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층 대물림 통로 된 교육 … 사라진 ‘개천용’ 

입력 : 2021-01-02 13:34:57 수정 : 2021-01-02 13:34:52

자식들 신분 상승 가능성 묻자
국민 55% “불가능”… 10년새 26%P↑
부모 경제·사회적 입지에 좌우
“뉴노멀 전환기 교육 개혁 절실”

경찰공무원 시험 준비 3년째에 접어드는 강모(29)씨는 최근 평일 저녁 시간대에 하던 식당 홀 서빙 아르바이트를 그만둬야만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손님이 줄어들자 식당 사장이 “더는 일손이 필요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매달 아르바이트비로 받던 60여만원은 학원비, 교재비, 식비 등에 빠짐없이 나가고 있었다. 애초 강씨는 대학 졸업 후 지방 중소기업을 다니다 1년도 채 안 돼 경찰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서울에 올라온 터였다. 고향에 있는 어머니에게 사정을 말하고 당분간만 매달 송금하던 월세에 웃돈을 얹어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최근 부모님이 운영 중인 식당이 장사가 안 돼 겨우 임차료만 내고 있는 사정을 아는 터라 그는 시험 준비를 하면서 짬짬이 새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다. 강씨는 “처음 취직한 회사가 미래도 없어 보이고 선배들도 금세 떠나는 걸 보고 내 처지에 그나마 도전해 볼 만한 선택이라고 생각해 경찰 시험에 도전한 것”이라며 “물론 이 또한 쉽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시험에도 떨어지고 아르바이트까지 구하기 어려운 사정이 되니 ‘역시 부모 도움 없이는 되는 게 없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이제는 전래동화에서나 들을 수 있는 얘기처럼 돼 가고 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더 나은 계층으로 상승하기 어려운 시대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과 ‘흙수저’를 들고 태어난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사교육에서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해, 상급 학교로 진학할수록 간극이 더 커지고 있다. 일자리를 갖게 된 뒤에도 부모의 도움을 받은 사람과 그러지 못하는 사람의 ‘내 집 마련’ 꿈은 출발선부터 다르다.

통계청의 사회조사에 따르면 2009년만 해도 ‘다음 세대(자식 세대)에서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응답이 48.3%, 부정적인 응답이 29.8%, 모르겠다는 응답이 21.9%였다.

그러나 10년 만인 2019년 조사에서는 긍정 답변이 28.9%로 20%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반면 부정 답변은 55.5%로 26%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불과 10년 만에 ‘계층 이동’ 꿈마저 시들해진 것이다. 개인이 처한 환경이 나쁘면 노력해도 성공하기 어려운 사회에서는 계층 간 반목과 위화감이 커지고 사회통합에 저해된다. 타고난 잠재력이 있어도 꽃피우지 못한 채 사장되기도 하고,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물려받은 지위로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쳐 사회에 마이너스가 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과거에는 교육이 계층 이동 사다리 역할을 했다. 소수에게 한정돼 있던 교육의 기회가 공교육의 확충으로 보편화되고, 교육이 양질의 일자리와 연결되면 교육은 가난한 집 아이에게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교육을 받아도 좋은 학교를 나오지 않으면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없고, 좋은 학교에 가려면 부모의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그 때문에 교육이 계층 이동의 사다리보다는 계층 대물림의 통로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가구소득별 초·중·고 사교육비는 100만원 미만 소득 가구가 10만4000원인데 700만원 이상 가구는 53만9000원으로 5.2배에 달했다.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GIST) 기초교육학부 교수는 “지금 같은 자산가격 폭등은 계층 고착을 넘어 상대적 박탈감을 안긴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이어 “세계적으로 ‘뉴노멀’이라고 하는 전환기를 맞고 있는데 이런 시대에 대응할 역량을 기르기 위해 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형평성뿐 아니라 경제성장을 위한 인적자원의 효율적 활용 부분에서도 공교육에서 배제된 학생들,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을 더는 방치하지 말고 다양한 성공 경로를 모색할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우상규 기자, 김승환 기자 skwoo@segye.com

 

좋은 학교… 좋은 직장… 내 집 마련까지 결국 ‘엄빠 찬스’
한국 부모 교육열 전 세계적으로 유명
자식에 좋은 대학 간판 달아주려 애써
더 나은 계층을 물려주기 위한 돌파구

억대 비용 받고 명문대 입학 책임지는
드라마 속 ‘입시코디’ 공공연한 비밀
‘부모의 재력=명문대’ 공식도 굳어져

SKY의대 신입생 70% 상위 계층 해당
25개 로스쿨 신입생 절반도 고소득층
더 이상 ‘계층이동 사다리’ 역할 못 해

서울 신혼부부 ‘영끌’해도 전세 못 얻어
대학 졸업 후에도 ‘부모 찬스’는 이어져
‘금수저’ ‘흙수저’ 양극화 갈수록 뚜렷

#. 직장인 김모(33)씨는 대학 동기 모임을 나갈 때마다 씁쓸하다. 로스쿨을 졸업해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동기 몇몇의 모습을 볼 때마다 부러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김씨 역시 학부 졸업 후 진학을 꿈꿨지만,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 때문에 로스쿨 진학을 포기하고 곧바로 취업해야 했다. 김씨는 “변호사 친구들을 보면 박탈감과 열등감을 느낄 때가 있다. 연봉 얘기를 들어보면 더욱 심해진다. 나보다 3년 이상 늦게 사회 진출을 했지만, 유명 로펌에 입사한 친구들은 초봉부터 억대를 받고 있더라.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그들과의 격차는 좁힐 수 없다는 좌절감 때문에 동기 모임을 나가는 걸 주저하게 된다”고 말했다.

 

로스쿨은 사법고시의 폐쇄적 기수문화, 몇몇 특정 대학에 합격자가 몰려 있는 것 등을 바로잡고자 하는 취지로 2009년 도입됐다. 2017년 사법고시가 폐지되면서 이제는 법조인이 되기 위한 유일한 길이 로스쿨 진학이다. 도입 때부터 ‘돈스쿨’, ‘귀족스쿨’ 논란을 일으켰던 로스쿨은 여전히 그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가장 비판이 큰 지점은 비싼 학비다. 3년, 6학기로 이뤄진 로스쿨을 졸업하기 위해선 평균 6000만원이 들어간다. 가장 저렴한 로스쿨도 3000만원이다. 애초에 집안 형편이 어려운 이들이 로스쿨 진학을 결정하기 어렵고, 고소득층 자녀들의 전유물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로스쿨이 ‘현대판 음서제’라 불리는 이유다.

이는 통계적으로도 드러난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의대·로스쿨 신입생 소득분위별 국가장학금 신청 현황’에 따르면 전국 25개 로스쿨 신입생의 51.4%가 고소득층으로 분류되는 소득 9·10구간으로 조사됐다. 2020년 기준 소득 9구간의 월소득 인정액은 월 949만8348원 이상, 10구간은 월 1424만7522원 이상이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이른바 ‘SKY 대학’의 로스쿨로 좁히면 58.3%로 더 올라간다. 전국 대학 신입생의 평균 고소득층의 비율이 24.5%라는 것을 감안하면 로스쿨이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되기는커녕 고소득층의 부 대물림을 더욱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교육이 계층이동의 사다리? 현실은…

대한민국 부모들의 교육열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1945년 해방 이후 빠르게 산업화와 근대화를 겪은 한국은 양반-상놈의 신분구조가 한순간에 타파됐다. 그런 상황에서 부모가 자신보다 더 나은 계층을 자식에게 물려주기 위한 수단이 바로 교육이었다. 자신은 못 먹고 못 입어도 자식에겐 더 나은 교육과 더 나은 간판을 달아주기 위해 힘쓰는 게 한국의 부모들이다. 대학을 흔히 ‘우골탑’이라 부르는 것도 농가에서 가장 큰 재산인 소를 팔아서 자식을 대학 보낸 것에서 나온 말이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 교육의 공정성은 결코 건드려서는 안 되는 민심의 ‘역린’이 됐다. 지난 박근혜정권을 무너뜨린 ‘최순실 게이트’와 문재인정권의 공고했던 지지율에 가장 큰 균열을 냈던 ‘조국 사태’의 시작이 바로 자녀 교육 문제였다. 2018년 방영한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한국 사회를 강타했던 것도 교육, 그리고 입시가 공정할 것이란 일종의 믿음 혹은 성역을 철저히 깨부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스카이캐슬’이 드라마 특유의 과장이 있긴 해도, 연 1억원이 넘는 비용을 받고 명문대 입학을 책임지는 ‘입시코디’가 있다는 것은 ‘가진 자들의 리그’에선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는 부모의 재력이 자녀의 대학 간판, 나아가 미래를 결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른 딸을 둔 회사원 장모(49)씨는 “스카이캐슬을 보고 가장 충격을 받은 점은 내가 딸에겐 도저히 해줄 수 없는 사교육을 고소득층은 척척 해줄 수 있다는 일종의 무력감이었다”면서 “딸이 공부로 힘들어할 때 족집게 과외는 시켜주지 못할망정 ‘공부란 건 결국 엉덩이를 누가 의자가 오래 붙이고 있느냐’라고 말했던 내 충고가 딸에겐 그저 현실감 부족한 아빠의 잔소리로 들리지 않았을까 싶어 슬프다”라고 말했다.

로스쿨뿐만 아니라 명문대 진학에도 부모의 부가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통계도 수두룩하다.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학기 SKY대학 신입생 중 장학금 신청자를 대상으로 소득구간을 나누자 9·10구간이 55.1%를 차지했다. 2017년 SKY 대학의 고소득층 비율은 41.1%에 그쳤지만 2018년 51.4%, 2019년 53.3%, 2020년 55.1%로 해마다 상승세다.

특히 SKY대학의 의대 신입생의 경우 10명 중 무려 7명 이상이 고소득층으로 분류됐다. 올해 1학기 이들 대학 의대 신입생 중 9·10구간 비율은 74.1%로 2017년 54.1%에 비해 20%포인트나 급증했다. 서울대 의대는 2017년 45.8%였던 고소득층 비율이 올해 84.5%까지 올랐다. 3년 새 고소득층 비율이 무려 38.7%포인트나 폭증한 것이다.

‘부모 찬스’는 대학 진학 이후에도 계속된다. 최근 교육부 종합감사를 통해 대학 사회의 이런 어두운 그늘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 7월 발표한 연세대학교와 학교법인 연세대 종합감사 결과에 따르면 연세대 교수 1명은 2017년 2학기 회계 관련 강의를 담당하면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하던 대학생 딸에게 수강을 권유하고, 딸에게 A+ 학점을 줬다. 연세대 대학원 입학전형 서류심사에서는 평가위원 교수 6명이 2016년 이모 전 국제캠퍼스 부총장의 딸 A씨를 경영학과 일반대학원에 합격시키고자 주임교수와 짜고 지원자들의 구술시험 점수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져 공분을 샀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과거엔 재벌이나 최고 부유층만 계층을 세습했다면, 이젠 중산층도 세습하는 사회가 됐다. 저소득층이나 서민층이 교육이나 새로운 직업을 통해 계층을 상승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사회가 됐다”면서 “부모 소득 격차에 따라 교육 수준이 달라지지 않도록 입시제도 개편 등의 공교육 개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학 졸업 후엔? 부동산도 ‘부모 찬스’

결혼을 준비 중인 직장인 이모(34)씨는 최근 서울 내 전셋집을 알아보다 예비신부와 다퉜다. 날로 치솟는 서울 아파트값을 한탄하다 예비신부가 대학 동창 얘기를 꺼낸 터였다. “걔 남편은 부모가 좀 사는지, 금호동에 아파트를 샀는데 그게 몇 년 새 두 배로 뛰었다네.” 그 얘기에 악의가 없는 줄 알면서도, 이씨는 마음이 상해 “우리 집은 거지라서 미안하네” 하고 빈정대면서 말다툼이 시작됐다.

이씨와 예비신부는 모두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했고, 현재는 유명 대기업을 다니고 있다. 둘 사이에 결혼 얘기가 나왔을 때만 해도 소위 ‘영끌’(영혼까지 자금을 끌어모음)하면 서울에 20평대 아파트 한 채 정도는 쉬이 구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막상 알아보니 아무리 둘이서 대기업 월급을 받아도, 자력으로는 서울 아파트 전세도 만만치 않다는 걸 깨닫게 됐다. 이씨는 “이전까지는 내 여건에 만족하는 편이었는데 결혼 준비를 하면서 내가 노력만으로 올라설 수 없는 ‘벽’ 같은 걸 느끼게 됐다”며 “금호동에 집을 샀다는 그 친구는 내 월급으로는 꿈도 못 꾸는 돈을 지금 이 시간에도 벌고 있는 거 아니냐”며 한탄했다.

특히 문재인정권 들어 아파트값이 폭등하면서 30대 사이에서 부동산 양극화 현상은 더욱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이는 곧 부동산이 끊어진 사다리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부자 부모를 둔 ‘금수저’들은 부모로부터 증여를 받아 서울의 아파트에 입성해 출발부터 수십억원대 자산가로 시작한다. ‘흙수저’들은 시작부터 은행 대출을 최대한도로 끼고도 서울 밖으로 밀려나야 한다. 김 교수는 “대학 간판이 직업의 귀천, 근로소득 수준의 고저를 결정한다면, 사회적 불평등이나 사회적 세습을 만드는 효과는 근로소득보다는 부동산이나 불로소득이 더 크다”고 말했다.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숨만 쉬고 살며 모아도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려면 15.6년이 걸린다는 분석도 있다. KB국민은행 부동산 플랫폼 KB부동산 ‘리브온’(Liiv ON)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서울 3분위 가구(2인이상·도시가구)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PIR)은 15.6으로 2008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았다. PIR은 주택가격을 가구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가구 전체가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았을 경우 주택을 구입하는 데 걸리는 기간을 뜻한다.

부동산 구입이 이렇게 힘들다 보니 2030 젊은 세대들은 결혼 자체를 잘 하려 하지 않고,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고 사는 ‘딩크족’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신혼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 5년차 부부 가운데 자녀가 없는 부부는 18.3%였다.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5년엔 12.9%였으나 2016년 13.7%, 2017년 14.9%, 2018년 16.8%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결혼한 김모(34)씨는 “결혼 전부터 아내와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합의했다. 내 처지로는 아이를 낳더라도, 그 아이에게 우리보다 나은 삶을 만들어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는 “과거엔 좋은 학교 가서 좋은 직장 잡아 열심히 일하면 집도 사고 가정도 꾸릴 수 있었지만, 부의 불평등이 워낙 심각해진 오늘날은 그렇지 않다. 부모 도움 없이는 개인이 경제적으로 자립해 살아가기 너무 힘들어졌다”면서 “부동산 문제가 이를 특히나 키웠다. 계층 상승의 사다리는 거의 끊겼다고 볼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취업난은 더욱 심각해져서 젊은 층의 직업을 통한 계층 상승이나 제도권 진입은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남정훈·유지혜 기자 che@segye.com

 

‘고졸 신화’ 양향자 민주당 의원
“산업·교육 연계… 노동자 역량 강화
끊어진 ‘기회의 사다리’ 복원해야”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속담이 신화가 된 지 오래다. ‘흙수저’가 ‘금수저’의 공간으로 오를 수 있는 사다리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개천용으로 승천하거나 금수저로 신분상승한 신화를 일군 주인공들은 지금 이 한국 사회 세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커피 타는 ‘미스 양’으로 시작해 삼성전자의 임원이 된 입지전적 인물로, ‘금배지’를 단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교 중퇴에 방직공장 노동자로 주경야독해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국회의원이 된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섬마을 고졸 출신으로 ‘재심 전문’으로 우뚝 선 박준영 변호사, 고졸임에도 ‘학력’과 ‘출신’이라는 차별의 벽을 깨고 스타트업을 창업해 연매출 280억원대 회사로 만든 강남구 아이엔지스토리 대표. 세계일보는 신축년(辛丑年) 소의 해를 맞아 신년 특집으로 이들 개천용 4인방이 우리 사회에 들려주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았다.

“절대로 ‘백’ 있고 돈 있는 사람만 성공하는 게 아닙니다. 작은 성공을 여러 번 하길 바랍니다. 어제보다는 조금 더 나은 내일이 있을 거란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아무리 아빠 찬스, 엄마 찬스를 쓰더라도 나이가 마흔이 넘으면 자기가 노력한 만큼 인생을 살게 됩니다. 결국 인생은 자신의 몫입니다.”

커피 타는 ‘미스 양’으로 시작해 삼성전자의 임원이 된 입지전적 인물로, ‘금배지’를 단 양향자(53·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흙수저’라고 비관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격려의 메시지다.

신파극의 데자뷔처럼 중학생 때 학교 갈 차비 65원을 어머니에게 달라기도 어려웠던 양 의원은 인문계 고등학교 입학원서 마감 하루 전 병상에 누워계신 아버지로부터 ‘엄마와 할머니, 동생을 잘 부탁한다’는 유언 같은 말을 듣고 광주여상에 입학했다. 졸업 후엔 삼성반도체에 ‘연구원 보조’로 입사해 커피 타기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고졸은 안 된다’ ‘여자는 안 된다’ ‘엄마는 안 된다’와 같은 편견의 천장을 깨고 삼성그룹 역사상 첫 여상 출신 임원이 됐다.

성공 드라마를 쓴 그는 ‘금수저’와 ‘흙수저’로 나뉜 지금 청년들의 분노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양 의원은 “지금의 청년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경쟁 사회를 뚫고 이 자리까지 왔는데 그 경쟁에서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박탈당하는 느낌 이런 걸 분노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불평등하거나 불공정하거나 불의가 있거나 그런 걸 참지 못하는 세대가 지금 청년 세대”라면서 “그것을 해소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을 이었다.

양 의원은 기회의 단절을 의미하는 ‘끊어진 사다리’를 복원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교육을, 특히 산업현장에서 노동자의 역량을 높여줄 교육 제도를 제안했다.

그는 “실업계 고등학교 출신은 씨가 마르다시피 하고, 대학교는 실업자 양성소가 됐다”면서 “산업과 연계된 교육이 기회의 사다리가 될 수 있다는 게 제 경험”이라고 밝혔다.

인터뷰 말미, 양 의원은 청년들에게 두 가지를 당부했다. “신체적 건강이 정신적 건강을 견인하기 때문에 체력은 중요합니다. 그다음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나눠서 생각하는 것을 연습해야 합니다. 빠르게 선택했다면 다른 건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미리 걱정하지 말고일단 당장의 일을 잘 해내는 훈련을 하세요.”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
대학 자퇴 등 좌절 끝에 사시 합격
“최선 다하면 새로운 기회 다가와”

부모의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가 그대로 대물림된다는 ‘수저계급론’이 자리 잡아가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희망이 있어야 노력도 할 수 있는데, 희망을 갖게 하는 상황이 점점 줄고 있어요.”

‘재심 전문’으로 알려진 박준영(47·사진) 변호사는 희망이 사라지는 것이 한국 사회의 위기라고 말했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씨를 변호했던 그는 지난달 재판을 마치고 세계일보와 서면인터뷰를 가졌다.

 

박 변호사는 SBS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의 모델이다. 전남 완도에서 태어나 학창시절 학교를 100일이나 ‘땡땡이’쳤던 비행청소년이었으며, 대학을 한 학기 만에 자퇴한 고졸 출신.

법대생이었던 군대 선임을 따라 무작정 사법고시에 뛰어든 그는 수차례 좌절 끝에 법조인이 됐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엔 늘 ‘벽’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박 변호사는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 실력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을 몇 차례 겪으면서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며 “그런데 정작 나도 상대의 출신 대학에 따라 능력을 평가하는 습성이 있더라”고 털어놨다.

박 변호사는 특정 배경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면 결국 그 배경을 가진 사람과 아닌 사람으로 뚜렷이 나뉘게 된다며 편견을 타파해야 계층이동의 문이 열린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정 지역, 특정 학교 출신 법조인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뉴스는 계층이동이 어려워지는 현실을 반영한다”며 “사회 변화의 출발은 선입견과 편견을 버리는 일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용이 되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며 “돈을 많이 벌고 안정된 직장을 갖는 것이 성공의 절대적 기준이 되기보다는 좀 더 ‘인간적인 가치’가 반영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2007년 수원역 노숙소녀 살해사건의 국선변호를 맡으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지만 이후에도 소위 ‘돈 되는’ 사건은 맡지 못했다. 파산에 이르자 스토리펀딩을 통해 기금을 모았고, 대신 사회적 약자를 변호하는 것을 평생 사명으로 삼게 됐다.

“국선변호 활동이 늘 좋거나 보람찬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최선을 다했던 이유는 다른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지요. 어떤 일에 몰두하면 분명 그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이 다가오거나 또 다른 기회가 열립니다. 하지만 그 ‘일’을 찾기까지 ‘과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고, 기회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여공 출신’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고교 중퇴 뒤 주경야독… 법조인으로
“어두운 터널도 끝 있어… 희망이 빛”

“‘노력해도 안 된다’, ‘이번 생은 망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절망하는 청년들을 보면서 세상을 바꿔야겠다는 사명감이 들고,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노력한 자가 꿈을 이룰 수 있는 세상으로 돌려놔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국민의힘 김미애(51·사진) 의원은 세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정의와 공정의 가치를 다시 세워야 한다”며 “열심히 노력해서 꿈을 이루고 싶으면 가능한 사회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요즘 사회가 정의하는 ‘흙수저’ 출신이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차비가 없어 다니던 고등학교를 중퇴해야 했고, 열일곱에 노동3권도 보장되지 않는 3교대 방직공장에 다녔다. 야간근무가 힘들어 도망치고 싶었던 때다. 29세 때 주경야독으로 늦깎이 대학생이 된 김 의원은 “사법시험을 준비했던 5년이 어느 때보다 행복했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다”면서 “죽을 때 가장 괜찮은 모습이길 바라며 부족한 나를 더 채찍질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2002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김 의원은 가난하게 태어나 부자가 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욕구고, 박수받을 일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명품을 좋아하면서 아닌 척하는, 자사고나 특목고에 반대하면서 자기 아이들은 보내는 위선에 분노한다.

김 의원은 “조국 전 장관, 추미애 장관 사태를 겪으면서 대한민국은 정의와 공정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상실해 버렸다”면서 “청년들이 패배주의에 빠진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기득권자들은 끊어진 사다리인 줄 알면서도 오를 수밖에 없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을 이었다.

청년들이 직면한 문제는 자신들이 제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김 의원은 피선거권을 21세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로스쿨에 가지 않고도 변호사가 될 수 있는 법안도 발의할 예정이다.

김 의원은 “대한민국의 청년들에게 흙수저, 금수저 논쟁은 농담이 아니라 진지한 고민이 되었다”면서 “제가 젊었을 땐 ‘노력해도 안 된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지만, 지금 세대는 그것조차 어렵게 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기회는 열리게 되어 있으니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학교 다닐 때 터널을 지나다녔는데, 걷다 보면 어두운 터널도 결국 끝이 있었어요. 그런 생각으로 버텼습니다. 고달픈 지금이 그 과정이라 생각하고 힘을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미래의 꿈을 잃지 말라는, 청년들에게 보내는 당부다.

엄형준 기자

‘흙수저 고졸’ 청년 CEO 강남구
가난 딛고 포브스 亞 청년 리더에
“실패해도 도전할 수 있는 사회로”

“안 될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 없습니다.”

강남구(30·사진) 아이엔지스토리 대표는 전국 400여개 매장을 가진 프리미엄 독서실 ‘작심’을 운영하는 청년사업가다. 그는 이른바 ‘흙수저’에 ‘고졸 출신’이지만, ‘학력’과 ‘출신’이라는 차별의 벽을 깨고 연매출 280억원 규모의 회사를 이끄는 대표로 성장했다. 포브스가 선정한 ‘2020년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 300인’ 중 한 명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그는 지난달 서면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어려웠던 환경을 원동력으로 삼아 항상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강 대표가 어엿한 스타트업 대표가 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어린 시절 집에 가스가 끊길 정도로 가정형편이 어려웠다는 강 대표는 “학원비를 1년씩 내지 못해 친구들 앞에서 수치스러운 일도 겪었다”고 기억했다. 이어 “가난한 환경이 정말 어려운 점은, 벅찬 위기를 맞닥뜨렸을 때 그것을 온전히 내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등 뒤에 항상 낭떠러지를 둔 기분이었다”고 했다.

고졸 출신이란 꼬리표는 한때 넘기 힘든 벽이었다. 강 대표는 “자리를 잡은 지금은 내 이야기를 극적으로 봐주지만, 거기에 따라오는 시선들도 있다”며 “스스로도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지 못해 말수가 줄어들 때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런 환경은 그에게 오히려 힘을 내는 원동력이 됐다. 강 대표는 “남들보다 어려운 시기를 겪었기 때문에 결핍이 생겼고,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미친듯이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드라마 같은 ‘극적인 기회’는 없었다. 단지 주어진 환경에서 그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을 향해 나아갈 뿐이었다. 그는 “어떤 일이든 그것이 기회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다.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는 빠르게 실행에 옮겨보고, 많은 사람을 만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좀 더 나은 환경에 있었다면 돌아가지 않았을 텐데’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힘든 시기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금수저’에 대한 반감은 없었을까. 그는 “남들보다 출발선을 앞에서 시작하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더 잘돼서 많은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의 한국 사회가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운 사회’라는 의견에 공감했다. 강 대표는 “지금 사회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나 리스크가 커서 다른 길에 도전하기 쉽지 않다”며 “실패해도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할 것 같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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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끊어진 계층이동 사다리]  (0) 2021.01.13

교토의 북쪽 언덕 위에 자리한 금각사는 일본 무로마치 막부의 3대 쇼군인 아시카가 요시미츠(足利義満.1358~1408)가 부처의 사리를 모시기 위해 지은 절이다. 원래 이름은 로쿠온지(鹿苑寺).

요시미츠는 일본 남북조의 분열을 통일한 뒤 막부의 권력을 강화했으며 쇼군에서 물러난 뒤 출가했다. 은퇴라고는 하지만 로쿠온지를 별궁처럼 사용하며 막후에서 실권을 행사했다. 아시카가는 자신이 죽은 뒤 로쿠온지를 선종의 유파인 임제종 사찰로 바꾸도록 명했다.

이후 이런 저런 전란의 와중에 불에 타거나 훼손됐던 로쿠온지는 1950년 7월2일 새벽 젊은 승려인 하야시 쇼켄에 의해 전소됐다.

하야시는 방화 직후 금각사에서 죽으려했으나 2층 입구가 잠겨있자 뒷산으로 올라가 수면제를 먹고 단도로 몸을 찔렀다. 하지만 죽지는 못했다. 다음날 체포된 하야시는 경찰에서 "사회가 제재를 가한다면 감수하겠으나 결코 나쁜 짓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놀라서 달려온 그의 어머니는 하야시의 성장 과정 등을 진술했다. 그리고 돌아가는 열차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공판에서 하야시는 "자기혐오, 미에 대한 질투, 아름다운 금각과 함께 죽고 싶었던 점, 사회에 대한 반감, 방화에 대한 사회의 비판을 듣고 싶다는 호기심에 방화했다"는 검찰의 공소 이유에 "기소 사실 그대로, 별로 할 말이 없다. 정말이라면 정말이고, 정말이 아니라면 정말이 아니다"고 답변했다. 하야시는 징역 7년을 선고받았고 이후 5년 3개월로 감형돼 1955년 10월 만기 출소했다. 이듬 해 폐결핵이 악화돼 사망했다. 그의 나이 26세였다.

로쿠온지는 1955년 현재의 모습으로 재건됐다. 2,3층이 금박을 하고 있어 금각사로 불린다.

금각사는 1963년부터 1965년까지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됐던 일본의 소설가인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가 같은 이름의 소설을 쓰면서 유명해졌다. 미시마는 하야시의 금각사 방화 사건을 5년에 걸쳐 취재했다. 소설 '금각사'는 실제 사건에 토대를 둔 '시사 소설'이면서 미시마 본인의 성장기 체험이 녹아든 '고백 소설'이다.

 

 

 

금각사는 3개 층이 서로 다른 건축 양식으로 지어졌다. 법수원(法水院)으로 부르는 1층은 11세기 헤이안 시대 대표적인 건축 양식인 신덴즈쿠리 양식이다. 이 양식은 자연 그대로의 목재를 사용하고 벽은 흰색의 석고로 마감해 주변의 풍경을 돋보이게 만든다고 한다. 조운동(潮音洞)으로 부르는 2층은 무사 저택의 주된 건축 방식인  부케즈쿠리 양식이다. 2층에 불상이 모셔져 있다. 3층은 구경정(究竟頂)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선종 사찰의 전통적인 양식으로 지어졌다. 이 곳에는 부처의 사리가 황금 항아리 속에 들어있다. 내부의 바닥과 천장, 벽을 모두 황금으로 발라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소설 '금각사'의 주인공 미조구치의 평가. 

"원래 금각은 불안이 세운 건축, 한 사람의 장군을 중심으로 수많은 어두운 마음의 소유자들이 세운 건축이었던 것이다. 미술사가가 양식의 절충밖에 발견하지 못한 3층의 부조화한 설계는 불안을 결정화할 양식을 추구하여 자연히 그렇게 만들어진 것임에 틀림없었다. 만약 금각이 하나의 양식으로 세워진 건축이었더라면 그 불안을 포섭하지 못하고 일찌감치 붕괴되어버렸으리라"(미시마 유키오, '금각사', 허호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17, 55쪽)

지붕은 피라미드형으로 얇은 나무껍질을 발라 덮었다. 맨 꼭대기에는 청동으로 만든 봉황 조각상을 얹었다.

'나는 연못 쪽에 서 있었고, 금각은 연못 건너편에서 기울기 시작하는 햇빛을 그 정면에 드러내고 있었다. 수청은 왼쪽 저건너에 절반쯤 가려져 있었다. 물풀 잎사귀가 드문드문 떠 있는 연못에는 금각이 정교하게 투영되어, 오히려 그 모습이 완전하게 보였다. 연못 물에 반사된 석양이 각층의 추녀 밑에서 아른거리고 있었다. 원근법을 과장한 그림처럼 고압적인 금각은 몸을 약간 뒤로 젖힌 듯한 느낌을 주었다.'(위 책 38쪽) 

 

소설 '금각사'에는 미시마의 성장통이 섬세한 필치로 묘사돼있다.

젊은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밤새워 고민해봤을 '미()'의 추구, 인식론적 고민, 육체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치열한 성찰 등에 관한 미시마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우익 사상에 오염되기 전인 미시마의 생각이다. 그의 고뇌는 금각사를 매개로 응집됐다가 풀어지고, 다시 긴장되면서 끝내는 금각사와 함께 불길 속으로 내던져지면서 강렬한 생의 의지로 약동한다.

 

 

미조구치는 왜 금각사를 불태우려 했을까.

'금각을 불태운다면 그 교육적인 효과는 각별하겠지. 그 덕분에 사람들은 유추에 의한 불멸이 아무런 의미도 지니지 못한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리라. 단지 그냥 지속되어 왔던, 550년 동안 연못가에 계속해 서 있었다는 것이 아무런 보증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우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생존을 떠받치고 있는 자명한 전제가 내일이라도 무너지리라는 불안을 배우기 때문이다'(위 책 283쪽)

 

 

  미조구치는 금각사에 불을 지르고 뒷산으로 달려가 불타는 금각사를 바라본 뒤 이렇게 생각한다.

다음은 '금각사'의 마지막 문장.

'일을 하나 끝내고 담배를 한 모금 피우는 사람이 흔히 그렇게 생각하듯이, 살아야지, 하고 나는 생각했다' 

이런 끝맺음에 필자는 안도한다. 생의 좌표를 찾지 못해 방황하던 우리의 필립(서머싯 몸의 '인간의 굴레에서' 주인공)이 사랑하는 여인 샐리를 선택했을 때처럼.

물론 소설은 소설이다. 현실의 미시마는 나이가 들면서 우익 사상에 경도된 나머지 1970년 11월25일 자신을 따르던 우익단체 '다테노카이'(방패회) 대원들을 이끌고 이치가야 육상 자위대에 난입했다. 이 곳에서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을 만들 수 있는 헌법 개정과 이를 위한 자위대의 궐기를 호소했다. 그 호소에 자위대원들이 호응하지 않자 미시마는 할복자살했다. 그의 나이 만 45세. "살아야지"라고 생각했던 그 미시마는 어디로 간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바라본 금각사는 금박으로 과도하게 분칠한 모습이다. 불타기 전 세월의 이끼에 덮혀있던 금각사의 옛 모습에 비해 왠지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물러나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 시대가 열렸다. 스가 시대의 일본은 한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까. 

2020년 10월 한국언론재단 '국제뉴스연구회' 포럼 연사로 나온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스가 총리로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기회의 창은 쉽게 열리지 않을 것"이라며 "아베가 역대 최장 총리라고 하는데 기억해야 할 것은 스가 역시 역대 최장(7년 9개월) 관방장관이었다는 사실"이라고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스가 총리와 뭘 하고 싶다면 다음달 초가 지나기 전에 뭔가를 던져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가 총리의 국정 추진 동력인 그의 지지율이 떨어지기 전에 일본 정부가 딜을 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놔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문재인정부도 내년으로 가면 레임덕이 오고 대선이 다가오기 때문에 지금 밖에는 기회가 없다"면서 "이걸 못하면 한일 교착 국면이 계속된다"고 관측했다.

박 교수는 대표적인 한일관계 전문가다. 서울대학교 정치학과에서 학사, 석사를 마치고 1998년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일본 정책연구대학원대학 조교수와 외교안보연구원 조교수를, 미국 컬럼비아대, 일본 게이오대, 일본 고베대에서 객원 교수를 지냈다. 2012~2016년 서울대 일본연구소 소장, 2017년 현대일본학회 회장, 2016~2018년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을 역임했다. 

 

스가 시대 한일관계를 전망하는 서울대 박철희 국제대학원 교수.

 

서울대 박철희 교수를 초청해 진행된 한국언론재단 '국제뉴스연구회' 포럼.

 

-일본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이런 농담이 있다. 미국을 우습게 아는 나라는 멕시코 밖에 없고 중국을 우습게 아는 나라는 베트남 밖에 없고 일본을 우습게 아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증상이 가장 심한 나라가 한국이라는 농담이다. 이런 농담이 있을 정도로 한국은 일본은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 특히 2010년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로 올라서면서 우리 언론은 세계 열강 순위를 과거 미일중러에서 미중일, 이제는 미중이라는 양강 프레임으로 표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G2'(주요 2개국인 미국과 중국)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른 나라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다.

사실 일본은 1968년부터 2009년까지 42년간 세계 2위 경제대국(명목 GDP 기준)의 자리를 지켰다. 우리는 그걸 잊고 있고 지금도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다. 일본의 힘은 세계 제1의 기술을 가진 중소, 중견 기업에서 나온다. 이런 기업들은 자신만의 뛰어난 기술이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가 못 따라 온다.   

일본은 노벨상은 24명이나 받았다. 1명(1974년 사토 에이사쿠 총리)이 평화상이고 문학상 2명, 나머지는 기초 학문이다. 경제는 과학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노벨상 수상자 중 민간기업의 기술연구소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평생 R&D만 한 사람들이다. 이것이 일본의 저력이다. 

일본 군사력을 평가절하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일본 자위대 전체 병력은 24만5000명(한국군은 총 병력 56만명)으로 우리 절반에 불과하지만 일본은 해,공군이 강하다. 해군은 세계 5위 정도이고 공군은 세계 3위 정도다. 국방 예산은 세계 6위 정도 한다. 특히 일본은 군사장비가 굉장히 좋다. 우리가 독도 문제 열을 내곤 하지만 한일이 맞붙는다고 가정하고 시뮬레이션을 하면 우리가 백전백패다. 일본 문제를 다룰 때 '군사 대국화'의 길을 간다고 표현하지만 이미 '군사 대국'이다. 일본은 1943년 '야마토(大和)'라는 세계 최대 전함(길이 263m, 배수량 7만2000톤, 주포 460mm)을 만든 나라다. 일본은 현재 45톤이 넘는 플루토늄을 가지고 있다. 핵무기 6000~1만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위성을 쏘아올릴 수 있는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제작도 가능하다. 미국의 위성 발사체에도 일본 부품이 들어간다. 유엔 외교력도 한일간 차이가 크다. 유엔 회의에서 한일이 맞붙으면 20표 정도 차이가 난다는 말이 있다. 

일본은 한국에게만 무시당하는 나라다. 일본은 우습게 보는 나라는 우리빼고 단 한 곳도 없다. 정신 승리만으론 안된다. 조국 전 법무장관이 "죽창을 들자"고 했을 때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죽창 가지고 일본과 싸울 수 있나, 라고 생각했다. 시대감각이 19세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그런 태도로는 절대 일본은 이길 수 없다. 우리는 닥치고 반일(反日)하면 본전은 한다. 일단 반일해서 손해볼 것은 없다. '보통의 일본'을 얘기하면 친일 분자라고 한다. 여론 조사해보면 70~75%는 일본에 대해 우호적인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이것이 한국 국민의 정서다.

우리는 한일 관계를 생각할 때 '과거사'와 '영토 문제'가 먼저 오기 때문에 거기에 눈이 가려서 다른 부분을 못 본다. 고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 이사장은 이런 말을 자주했다. "한국 사람들은 일본을 볼 때 3가지 안경을 쓰고 본다. 하나는 '색안경', 또 하나는 '굴절 안경', 마지막으로 '확대경'(일본에서는 큰일도 아닌데 우리만 침소봉대해서 크게 보는 경향)이다."

일본은 바라볼 대는 훈련이 필요하다. 아예 없어질 수는 없다고 해도 굴절되는 각도를 조금 줄이고 너무 확대해서 보지 않고 색깔을 너무 진하게 넣지 말자."

-일본은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나.

"일본이 바뀌고 있다. 과거 일본의 전전(戰前) 세대는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죄와 반성, 일본의 우위에 대한 확신으로 한국은 한 수 아래니 봐줄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전후 세대가 주류가 된 지금은 '혐한', '반한'이 주류가 됐다. 옛날에는 없던 말이다. 지난해 일본 내 최대 부수(발행 부수 70만)를 자랑하는 월간종합지 '문예춘추'에 특집기사 3개가 실렸는데 '한국과 단교하자'는 내용이었다. 1년에 이런 반한 관련 특집이 세번이나 다뤄졌다. 그만큼 혐한, 반한 내용이 팔린다는 방증이다. 반한 기사를 실은 일본 주간지도 잘 팔린다.

이런 혐한, 반한 분위기가 정치적 이슈나 위안부 이슈로 시작된 것은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류'가 촉발했다. (이런 주장이 정설은 아님. 여전히 역사 갈등과 한국의 경제 급부상이 일본 내 혐한, 반한 분위기의 원인이 됐다는 주장이 다수임) 일본 여성들이 나이를 떠나 한국 문화에 푹 빠졌다. 아베 신조 총리에게 물어봤더니 부인 아케에 여사가 한국 팬인데 자기도 '제5공화국' 드라마를 다 봤다고 했다. 한번은 '겨울연가'에 출연한 한국 박용하씨와 아베 부부가 골프를 치고 셋이 사진을 찍었는데 아키에 여사가 중간에 있던 자기를 오려내고 두 사람이 찍은 것으로 짜집기 해놨다고 하더라. 일본 내에서 여성들이 한국 문화에 빠지니까 거꾸로 치고 올라온 게 혐한이다. 과거엔 주로 타블로이드 잡지에서만 혐한을 얘기했는데 이제는 너무 퍼져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우파 총리가 나와서 툭툭 치니까 혐한이 더욱 확대됐다. 

지금 일본 분위기는 한국에 대한 '체념'과 '불신'이다. 체념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안된다. 불신은 한국에서 상황이 바뀌면 또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이런 과정에서 불신이 점점 더 커져갔다. 사죄,배상,파기,사죄의 도돌이표 순환을 얼마나 더 반복해야 하느냐는 질문이다. 협상할 때마다 한국 정부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말하지만 일본은 그 말의 진정성을 의심한다. 한국을 이해하는 사람들도 우리가 몇 번이나 사과해야하느냐고 물을 정도다. 아베 총리는 일본의 혐한, 반한 정서를 가장 잘 이용하는 정치인이고 문제인정부는 반일 감정을 가장 잘 활용하는 정부라서 한일관계가 매우 힘들다. 잘 될수 없는 구조다. 

결론적으로 한국과 일본, 모두 역사의 포로가 되어 있다. 역사의 포로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이런 상황을 타개해나가기가 무척 어렵다. 한일 문제는 다층적이고 다차원적이기 때문에 역사는 역사대로 해결하되, 경제나 사회, 문화같은 다른 이슈들에서는 협력을 해나가야 한다."

-스가 시대의 한일 관계는 변화할 수 있나.

"스가 총리가 역대 최장 관방장관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일본 관방장관은 사실상 넘버2다. 우리나라로 보면 대통령 비서실장, 국정원장,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청와대 대변인 역할을 동시에 한다. 외교를 포함해 모든 정보는 관방장관을 통해 총리에게 전달된다. 관방장관은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5시 두번씩 브리핑을 한다. 이슈가 없어도 한다. 일본의 시스템이 그렇다. 브리핑 도중 말 한마디 잘못하면 정권이 끝장날 수도 있다. 이런 관방장관을 7년 넘게 한 스가 총리는 한일 관계를 깨알같이 알고 있다. 

스가 총리는 (한국 대법원 판결로 한일의 핵심 현안으로 등장한) 강제 징용 문제는 1965년 수교할 때 한일 청구권 조약을 통해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생각한다. 이 것을 바꾸면 국제법 위반이기 때문에 한국은 신뢰할 수 없는 나라라고 이야기해왔다. 스가 총리는 취임 연설에서 미일 동맹을 중시하고 중러 양국은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북한과는 납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언급했는데 한국은 언급도 안했다. 스가 총리가 한국을 무시했다기보다는 한국과의 문제를 풀고싶은 속마음이 언급을 안하는 것으로 표출됐다고 본다. 한국과의 문제가 너무 민감하기 때문에 꺼내지 않은 것이다. 한국은 (박근혜정부가 일본과 맺은)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깨버렸다. 그런데 깨는 것까지만 하고 그 다음은 없다. 징용문제도 마찬가지다. 한국 대법원 입장을 존중할 수도 무시할 수도 없는 상태다. 앞으로 갈 수도, 뒤로 갈 수도 없는 꼴이다. 이걸 풀려면 정치적 리스크를 걸어야 하는데 우리 정부가 이걸 시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어정쩡하게 가는 상태가 계속 될 것이다."

-한일 관계의 출구는 있는가.

"스가 총리와 뭘 하고 싶으면 다음달 초가 지나기 전에 뭔가를 던져줘야 한다. 스가가 총리됐을 때 지지율이 74%였다. 하지만 지지율은 계속 떨어질 것이다. 총리가 취임할 때 70%대 지지율을 보여도 2,3개월만 지나가면 50%대로 내려온다. 30%대로 내려오면 위험 수위다. 20%대가 되면 슬슬 내려올 준비를 해야한다. 10%대가 되면 당장 그만둬야 한다. 아베 총리는 재직 시절 안보 문제로 2번 정도 위험 수위에 다다른 적이 있는데 리스크를 무릅쓰고 도박을 걸어서 살아났다. 스가 총리 지지율이 내려가기 전에 딜을 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줘야 한다. 그런데 한일 이슈 자체가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치고들어갈 것 같지는 않다. 문 대통령 스타일상 힘들다. 스가 정부는 1+3년 가능성이 높다. 경쟁자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우리도 내년가면 레임덕 오고 대선 다가오기 때문에 지금 밖에는 기회가 없다. 지금 못하면 이런 상태가 계속 간다."

 

     

 

 

다카마쓰 고분 (高松塚古墳) 가는 길. 일본 나라현 다카이치군 아스카 남쪽 산자락에 위치해 있다. 이 곳 풍광은 한국의 시골을 닮았다. 가야나 백제에서 건너온 도래인들이 자신들의 고향과 비슷한 장소를 찾아 정착한게 아닐까. 필자는 가보지 못했지만 인근에 도래인 백제 출신인 아지사주(阿智使主, 아치노오미)가 정착해 살던 히노쿠마 마을이 있다고 한다. 아지사주의 후손이 아야씨로 불리는 한(漢)씨들이다. 이 마을에 도래인 조상을 모신 오미아시(於美阿志) 신사도 있다. '일본서기'에는 "야마토노아야의 조상인 아지사주와 그 아들 도가사주가 17현의 무리를 거느리고 와서 귀화했다"고 적혀있다. 

 

1972년 발견된 다카마쓰 고분. 이 안에서 고구려 고분 벽화에서 발견된 사신도, 별자리 그림, 여인 행렬도가 나왔다.

 

이 고분 아래 쪽에는 '성수(星宿)의 광장'이라는 이름의 별자리 공원이 조성돼 있다. 이 별자리 공원은 고분 석실 천장에서 발견된 북극성과 28개의 별로 이뤄진 별자리를 그대로 본 딴 것이다. 1300여년 전 아스카 시대 사람들이 바라보았던 하늘의 모습이 지금도 그대로 현대인의 머리 위에 펼쳐져 있다. 차이가 있다면 현대인보다는 아스카 사람들이 더 자주 하늘을 올려다 봤다는 사실이리라.

 

다카마쓰 고분에서 발견된 여인 군상 그림. 고분 석실의 북면에는 현무 그림이, 동서 벽면에는 여인 군상, 남자 군상, 해를 상징하는 삼족오(三足烏), 달을 상징하는 두꺼비, 그리고 청룡과 백호가 그려져있었다. 고분 석실 천장에는 북극성을 중심으로 사방에 7개씩 28개의 별이 그려져있었다. 여인 군상의 복식은 고구려 쌍용총에 나오는 고구려식 주름치마인데 풍만한 얼굴과 손에 지물을 든 모습은 당나라식이다. 고구려와 당나라의 문화가 일본에서 섞이며 일본화하고 있는 시기에 조성된 고분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광물질 안료로 그린 이 그림은 발굴 당시 1300여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마치 어제 그린 것처럼 생생히 전해졌는데 공기에 노출되자 서서히 변색돼갔다. 일본 문화청은 2005년 석실을 해체해서 벽화를 고분 밖으로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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