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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 금융위기 여파로 휘청거리고 있을 때인 2009년 3월 저는 주미 한국대사로 워싱턴에 부임했고 수십 년간 서로 교류하고 지내던 저자는 한 달 앞서 워싱턴특파원으로 부임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행 정부가 출범한 직후였습니다. 당시 한·미 양국의 최대 현안은 자유 무역협정(FTA) 비준 문제였습니다. 개인적으로 한·미 FTA 비준을 위해 미국 의회를 설득하고 미국인의 여론을 우호적으로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미 의회가 예전처럼 원활히 작동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목도했습니다.

 미 의회에서의 한·미 FTA 이행법안은 조지 W. 부시 공화당 정부 에서 민주당이 상·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의회의 감독하에 체결된 협 약을 집행하는 법안이기 때문에 원론적으로 민주당과 야당인 공화당 사이에 이견이 없어야 하는 법안이었습니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초래 한 대량 실업사태, 경제의 침체, 자동차 업계의 파산 위기 등으로 추 진동력을 거의 상실한 상태였습니다. 거기에다 오바마 행정부는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경제회복방안, 의료보험 및 금융개혁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회와 마찰을 빚었기 때문에 한·미 FTA 이행법안은 우선 순위에서 뒤로 밀려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한·미 양국의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동력이 될 수 있는 FTA 처리가 지연되는 것을 보면서 당시 미국 정치가 고장이 났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저자도 저와 비슷 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자가 백악관과 의회의 대립을 오바마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별로 분류해 정리한 ‘오바마의 정쟁(政爭)’ 편은 저서의 백미로 평가할 만합 니다. 저서를 읽어내려가다보면 미국의 보수와 진보가 어떤 철학과 이념 속에서 갈등하고 있는지, 특정 쟁점이 어디에서 발원했는지, 과 거 정부에서는 그 문제가 어떻게 다뤄졌는지 등이 쉽게 이해가 됩니 다. 물론 지금 세계는 과거와 같은 보수와 진보로 확연히 구분되지는 않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모두가 이념적 진보와 보수 그 자 체를 위한 철학과 정책을 택하지 않고 무엇이 국가와 국민에 도움이 되는 정책인지를 선택해서 집행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나름대로 제3 의 길을 선택해 걸어가고 있다 하겠습니다.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트럼프와 샌더스 현상은 미국인의 분노와 절망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살아가면서 겪는 문제와 고민을 정치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때 국민은 분노하고 절망감을 느낍니다.

 저자는 미국 정치의 실패가 ‘트럼프 현상’과 ‘샌더스 돌풍’을 만들어 냈다고 진단하면서 미국 정치가 왜, 어느 지점에서 실패했는지를 분 석합니다. 저자의 통찰은 이념과 세대, 계층과 지역갈등 문제가 해소 되지 않고 있는 한국 사회에도 큰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내년 에는 한국에서도 대선이 치러집니다. 저자와 함께 미국 대선이 미리 보여준 ‘유권자 혁명’의 전개 과정을 되밟아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어내려가다보면 공직 경험이 전무한 도널드 트럼프를 미국 인들이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경륜의 힐러리 클 린턴이 어떤 이유로 미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천재일우 의 기회를 놓쳤는지 이해가 갑니다.

 ‘워싱턴 아웃사이더’ 대통령을 맞은 미국은 리더십과 국내정책 등에서 환골탈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외전략에서도 새로운 세계질서를 만들어갈 것입니다. 당장 한국으로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동북아 정책, 특히 북핵 해법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합니다. 저자는 트럼프의 공약과 발언, 행적을 추적하면서 트럼프 정부의 한반도 정책 등을 미 리 전망해 보입니다.

 저자의 노고를 치하드리며 독자 여러분의 일독을 권합니다.


전 총리, 주미 대사

한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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