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 처방 없이 지엽적 문제에 집착한 결과, 착한 의도로 나쁜 결과를 가져왔다.”

역대 정부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접근법에 대해 유길상 전 한국고용정보원장은 이렇게 평가했다. 문재인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은 민간 영역 확산의 마중물이 되지 못했다. 박근혜정부의 고용유연화를 통한 이중구조 완화 정책은 노동계의 거센 반발에 동력을 상실했다.

진보정권도, 보수정권도 해결하지 못한 채 한국 노동시장에 고착시킨 이중구조 문제는 윤석열정부의 당면 개혁과제이기도 하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취임 후 두 번째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통해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심각성을 확인했다”며 “10월 중으로 대책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노동계 안팎에선 이전 정부의 이중구조 해소 정책을 반면교사로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근시안적 정책, 비정규직만 늘렸다”

13일 유 전 원장은 본지 통화에서 이중구조 심화 원인에 대해 “시장원리에 반하는 정책들로 부작용을 초래했다”며 “노동운동도 이중구조를 심화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근시안적인 정책과 정규직 중심의 노동권 강화가 비정규직의 비율은 크게 줄이지 못하면서 처우만 악화하는 형태로 나타났다는 의미다.

실제로 고용부의 2022년 고용형태 공시 결과에 따르면 직원 수 300명 이상 기업의 ‘소속 외 근로자’는 2017년 90만2000여명 수준에서 올해 3월 말 기준 93만5000여명으로 늘었다. 소속 외 근로자란 기업에서 파견·용역 등의 형태로 일하는 근로자다. 통상 비정규직으로 불린다. 전체 근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9%에서 17.9%로 1.1%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쳤는데, 2020년과 올해에는 각각 전년 대비 0.2%포인트, 0.5%포인트 늘어나면서 들쑥날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정규직 제로’를 외친 문재인정부에서 정책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점은 현 정부가 수치의 함정에 빠져선 안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지난해까지 중앙부처와 공기업 등 853개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19만8000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이는 이명박정부(6만명)와 박근혜정부(8만명)보다 훨씬 큰 규모다. 그러나 공공기관 정원을 정부 임기 내 35% 이상 늘리고, 협력업체 소속 직원들을 자회사를 만들어 채용하는 등 각종 ‘꼼수’가 난무했다. ‘인국공 사태’(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 추진에 기존 정규직과 취업준비생들 반발)로 공정성 시비가 커지는 등 청년층의 반감도 샀다.

유 전 원장은 “결과만 가지고 접근하다 보니 물줄기(근본 원인)를 바로잡는 걸 하지 않았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단계적으로 질 좋은 일자리창출이 이뤄지는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태기 단국대 명예교수는 “정책 자체도 미흡했지만 이중구조 문제는 교육, 대학 등과 다 맞물려 있다. 각 분야 정책들과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적합한 기술을 갖추지 못한 근로자들은 이중구조 아래에 위치할 공산이 크다. 이들에 대한 사전 및 재교육과 함께 다양한 고용형태를 감안한 노동 관계법 개정 등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디지털·신산업 분야 인재 18만명을 2024년까지 양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신산업시대 노동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근로기준법 개정 방침을 시사했다.

◆‘저임금’ 곡소리… 원·하청 해법 찾아야

정부가 정책 시야를 넓히는 것과 아울러 조선업 등 업계 고질병인 다단계 원·하청 구조개선에도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월 50여일 만에 마무리된 대우조선해양 사태는 정부 추산 7000억원대의 경제적 손실을 남겼다. 이중구조 문제가 경제·산업계에도 적잖은 해악을 끼칠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역대 정부가 원·하청 임금격차 해소에 목소리를 내왔지만 관련 정책은 모호했다”며 “뚜렷한 대책을 내놓는 대신 계속 스터디(연구)만 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고용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조선업의 소속 외 근로자 비중은 62%에 달한다. 조선업처럼 성수기가 뚜렷하게 구분돼 비정규직에 의존하는 건설업(47.3%)과 제조업 분야의 철강·금속업(32.6%) 등도 상당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는 사측과의 협상이 어려워 사실상 정규직 전환이나 임금 인상을 요구할 수 없는 처지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이 같은 이중구조가 더욱 심화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빈부 격차도 여전하다. 통계청이 올해 초 발표한 임금근로일자리 소득 결과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대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529만원인 반면, 중소기업 근로자는 259만원으로 2.04배 차이였다. 문재인정부 첫해인 2017년(2.19배)과 비교해 대동소이하다.

이에 노동계 일각에서는 국가 주도로 하청 근로자에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보장하는 제도를 활성화해야 하청의 임금 파업을 막고 이중구조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미국에서는 ‘적정임금제도(Prevailing Wage·PW)’를 시행하고 있다.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 건설 사업에서 주 정부가 업종별로 시간당 임금을 설정해놓는 제도다. 임금 삭감이 불가능해 저가 수주 경쟁을 막을 수 있다. 심규범 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연구센터 전문위원은 “적정임금제도를 도입하면 하청의 가격경쟁이 기술경쟁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도적 뒷받침 없인 임금체계 개편 ‘공염불’ 그쳐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는 윤석열정부의 노동개혁 핵심 과제인 임금체계 개편과도 연결돼 있다.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늘어나는 연공급제로 부담이 커진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늘리는 악순환이 반복돼서다. 그러나 임금체계는 노사 간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전임 정부들이 20년 가까이 드라이브를 걸었음에도 제자리인 실정이다. 정부가 제도적 뒷받침과 사회적 대화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13일 대한상공회의소의 ‘코로나19 이후 임금격차 진단과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연공급제의 대표 격인 호봉급제를 도입한 대기업 비중은 지난해 기준 60.1%로 나타났다. 근속기간 1년 차 근로자 대비 30년 차 근로자의 임금수준(임금연공성)은 2.95배에 달했다. 이는 주요국과 비교해도 꽤 높은 편이다. 연공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일본은 2.27배, 독일 1.80배, 프랑스 1.63배, 영국 1.52배 등이다.

내부 노동시장이 이처럼 경직될 경우, 대다수 기업들은 추가 고용 시 비정규직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결국 임금체계 개편 없이는 비정규직 확대를 막기 어렵다. 이에 정부는 한국형 직무별 임금정보 시스템을 신설하고, 컨설팅 사업을 확대해 임금체계 개편을 지원하기로 했다. 노동시장 개혁 과제 초안을 만들고 있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최근 업종별 근로자·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현재 임금이 결정되는 체계와 직무·성과 평가방식이 공정한 보상으로 연결되는지 등에 대해 의견을 취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에선 보다 적극적인 정책 대응을 주문한다. 한국은행의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정책 대응’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임금체계 개편의) 성공 여부는 인사관리 시스템이 얼마나 직무 중심으로 전환되는가에 달려 있다”며 “기업 간 임금을 공개하고 비교하는 임금공시제를 통해 기업 간 임금격차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라고 제언했다. 직무·직능급제가 비교적 활발한 미국은 노동국(BLS)에서 800개가 넘는 직종의 임금을 숙련도별로 상세하게 제시하고 있다. 임금 책정의 체계와 기준을 정부 차원에서 정리해 인사관리 분쟁을 최소화했다. 독일은 2017년 임금공개법을 제정해 임금에 관한 정보를 기업별로 알 수 있도록 했다.

임금체계 개편을 가속화하기 위해선 노사 양측의 사회적 합의가 필수인 만큼 정부 출범 이후 ‘개점휴업’ 상태인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노동계 관계자는 “노사 입장을 이분법적으로 보는 대신 정부가 얼마나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대화 테이블에 앉히느냐가 합의 여부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연금개혁은 흔히 ‘코끼리 옮기기’로 불린다.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덩치가 큰 데다 다양한 구조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수식을 푸는 것도 쉽지 않다.

우리 연금제도는 제도 목적인 ‘노후 소득보장’에 있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재정안정성’은 한참 전부터 ‘빨간불’이 켜졌지만 방치됐다.

육중한 코끼리를 옮기려면 한마음으로 힘을 합쳐야 하지만 개혁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어렵다.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다. 역대 정부도 모두 연금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개혁’ 수준의 변화로 이어지지 못한 배경이다.

윤석열정부는 공적연금 개혁을 국정과제로 내걸고 ‘시대적 과제’인 연금개혁을 향한 첫발을 간신히 뗐다. 윤석열 대통령은 “연금·노동·교육 개혁은 국민이 명령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2023년도 5차 재정 계산에도 본격 착수했다. 내년 3월까지 재정 추계 결과를 발표하고 내년 7월까지 연금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연금개혁 방식에는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이 있는데, 정부는 모수개혁을 우선 추진할 계획이다. 모수개혁은 국민연금 제도의 틀은 바꾸지 않고 보험료율(월 소득의 9%)과 소득대체율(40%), 의무가입기간, 수급개시 연령(올해 기준 63세) 등을 조정하는 개혁 방식이다. 쉽게 말해 ‘더 내고 더 받을지’, ‘덜 내고 덜 받을지’ 등을 정하는 게 모수개혁의 핵심이다.

◆“60년 후엔 소득 30% 내고, 20%만 받을 수도”

윤석열정부에서 연금개혁은 ‘더 내고 덜 받는’ 재정안정론의 관점에서 주로 논의되고 있다. 지금의 연금제도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공적연금은 국민연금과 공무원·사학·군인·별정우체국직원 등 특수직역연금으로 구성되는데, 국회예산정책처의 ‘4대 공적연금 장기 재정전망’을 보면 국민연금은 33년 후인 2055년이면 기금이 소진되고 2090년에는 적자가 178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무원연금은 2020년 이미 적자가 2조원이 넘었고, 군인연금도 같은 해 1조7000억원 적자였다. 사학연금은 2033년 적자로 전환돼 2048년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국민연금의 기금 소진 시기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앞당겨지고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81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을 밑도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30년 전체 인구의 20%를 넘고, 2070년에는 절반에 가까운 46.4%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노인 인구는 늘어나는데 생산인구는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다. 2018년 제4차 국민연금 재정 계산에서는 현재의 보험료율을 유지한다면 기금 소진 이후 2088년까지 누적적자가 1경7000조원에 달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권문일 국민연금연구원장은 통화에서 “60∼70년 후면 가입자 1명이 수급자 1.4명을 감당해야 하는데 기금이 고갈되면 노인들에게 평균 20%의 급여율만 보장한다고 해도 가입자는 소득의 약 30%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며 “미래 세대에게 30%를 내고 20%를 받으라고 하면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대 간 약속’인 연금제도를 미래세대가 믿지 못하면 제도는 지속할 수 없다.

◆평균 57만원으로 노후 보장할 수 있나

그렇다면 재원이 모자란 만큼 연금이 노후 소득을 충분히 보장해주고 있을까. 지난 4월 기준 노령(국민)연금 평균 급여액은 57만6905원(특례노령·분할연금 제외)이다. 노후에 받는 50만원대 급여가 적정 소득을 보장해줄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지난해 OECD가 각국의 소득대체율을 비교한 조사에선 한국은 31.2%로 OECD 평균(47.4%)에 크게 못 미쳤다.

소득대체율 40%는 겉보기에는 연금이 노후소득을 상당 부분 책임지는 것 같지만 이는 40년 가입했을 경우다. 실제 소득대체율은 40%보다 크게 낮을 것으로 짐작된다. 지난해 12월 기준 ‘20년 이상 가입자’는 전체 노령연금 수급자(483만명)의 15.4%(74만명)에 불과하다. 가입 기간이 10년 미만인 특례노령연금 수급자가 26.4%(127만명)를 차지한다. 물론 연금 가입 기간이 짧고 연금액도 낮은 데는 우리 연금제도의 역사가 짧아 미성숙한 탓이 크다.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와 2차 베이비붐 세대(1968∼1974년생)가 은퇴하고 수급자가 될 때는 가입 기간과 수급액이 모두 늘어나게 된다. 다만 국민연금이 성숙하려면 가입자가 일찍 연금제도에 들어와 장기간 가입해 많은 수급액을 타도록 해야 하지만 ‘국민연금 사각지대’가 적지 않다. 지난 5월 기준 국민연금 가입 대상자 3099만명 중 가입자는 2179만명이다. 60살까지 최소납입 기간 10년을 채우지 못하는 가입자들을 포함하면 사각지대는 더 늘어난다.

◆“보험료 올리되 노후소득 대책 마련해야”

‘재정안정성’과 ‘노후소득 보장’, 무게 추를 어디에 두는지에 따라 연금개혁의 방향이 바뀐다. 재정안정성을 강조하는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9일 국회 토론회에서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약 17%까지 인상하고 국민연금 내 소득에 따라 차등을 두는 재분배 기능을 없애고 완전소득비례연금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윤 연구위원은 “정부의 낙관적인 재정 추계가 맞는지 전문가들의 검증을 받아야 하고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의 미적립 부채, 누적적자 등을 공개해 지금의 제도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남찬섭 동아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연금제도가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해야 사람들이 돈을 더 낼 수 있다”며 “소득대체율을 45% 이상으로 올리고, 보험료 인상도 필요하지만 경제 위기를 고려해 먼저 다른 재원 마련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지난해 43.4%로 OECD 평균인 13.1%의 3배가 넘는다. 우리 전체 인구 빈곤율이 16.7%인 것을 고려하면 노인 빈곤 문제가 특히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 교수는 “유럽 대부분의 나라는 노인빈곤율이 10%를 넘지 않는다”며 “경제규모 10위권인 나라가 2000년대 중반부터 노인빈곤율이 40%에 계속 머문다는 건 자원배분이 아주 잘못돼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원장은 “OECD 평균 연금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7∼60% 되는데 우리는 모든 공적 이전소득을 다 포함해도 불과 25%”라며 “공적 이전소득 비중이 작다는 건, 적정 노후소득을 보장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빈곤도 심각하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2007년 이후 15년 동안 재정 안정화 조치가 전혀 없었다”며 “국민연금의 보장성이 지금도 충분치 않아서 급여를 내리는 건 적절치 않고 보험료율을 12%까진 단계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 위원장은 “있는 그대로의 재정 상태를 가입자에게 공유해서 보험료 인상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고 인상폭이 크지 않더라도 우리 세대가 지속가능성을 위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 개혁 동력으로 특수직역까지 손봐야”

정부가 국민연금 모수개혁에 나섰지만 이것만으로는 당면한 연금제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국민연금은 돈을 적립해 장기적으로 급여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당장의 노인빈곤 문제를 개선하지 못한다. 기초연금이 그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다른 공적연금과 분리돼 발전하다 보니 국민연금·기초생활보장제도 등과 상충하는 문제가 생겼다.

재정 문제도 이어진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과의 관계 재설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공무원·군인·사학연금 제도 개혁 등 구조개혁 없이 연금개혁은 완성될 수 없다.

윤석열정부는 기초연금을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노인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기초연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40만원 정도를 임계점으로 본다. 기초연금이 40만원이 되면 노인 부부 가구가 부부 감액 20%를 받아도 월 64만원을 받게 된다. 국민연금 평균 급여액(월 57만원)보다 많다. 물론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함께 받으면 혜택이 더 크다. 하지만 매달 납입하지 않아도 되는 기초연금 수령액이 올라가면 보험료가 부담스러운 일부 저소득층에게는 국민연금 가입 동기가 떨어질 수 있다.

기초연금을 강조하는 전문가들은 기초연금을 강화해 저소득층을 확실히 보장하고 국민연금의 재분배 기능을 없애, 낸 만큼 받는 소득비례로 바꾸자고 제안한다. 중산층 이상은 연금수급액이 늘게 돼서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등으로 노후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다. 기초연금이 도입된 뒤 국민연금의 재분배 기능과 중복된 측면이 있고, 국민연금의 재분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국민연금이 앞으로도 제 기능을 못 할 것으로 본다.

고소득자는 일찍부터 연금에 가입해 수급액을 최대한으로 받고, 저소득자는 연금에 가입하지 않아 재분배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한국의 특성상 소득이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는 데다 보험료를 전액 부담해야 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은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성숙하면 대부분의 노인이 수급자가 되기 때문에 국민연금을 중심에 두고 기초연금은 보조수단으로 써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지금 당장의 노인빈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초연금이 필요하지만 세금으로 충당하는 기초연금의 경우 확대하더라도 미래에 적정 노후소득을 보장받기는 어렵다.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국민연금 제도 안으로 들여오는 게 장기적으로는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구조개혁이 여러 이해관계자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지만 정부가 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모수개혁 부분 개혁은 윤석열정부에서 완수하고, 더 나아가 다층연금체계를 정립하는 등 구조개혁 방향의 합의를 끌어내면 큰 성과”라고 말했다. 권문일 국민연금연구원장은 “특수직역연금 문제도 심각하다”며 “이미 적자여서 세금으로 보전해줘야 하는데, 이해관계자가 복잡해 정치적으로 다루기 쉽지 않다. 국민연금 개혁에서 동력을 얻어 특수직역연금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잠실롯데호텔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중국공산당의 도전에 맞서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역내 국가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은 대만해협 사태와 관련, “미국과 관련국들의 결의가 약해졌다고 판단한다면, 중국은 대만을 공격할 것”이라며 한국과 베트남은 ‘쿼드’(Quad)에 참여해 중국의 도전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쿼드는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이 참여한 안보협의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폼페이오는 2018년 싱가포르,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을 막후에서 조율했다. 인터뷰는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잠실롯데호텔에서 진행됐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유럽에선 러시아의 도발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중국의 도전은 대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홍콩과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인권탄압 사례를 흘려 넘겨선 안 된다.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는 모든 관련국은 중국의 스파이 활동이나 경제적 활동 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대만이 중국의 도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군사적인 지원을 포함해 모두 수단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우크라이나 군대는 규모도 작고 능력도 뛰어나지 않다. 우크라이나 역시 주권을 지킬 수 있도록 필요한 자원을 제공해줄 필요가 있다.”

―대만해협 사태는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에도 파장이 크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중국공산당은 한국에 안보와 경제 차원에서 매우 큰 도전이 되고 있다. 내가 반복적으로 얘기한 것이지만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조종하고 있다. 김정은은 시진핑의 대필작가나 다름없다. 국가안보 차원에서는 두 사람을 독립적 존재로 봐선 안 된다. 중국은 북한에 필수적인 경제적 자원을 지원하기 때문에 김정은의 행동은 결코 독립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 이는 한국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우리는 꼭 해야 할 일에 집중해야 한다. 쿼드가 그것이다. 쿼드는 순항하고 있다. 이제는 중국공산당의 도전을 이해하는 다른 나라들도 쿼드에 참여해야 한다. 한국이나 베트남이 그런 나라들이다.”

―가까운 장래에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수 있다고 보나.

“시점을 예상하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다. 지금 당장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시진핑은 현재 미국 행정부의 취약점을 간파하고 있다. 미국 군사력의 취약점이 아니다. 결의의 부족이다. 미국 정부는 중요한 것을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능력이 있는데도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을 보호하지 않았다. 이달 말이면 미국의 아프간 철군 1년이다. 나도 아프간 미군 감축에 동의했지만 미국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빠져나왔다. 그런 과정을 시진핑과 김정은이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중요한 것을 지키겠다는 미국과 관련국들의 결의가 약해졌다고 판단한다면, 중국은 대만을 공격할 것이다.”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해 5월 미 의회 인준청문회에서 “주한미군을 지역 범위의 작전계획에 통합시키겠다”고 발언했다. 대만 급변사태 시 주한미군이 동원될 가능성이 있는가.

“주한미군은 (중국의 대만 침공을 격퇴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개인적으로 주한미군을 배제한다면 실수라고 생각한다. 중국공산당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선택을 하려면 많은 희생을 치르겠다는 결연한 각오를 해야 한다. 한국은 물론, 미국도 중국과 경제적으로 긴밀히 얽혀 있다.”

폼페이오 전 장관과의 인터뷰는 세계일보 자매지인 미국 워싱턴타임스, 일본 셋카이닛포와 공동으로 진행됐다. 오른쪽부터 셋카이닛포 토시유키 하야카와, 필자, 워싱턴타임스 가이 테일러, 워싱턴 타임스 **. 서 있는 인사는 폼페이오 경호원. 허정호 선임기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2일 ‘서밋 2022 & 리더십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북한은 대통령 재임 시절 나와 함께 출발했던 길을 계속 걸어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한은 핵을 포기할 수 있을까.

“우리는 북·미 정상회담 당시 핵을 포기하고 체제 안전을 보장받으라고 설득했다. 그리고 2700만 북한 주민의 삶을 개선시키라고 했지만 비핵화 이행 방법을 놓고 의견이 갈려 결국 미완에 그쳤다. 하지만 김정은은 젊다. 그가 핵 없이도 안전한 나라가 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시진핑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야 한다.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은 트럼프를 만날 때마다 시진핑에게 사전 보고를 했다. 싱가포르, 하노이 회담 직전에는 공개적으로 시진핑을 찾아갔다. 그에게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무슨 말을 할지, 어떻게 행동할지 보고를 하고 지도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대화를 할 때마다 모든 면에서 중국의 입김을 느낄 수 있었다.”

―트럼프 정부가 다시 들어서면 북·미 정상회담이 재개될 것으로 보나.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에 걸었던 길을 다시 걸을 것이라고 보는 게 상식적 판단 아닌가. 지난 회담에서 북한 고위층과 많은 접촉이 있었고 이는 큰 자산이다.”

-2024년 대선에 출마할 계획인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하나님만이 알 것이다. 오는 11월 미 의회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조남규 기자 coolman@segye.com
 

 

*아래는 함께 인터뷰한 미국 워싱턴타임스 기사. 

Pompeo says China’s Xi senses ‘weakness’ emanating from White House

Former secretary of state say calls out Biden's 'absence of resolve' on foreign policy

By Guy Taylor - The Washington Times - Updated: 10:23 p.m. on Sunday, August 14, 2022

The U.S. should give Taiwan “every tool” it needs to block a Chinese takeover, according to former Secretary of State and potential 2024 Republican presidential candidate Mike Pompeo, who says an “absence of resolve” in President Biden‘s foreign policy has invited aggression from adversaries around the world.

Hostile regimes — particularly Russia, China, Iran, North Korea and Venezuela — sense weakness and are eager to capitalize, Mr. Pompeo said over the weekend. He suggested that the art of great-power deterrence that has long undergirded America’s global posture has all but fallen by the wayside over the past two years.

“Deterrence depends on both capabilities and intention, and the administration has not shown the intention to protect the things that matter,” Mr. Pompeo told The Washington Times in a wide-ranging interview during a visit to South Korea, where he appeared at an event promoting deeper U.S. engagement in the Pacific.

Although he sidestepped the question of whether he will run for president — saying “only the Lord knows” — Mr. Pompeo said he will do everything he can to ensure a Republican victory in the congressional midterm elections.

He expressed concern that national security agencies, including the FBI, are under assault from a “political mindset” that threatens to undermine the core mission of protecting Americans.

When asked about the FBI’s raid of former President Donald Trump’s Mar-a-Lago estate in Florida, Mr. Pompeo said it’s imperative to “strip out the politics” from the agency’s day-to-day operations.

He warned of dangerous consequences “when you start prosecuting your enemies” in domestic politics.

More broadly, he suggested that Mr. Biden‘s foreign policy missteps should factor into Republican efforts to retake Congress and the White House. He said the anniversary this week of the Taliban’s surge back to power in Afghanistan is one of the more disturbing examples.

Xi sees weakness

The administration’s disastrous handling of the U.S. troop pullout set into motion a trend of adversaries pushing the envelope in increasingly aggressive ways, Mr. Pompeo said.

China, especially, has grown emboldened to advance its interests vis-a-vis Taiwan with confidence that Washington will seek to avoid confrontation, he said.

Mr. Pompeo said he personally supported reducing U.S. forces in Afghanistan, but only under a “certain set of conditions.”

“Every world leader” witnessed the “debacle” of the U.S. withdrawal last year and “saw an America that wasn’t prepared to do the basic blocking and tackling, something that it was fully capable of doing to protect its people and its interests,” he said.

“When they see that — that absence of resolve — I think it increases the likelihood that Xi Jinping will make an aggressive attempt to do what he has long wanted to do, which is to bring Taiwan back inside of the Chinese orbit,” he said. “There is little doubt in my mind that Xi Jinping senses weakness from an American administration.”

His comments coincide with hand-wringing in Washington over the Biden administration’s response to rising Chinese military provocations toward Taiwan after House Speaker Nancy Pelosi’s visit to the island democracy.

Mr. Biden drew bipartisan criticism over his administration’s conciliatory rhetoric around the Pelosi visit. The White House went so far as to publicly warn the California Democrat that the trip was “not a good idea” and could unnecessarily provoke China.

The placatory posturing continued even after China responded to the Pelosi visit with live-fire military drills, claiming her trip violated the U.S. commitment to the “one-China” policy.

The administration has since drawn criticism for resisting a bipartisan push for legislation to revamp the policy by declaring Taiwan a “major non-NATO ally” and authorizing $4.5 billion in security assistance.

Pelosi undercut

Mr. Pompeo, who was a Republican congressman from Kansas before serving as CIA director and secretary of state under Mr. Trump, took issue with the administration’s posturing and defended Mrs. Pelosi’s resolve to visit Taiwan.

“Once Speaker Pelosi had announced her intention to travel to Taiwan, to have the executive branch … frankly part of her party … come out and say, ‘No we don’t think it’s wise for her to go,’ is exactly the same language that would be used [by] the Chinese Communist Party’s foreign ministry,” he said. “That weakens America. It makes us less secure and certainly presents a lot of risk to Taiwan.

“The Chinese act as if this was some huge challenge, some huge confrontation with them, some intentional provocation of the Chinese Communist Party,” he said. “She was getting on an airplane, landing and having a meeting, and so we ought not lose sight of the fact that what the Chinese Communist Party did over the last week isn’t really a response to Pelosi’s visit.”

“[It] was a post-hoc justification for what they’ve wanted to do … to unify Taiwan with China,” Mr. Pompeo said. “The truth is they want to go take over another free and sovereign nation and bring it inside of the Chinese orbit.

“To protect them from allowing that to happen,” he said, “we should be providing the Taiwanese every tool they need.”

The former secretary of state also accused the administration of falling short on providing military support to Ukraine to fend off Russia’s invasion.

“There’s been all this talk about we’re going to provide these resources, and I think if you ask the Ukrainian military, we have been slow and late and small,” Mr. Pompeo said. “You can disagree on the policy, and many do, even inside my own party. But if your policy is to support the Ukrainians and provide them the tools they need to defend their own sovereignty, provide them. Don’t issue a press release; just provide them.”

Clear lines drawn

Mr. Pompeo also criticized the Biden administration’s policy of waiting indefinitely for Iran‘s hard-line Islamist government to accept the president’s offer to reinstate the Obama-era nuclear accord. Mr. Trump pulled the U.S. out of the agreement in 2018.

The Justice Department last week announced that an Iranian operative had been charged in a plot to kill Trump-era National Security Adviser John Bolton. Sources familiar with the charges have said Mr. Pompeo was also a target in the plot.

Mr. Pompeo said Iranian leaders have “made no secret” about efforts to “come after” officials of the former Trump administration. He said the Trump administration was more committed than the Biden administration to ensuring “Iran never got nuclear weapons.”

“The Biden administration is pretty focused on giving them a whole bunch of money, which will ultimately enable them to do just that, to build not only a weapon but a weapons program,” he said in reference to the administration’s offer to restore sanctions relief if Iran returns to compliance with nuclear enrichment limitations set by the Obama-era deal.

Mr. Pompeo spoke with The Times while in Seoul to participate in a leadership summit, Toward Peace on the Korean Peninsula, hosted by the Universal Peace Federation.

UPF was co-founded by Hak Ja Han Moon, the leader of the Unification Church and wife of the late Rev. Sun Myung Moon. The two devoted their lives to the promotion of world peace and the reunific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 an undergirding premise of the movement that grew from the Unification Church that Rev. Moon founded in 1954.

The movement has evolved through the decades into a global spiritual movement and an affiliated commercial empire comprising hundreds of ventures in more than a half-dozen countries, including hospitals, universities and newspapers, including The Washington Times.

In his interview with The Times, Mr. Pompeo emphasized the need for a firmer and clearer policy toward North Korea. He suggested that the Biden administration’s lack of resolve has resulted in Pyongyang “preparing to conduct a nuclear test.”

More broadly, Mr. Pompeo described “deterrence” as an idea “at the center of keeping America safe.”

“Whether you live in Minnesota or Texas or El Paso,” he said, “you need a strong America that deters.

“You can’t constantly be on your back foot … purely playing defense, because the other side will see that,” Mr. Pompeo said. “If they don’t feel risk and they don’t feel threat and they don’t feel that there is a strong America, then I always use the old Southwest Airlines line, they will ‘feel free to move about the cabin.’

“That’s what you’re seeing all across the world. You’re seeing the bad guys feel free to move across the cabin.”

He said the Trump administration’s model was “to use America’s core strength, our economic power, our resources and energy, all the tools that we have that aren’t related to the United States military. And then we’re going to build up a military that says when it’s ‘go’-time, we’re going to be really good.”

He said the Biden administration needs to learn from the Trump team’s combination of clarity about bright lines and willingness to push back if those lines are breached.

“Our national security team [was also] serious about saying these are the things that matter, we’re going to defend those lines. It wasn’t everywhere and always. It was realistic. It was restrained,” Mr. Pompeo said. “But we were serious about it, and I think that kept a lot of the bad guys saying, ‘You know, we think we’ll give the Americans some space for the things that they have demonstrated that they care about.’”

He said that under Mr. Biden, “that’s what’s flipped.”

“When you draw those lines, you set out the boundaries, you have to be prepared to defend them … in a way that the bad guys can see it’s just not worth the risk,” he said.

• Guy Taylor can be reached at gtaylor@washingtontimes.com.

https://www.washingtontimes.com/news/2022/aug/14/pompeo-says-chinas-xi-senses-weakness-emanating-wh/

 

 

‘0.81명.’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이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이 1명 이하인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 OECD 회원국 평균치(2019년 기준 1.61명)와 비교해봐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의 가파른 저출산·고령화 속도다. 2006년 정부가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시행한 뒤 수백조원의 재원을 투입했지만, 이 기간 합계출산율은 1.13명에서 0.81명으로 낮아지고 출생아 수는 45만명에서 26만명으로 줄어드는 등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로 연금·복지재정 등에 소요되는 비용은 갈수록 늘어나고 이에 따른 세대 간 갈등 요소도 곳곳에 포진돼 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로 인한 비용만 늘고 대책 효과는 미진한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대책을 복지 문제가 아닌 사회·경제적 구조 개혁 차원으로 전환하고, 저출산 완화 정책과 함께 ‘적응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19일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 2020∼2070년’에 따르면, 2070년 출생아 수는 2020년(27만5000명)보다 8만명 가까이 줄어든 19만6000명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출산율 등 인구변동요인별 중위(중간 수준) 추계 기준으로, 저위 추계 시 출생아 수는 12만명으로까지 줄어든다.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많아지면서 총인구는 2020년 5184만명에서 2070년 3766만명(중위 추계) 수준으로, 생산연령인구는 1737만명(2020년 3738만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노동공급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을 끌어내릴 수밖에 없다. 인구가 증가하던 시기에 형성된 교육·국방·산업 등 사회·경제 시스템에도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15년간 380조원 투입… “근본적 변화 필요”

여태껏 정부가 이 문제를 손 놓고 바라보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정부가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2006년부터 2020년까지 15년간 투입한 예산은 380조2000억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예산 투입에 5년마다 새로운 대책을 추진했음에도 출산율 감소를 막아내지 못한 만큼,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한다.

인구 전문가인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복지 차원에서 다스리기에는 굉장히 제한적인 효과밖에 없다”면서 “삶 전체를 관통하는 의제로 돌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출산유인책과 같은 일시적 현금성 지원이나 복지서비스보다는 교육·주택·산업·고용 등의 전반적인 사회·경제적 구조개혁이 필요한 때라는 것이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2020년 30대 미혼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저출산인식조사에서 정부의 인구구조 변화 대응 정책에 관해 묻자 절반 가까이(45.4%)가 ‘출산 장려 위주의 정책으로 느낀다’고 답했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지원 위주의 정책으로 느낀다’는 응답은 20.9%에 불과했다. 전 교수는 “복지에서 경제로, 출산에서 생애 전체로의 접근 방식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당연히 구조개혁도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4차 계획, 추상적 패러다임 아래 세부 과제 망라”

2020년 말 마련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서도 방향의 변화는 보여줬다. 4차 기본계획은 ‘모든 세대가 함께 행복한 지속 가능한 사회’라는 비전 아래 개인의 삶의 질 향상 등의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아직 일자리·주거 등 저출산을 불러일으키는 사회·경제적 요인에 대한 세부 과제가 부재하고, 가족지원 예산 등도 미흡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선권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지난 5월 ‘제4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보고서에서 “(제4차 기본계획은) OECD 주요국의 보편적인 정책 방향인 가족지원 확대, 최근의 국제적인 합계출산율 동향에서 분명해지고 있는 경제적 불확실성 요인에 대한 대책 등과는 괴리돼 있다”며 “‘모든 세대의 삶의 질 제고’라는 추상적 패러다임하에서 부처별 관련 세부 과제들을 망라해 제시하는 방식을 여전히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지난해 8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저출산 정책은 핵심과제에 집중하는 동시에 정책 수단의 합목적성과 관리 효과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며 “저출산 대응 재정사업 추진 시 수혜자 입장에서 정책의 효용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저출산·고령화 ‘적응 정책’도 병행돼야

저출산 현상을 완화하는 대책과 동시에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부정적 영향에 우리 사회가 잘 대응하도록 하는 ‘적응 정책’이 병행될 필요성도 제기된다. 단기간 내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힘든 상황에서 변화하는 인구구조에 따라 파생될 혼란들을 미리 방지하고, 미래 세대에 부담이 되지 않게끔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책 변화를 주도할 거버넌스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통화에서 “미래의 이야기를 공무원들이 하기 힘들다. 아직 안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 예산을 배정받을 수도 없고, 그 사건들은 대부분 갈등적 요소가 많다”면서 “그런 것을 하게끔 하는 체계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게 (인구정책)기본법이기도 하고 거버넌스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도 대통령실에서 의지를 표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지방소멸은 저출산의 결과인 동시에 인구 감소를 심화시키는 원인이기도 하다. 청년층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하면서 소멸위험지역이 증가하는 가운데 수도권 역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이 확산하기 때문이다. 지방에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등 장기적인 국가균형발전 전략이 저출산 위기 극복의 첫 단추가 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19일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센터장에 따르면 2022년 3월 현재 전국 228개의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역은 113개(49.6%)로 나타났다. 소멸위험지역은 20~39세 여성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가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0.5 미만) 지역을 말한다. 소멸위험지역은 2005년 33곳에 불과했지만 2015년 80곳으로 증가한 뒤 2020년 102곳으로 집계돼 100곳을 넘었다.

20~39세 여성 인구가 65세 고령인구의 5분의 1에 미치지 못하는 소멸고위험지역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20년 소멸고위험지역은 23곳이었는데 지난 3월 현재 45곳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과거 제조업이 활발했던 통영시, 군산시 등은 물론 포천시, 동두천시 등 수도권 외곽도시도 새롭게 소멸위험지역에 포함되는 등 범위가 점점 확산하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초저출산 현상(합계출산율 0.98명)이 지속될 경우 2047년부터 전국 모든 시군구가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수도권 집중화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인구구조 변화와 대응실태I(지역)’ 보고서를 통해 2047년 158개 시군구는 인구가 감소하지만 수도권 집중화의 경향으로 경기도 내 20곳을 포함한 71개 시군구의 인구는 오히려 증가해 지역 간 불균형이 심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도권을 향한 청년층의 이주는 수도권의 활력을 높이기보다는 인구를 감소시키는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다. 높은 인구밀도가 사회적 경쟁을 심화시켜 만혼, 저출산 현상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임보영 감사원 청구조사4과장은 ‘우리나라 초저출산과 지역불균형의 관계에 관한 실태분석’을 통해 “청년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양질의 교육과 일자리가 몰려 있는 수도권을 선호해 수도권으로 이동한다”면서 “초저출산과 수도권 인구이동 문제를 점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방의 양질의 교육과 일자리를 육성해 심각한 지역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우리가 직면한 위기와 도전의 엄중함은 진영이나 정파를 초월한 초당적 협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16일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초당적 협력’을 세 번, ‘위기’를 아홉 번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국제 질서 급변, 경제 불안, 북한 도발 등을 열거하면서 정부와 여야가 조속히 힘을 합쳐 복합위기에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여야는 지난 5월30일 국회 후반기 임기가 시작된 이후 35일 동안 협력이 아닌 대치를 이어가다 지난 4일에야 원구성에 합의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초당적 협력이 시급한 영역 중 하나가 외교·안보 분야다. 국회가 공전하는 동안에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위협과 미국과 중국의 전방위적 전략경쟁,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내외적 환경은 급변했다. 이제부터라도 새 정부와 정치권이 진영 논리에 갇힌 외교를 타파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한 대북정책을 다시 가다듬는 등 외교·안보 정책의 묘수를 찾기 위한 협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국가 존망 달린 외교·안보 문제에 여야가 있을 수 없다

윤석열정부가 마주한 외교·안보 현실은 녹록지 않다. 북한은 제7차 핵실험 임박 관측 속에 수시로 무력도발을 감행하고 있다. 미·중의 전략경쟁 틈바구니에서 우리의 안위와 실리를 챙기는 전략적인 외교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전쟁이나 군사적 위협 등의 전통적 군사위협뿐 아니라 재해와 재난, 기후변화와 감염병 확산, 국제테러와 사이버 범죄 등 비전통적 안보위협에도 대처해야 한다. 아울러 글로벌 공급망 확보, 원자력 협력 등 경제안보 문제와 지역·글로벌 협력까지 윤석열정부 앞에 놓인 외교·안보 과제는 한둘이 아니다. “외교·안보 문제에 여야가 있을 수 없다”는 말은 어떤 정권에서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 윤석열정부의 첫 외교수장인 박진 장관이 “외교에는 오직 국익뿐”이라며 “외교·안보 문제는 당리당략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오랜 소신”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역대 정부도 외교·안보 정책 출발점에서는 초당적 협력과 협치를 내세우곤 했다. 그러나 결국 분리와 독식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외교·안보 현안을 외부의 위협에 대응하는 문제로 인식하기보다는 내부의 이념·정치 성향의 흑백대결로 몰아갔기 때문이다. 2020년 9월 서해 소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북한군에 피살·소각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월북’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신구 정권 충돌의 도화선이 되면서 정부와 여야 간 갈등 요소로 등장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윤석열정부는 새 정부 출범 컨벤션 효과를 기반으로 강한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정권 초기를 잘 활용해야 한다. 자기 진영을 설득하고 상대 진영을 감싸안을 수 있는 정치적 여력이 충분할 때, 초당적인 외교·안보 정책의 추진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준규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은 “외교·안보 정책은 성격상 사전에 야당이나 여론의 동의를 득한 후에 추진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이해를 구하려는 진지한 노력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분법에서 헤어나 장기적 남북관계 로드맵 수립해야”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15일 ‘6·15 남북정상회담 22주년 기념식’ 축사를 통해 “남북관계가 힘든 시기이지만 이런 때일수록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남북관계를 안정시키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정부의 대북정책은 역대 진보정권들이 보여줬던 유연한 자세, 역대 보수정권들이 지켜왔던 안정적인 태도, 이 모두를 아우르는 새로운 길을 열어갈 것이라고도 했다. 권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그동안 정권에 따라 냉탕·온탕을 오간 대북정책으로 남북한 신뢰 구축은 고사하고 남남갈등만 키워왔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1990년 통일을 성취한 독일의 사례는 한국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13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했던 기민당의 헬무트 콜 총리는 1982년 취임 연설을 통해 “지금까지 동독과 체결한 협정을 존중하고 진행 중인 협상도 계속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기민·자민당 연립정부는 전임 사민당 정부가 1969년부터 추진했던 ‘동방정책’(Ostpolitik)을 계승해 현실에 맞게 발전시켰다. 1990년 10월 독일 통일은 국민들의 통일 열망과 서독 정부의 일관성 있는 통일 정책 추진, 서독 정치권의 초당적 통일 합의가 일궈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은 2012년 본지 기획시리즈 ‘통일이 미래다’ 인터뷰에서 “독일 주변의 그 어느 나라도 독일의 통일을 바라지 않았다. 유럽 전체가 분단된 독일을 선호했다”고 전했다. 송 전 장관은 “하지만 (독일은) 국론이 통합돼 있었기 때문에 통일이 가능했다. 우리 주변 상황은 독일보다 더 험난하다”고 강조했다.

“주변국 어느 나라도 한반도 통일을 원치 않는다. 서독은 힘이라도 컸다. 우리는 중국, 일본과 비교해서 힘이 작다. 독일보다 더 국론이 뭉쳐 있어야 한다. 그런데 분열돼 있다. 이런 상황에선 그 어떤 정책을 써도 성공할 수 없다.” 지난 33년 동안 외교·안보 현장에서 쌓은 송 전 장관의 통찰이다. 송 전 장관의 인터뷰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한 치의 변화도 없다. 오히려 더 악화됐다고 보는 게 적확할지 모른다.

이런 상황 속에서 노태우정부 시절 북방정책을 입안·추진하고 대북 밀사로 북한과 40여차례에 걸쳐 회담한 박철언 전 정무장관의 발언은 현 정부는 물론 정치권이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박 전 장관은 지난 4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통합위원회가 개최한 ‘초당적 대북정책 실현을 위한 제언’ 간담회에서 “아직도 보수는 반북, 진보는 친북이라는 낡고 국론 분열을 초래하는 이념적 이분법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초당적·포용적인 바람직한 대북정책과 탈이념적 실용·실리적 남북관계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북한 전문가인 정성장(사진)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윤석열정부가 안정적인 외교·안보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여당과 야당 그리고 정부 3자가 균형 있게 참여하는 여·야·정 협의기구의 신설 및 운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정 센터장은 최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여전히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어떠한 정책을 추구할 것인지, 만약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어떻게 남북한 간에 힘의 균형을 회복하고 남북관계를 관리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정 협의기구 신설을 통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접점을 모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여야 동수 의원들과 정치권이 추천하는 전문가 집단이 참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같은 민관 기구를 통해 향후 10년 이상을 내다보는 중·단기 외교·안보 정책 방향에 대한 초당적 협력 기반 구축이 긴요하다는 게 정 센터장 지론이다.

정 센터장은 윤석열정부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선례로 노태우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88년 이홍구 당시 서울대 교수를 국토통일원 장관(통일부 장관에 해당)에 임명했다. 이 전 교수는 마르크스주의 사상 연구의 권위자로 당시 파격적인 인사로 평가 받는다.

정 센터장은 “1988년 노 전 대통령은 이 장관에게 당시 정치적 위상이 높았던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과 대북정책을 논의하라고 지시했고, 이를 통해 1989년 여·야·정이 합의한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까지도 보수와 진보 진영 모두가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 대해 긍정 평가하는 이유다.

그는 “이처럼 윤 대통령도 대북정책과 관련해 통일부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고, 그에게 초당적 대북정책 수립을 주문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 센터장은 과거 정권에서 대북정책의 일관성 부족도 지적했다. 그는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 모두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 시기의 남북화해협력 정책을 계승 발전시키기보다는 대북 강경정책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사에서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내세웠다. 야당과의 대화를 정례화하며 수시로 만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정 센터장은 문정부 대북정책에 대해 초당적 협력을 추진하지도, 전문가들 의견도 충분히 청취하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지난 3월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약 0.73%의 헌정 사상 최소의 득표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며 “이 같은 윤 대통령의 ‘신승(辛勝)’은 국민이 그에게 ‘통합’과 ‘협치’를 명령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소야대(與小野大)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국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야당과의 ‘협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전임 정권의 대북정책 기조를 부정하려 할 것이 아니라 계승 발전시키면서 초당적 대북정책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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