정반대로 미국과 유럽 등 서구 국가들의 경제는 갈수록 쇠퇴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 정부와 중국 기업이 국제기구를 재편할 것이고, 중국의 입맛대로 국제적 기준을 설정할 것이다.”

-그렇다면 ‘쇠퇴하는 미국’과 ‘부상하는 중국’ 사이에서 한국의 선택은.

“나는 미국과 중국이 반드시 대결의 길로 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미·중 양국의 상호 의존성으로 인해 두 나라는 ‘협력적 경쟁’(cooperative rivalry) 관계가 될 것으로 본다. 미국과 중국은 모두 전환기적 도전에 직면해 있고, 서로 상대국의 도움 없이는 이 도전을 헤쳐갈 수 없다. 기후변화 대응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한국은 미·중 관계의 변화에 맞춰 무엇보다 다른 나라와 긴밀한 협력 체제 속에서 대외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 출범한 조 바이든 새 행정부의 한·미 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비교할 때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등 미국의 우방국과 동맹 관계를 보다 중시할 것이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람에 치중하는’(personalistic) 접근 방식을 취했으나 바이든 대통령 정부에서는 그런 경향이 줄어들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북한과의 협상에 나설 것이나 그에 앞서 한국과 보다 긴밀하게 사전 협의를 할 것이다.”

-코로나19가 북한의 미래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북한이 코로나19 여파로 과거보다 더 심각한 경제난을 겪을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월5일 당 대회에서 국가 경제 발전 5개년 계획 기간이 2020년 말에 끝났지만, 당초 내세웠던 목표를 거의 모든 부문에서 달성하지 못했다고 자인한 연설만 봐도 북한이 처한 경제난의 현실을 짐작할 수 있다. 코로나19는 북한에 이중의 경제 제재로 작용하고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와중에 코로나19에 따른 고립 심화로 경제 정책 실패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사진=하상윤 기자

-일본군 위안부 배상 문제 등으로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는데 코로나19 이후 한·일 관계는.

“한국과 일본은 이제 과거사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한·일 양국이 공통으로 직면한 미래의 도전에 대응하려면 과거사를 뒤로한 채 새로운 협력 체제를 시급히 모색해야 한다. 한·일 양국이 공동의 안보 위협과 코로나19 확산 사태 극복 및 기후변화 문제 등에 함께 대응해 나가야 한다.”

-코로나19가 몰고 올 세계 각국 공통의 대내외 환경 변화는.

“대규모 실업, 빈부격차와 불평등 심화, 사회 공동체 붕괴 등의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는 1930년대와 유사한 독재 정권이 출현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세계 각국의 정치권에서 권력 쟁취를 위해 민족주의 감정을 부추기고, 포퓰리즘을 내세우는 정치 지도자들이 출현할 수 있다. 또한 ‘토착주의’(nativism·외국인, 외국의 관습, 사상 등을 없앰으로써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개선하고자 하는 운동)와 보호주의가 득세할 것이다. 국가 간 무역도 관세와 수입 쿼터제가 강화될 것이고, 각국에서 이민자와 난민이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로부터 경제가 회복하는 속도가 느려질수록 세계 각국에서 권위적인 정권이 들어서고, 이들 정권이 해당 지역에서 자국 이익 확대를 노리며 서로 충돌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후변화 대응'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전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렇다면 코로나19 이후에 국제사회를 누가 통제하나.

“미국이 당분간 세계 최고 강대국으로 남아 있을 것이나 과거와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할 것이다. 미국이 주도한 세계 질서는 코로나19 글로벌 확산 이전부터 중국의 부상과 서구 국가에서의 포퓰리즘 정권 등장으로 인해 거센 도전을 받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시스템 매니저’로서 미국 역할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21세기는 초국가적인 상호 의존의 시대이고, 고립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니다. 바이든 정부가 얼마나 빨리 다른 나라와 다층적인 협력 관계를 복원하느냐에 따라 대외정책의 성패가 갈릴 것이다.”

-코로나19가 몰고 올 긍정적인 변화는.

“세계 각국은 코로나19와 같은 글로벌 팬데믹에 독자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닫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것이고, 인간과 지구가 함께 공존하는 ‘그린 인터내셔널 어젠다’(green international agenda)가 부상할 것이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나이 교수는 △미 프린스턴대 졸업 △영국 옥스퍼드대 석사(로즈장학생) △하버드대 정치학 박사 △하버드대 교수 △미 국방부 국제안보 담당 차관보 △미 국가정보위원회(NIC) 위원장 △하버드대 국제관계연구소 소장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학장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석좌교수(현) △아스펜 안보포럼 공동의장(현) △2008년 국제관계 학자 2700명 대상으로 조사한 ‘미국 대외정책에 가장 영향력 있는 학자’ 1위 △2011년 미 포린폴리시 선정 ‘글로벌 사상가’ 1위 △2014년 포린폴리시 선정 ‘세계 100대 사상가’ △저서 ‘소프트 파워’, ‘도덕은 중요한가’(2020) 등 14권 외 논문 200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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