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씨 진술을 그대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범죄구성 요건에 해당되지 않아 수사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4일 국회 한보국정조사특위에서 「정태수 리스트」관련,정치인 수사에 관한 특위위원들의 질문에 대한 김기수 검찰총장의 답변이다. 또 김총장은 국민회의 조순형 의원이 수사를 거듭 촉구하자 『예를 들어 범죄혐의가 짙지도 않은데 조의원을 검찰에서 확인할 게 있으니 나와 달라고 하면 명예는 뭐가 되겠는가』고 되묻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시작된 「정태수 리스트」수사는 이같은 김총장의 답변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고 있다. 상당수 정치인이 한보에서 「범죄가 되는」 청탁성 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찰 조사결과 국민회의 김상현 의원은 96년 9월 (주)한보 이용남사장에게 5천만원을,같은 당의 김봉호 의원도 96년 12월 1천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정태영 전 의원도 95년 9월 한보 돈 3천만원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김의원 등은 한결같이 정치자금으로 받았다고 주장했으나 이씨는 국감무마조로 줬다고 진술했다. 특히 이들 정치인이 돈받은 시점이 국감전후로 「청탁금」일 개연성을 높여주고 있다. 또 이씨에게 3천만원을 받은 사실이 확인된 최두환 전 의원의 경우 검찰 스스로 『대가성이 높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김총장은 국민의 대표인 의원들 앞에서 한달도 못돼 번복해야 할 무책임한 발언을 한 셈이다.

검찰은 지난 10일 「정태수 리스트」에 포함된 정치인의 소속 정당별 숫자까지 공개하며 수사에 나섰다. 이후 대선주자든 중진의원이든 「가차없이」 소환조사했다. 김수한 국회의장도 입법부 수장이란 점을 고려,방문조사 형태를 취했지만 공개적으로 조사했다. 검찰의 이같은 태도는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한」 법치국가에서 당연한 일이다.

그런 검찰이 한보사건 1차수사 때는 왜 이처럼 「당연한」 일을 하지 않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정치권의 눈치를 보며 수사수위를 조절하려 한게 아니냐는 항간의 의혹이 부당하다면 검찰 스스로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 조남규 사회부 기자   1997.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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