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의 고독감, 고립감 해소를 고민하는 일본 기업들에 최근 부쩍 주목을 받는 것이 가상공간이다. 특히 온라인 사무실에 자신의 아바타(온라인에서 개인을 대신하는 캐릭터)를 설정해 두고 일을 하거나, 동료들 간에 소통하는 메타버스(metaverse)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을 대표하는 인쇄업체인 톱판은 신입사원 교류의 장으로 메타버스를 도입했다. 직원들은 아바타를 통해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업무를 배우기도 한다. 신입사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기본적인 목적이라고 한다.

가상 오피스서 동료 일정 확인까지…  일본 히타치솔루션·크리에이트의 가상 오피스 개념도. 직원들의 자리를 사진으로 표시(사진 왼쪽)하고 대화를 나누거나, 자신의 기분을 아이콘이나 간단한 코멘트로 표시할 수 있는 기능(오른쪽 위 빨간 숫자)을 갖춰 동료 간 소통을 돕는다. 사진을 클릭하면 해당 직원의 일정(오른쪽 아래)도 확인할 수 있다. 히타치솔루션· 크리에이트 홈페이지 캡처

업무용 시스템을 개발하는 슬랙은 잡담전용 채널을 만들어 선후배들 간의 소통 수단으로 삼고 있다. 자료 작성법을 알고 싶다는 요청이 있으면 선배들이 바로바로 추천 책을 소개하는 등 신속한 반응이 특징이다.

시스템 개발사인 히타치솔루션·크리에이트는 이런 기업들이 활용할 가상 오피스 서비스를 출시했다. 사용자들이 심리적 안정을 쉽게 느낄 수 있도록 온천 여관, 캠핑장 같은 디자인을 적용하고 직원들의 얼굴 사진에 ‘아, 바쁘다’, ‘배고프다’ 등 농담 같은 코멘트를 달아 친근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공간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원격근무가 늘면서 동료 사이 접촉기회가 줄고, 폐쇄감마저 느끼는 사례가 늘자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추세다. 아사히는 “원격근무 경험자의 59.6%가 원격근무 도입 전에는 없었던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조사가 있다”며 “(동료들 간에)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와인, 게임 등 다양한 테마를 즐기는 직원들의 온라인 모임을 적극 지원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화장품 회사 랭크업은 모임 활동을 회사에 보고하면 1인당 월 2000엔(약 2만원)을 지원한다. 와인, 빵 만들기 등을 즐기는 11개의 모임이 활동 중이다.

온라인거래 플랫폼 회사인 메루카리에는 육아 정보를 교환하는 아빠·엄마 모임, 보드게임 모임 등 800개가량의 모임이 있다. 직원의 90% 정도가 원격근무를 하고 있는 이 회사에서 온라인 모임은 직원 간 결속을 다지는 중요한 수단이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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