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다시 도버 기지를 찾았다.
미 델라웨어주에 위치한 도버 공군 기지는 해외 전쟁터에서 숨진 미군들의 유해가 도착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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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이곳에서 아프가니스탄 전쟁터에서 탈레반의 로켓포 공격으로 헬기가 추락하면서 사망한 미군 30명을 맞았다.
이들의 시신은 온전하지 않았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그을리고 절단된 시신 조각들은 30개의 관에 골고루 나뉘어 담겼다.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도버로 향한 오바마 대통령은 활주로에 서서 자신의 명령으로 전쟁터로 떠났다 주검으로 돌아오는 병사들을 기다렸다.
시신이 안치된 대형 수송기가 도착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그 안으로 들어가 군목이 주도한 예배에 참석했다. 30개의 관이 밴에 실려 시신 안치소를 향해 떠날 때까지 오바마 대통령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유족들은 오열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인근 마을 회관에서 유족들을 위로했다.
2009년 10월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같은 목적으로 도버 기지를 찾은 바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미군 증파 결정을 앞둔 시점이었다. 칠흙 같은 어둠 속에 도버로 출발한 오바마 대통령은 새벽 시간에 활주로에서 아프간 전쟁 전사 미군 18명의 유해 송환 장면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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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임기를 막 시작한 젊은 대통령이었다. 당시만 해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시작한 아프간 전쟁은 온전히 그의 전쟁이 아니었다. 군 통수권자로서 파병 결정의 엄중함을 가슴에 새기기 위한 방문이었다. 그의 표정에선 비장한 결의가 엿보였다. 그 해 12월 3만명 증파 결단이 이뤄졌다. 이후 아프간 전쟁은 '오바마의 전쟁'이 됐다.
첫 도버 방문 이후 두번째 방문이 이뤄질 때까지 아프가니스탄에서는 874명의 미군이 전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때마다 유족들에게 보내는 위로 편지에 자필로 서명했다. 이날 주검으로 돌아온 병사 30명 중 22명이 탈레반 수장인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던 네이비실(해군 특수부대) 소속이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가장 큰 성과와 보람을 안겨줬던 그들이, 이날은 오바마 대통령을 참담하고 비통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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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두번째 도버 방문은 아프간 전쟁 뿐 아니라 대통령 임기에서 결정적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지쳐 보였다.
워싱턴=조남규 특파원 coolm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