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초연결 사회의 역설 ‘단절’
(하) 취약층 디지털 고립 심화

양금자(가명·60)씨는 재작년 인천의 한 대학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하며 만학도가 됐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확산한 비대면 수업 환경은 그에게 낯설기만 했다. 조카가 입학 선물로 사준 노트북을 두고도 양씨는 수업 내용을 손으로 필기했다. 컴퓨터 사용에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아서다. 손으로 적다가 수업 내용을 놓치기 일쑤였다. 수업 자료를 파일로 제공한다는 것은 시험이 끝나고야 알았다고 했다. 그는 컴퓨터를 배워보려고 했지만, 한 달에 30만원이나 하는 교습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 포기했다.

특히 조별 과제가 있는 수업은 더 힘들었다. 자료 조사부터 발표까지 모두 컴퓨터로 수행돼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손주뻘 동기생들에게 계속 도움을 청하기도 부담스러웠다. 장학금을 받지 못하면 학업을 그만둬야 할 형편이라 시험이 다가올수록 그의 두려움도 커졌다. 입학 후 첫 시험날, 결국 그는 ‘커닝’을 택했다. 시험이 시작되기 전 시험장 책상에 붙어 있는 거리두기 안내문에 예상 문제 답안을 적었다. 해당 시험에서 적발돼 결국 0점 처리가 됐다.

스마트폰·PC 등 디지털 기기에 대한 접근성은 높아졌지만 고령층·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디지털 역량은 여전히 일반인과 격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양씨처럼 디지털 기기가 있어도 못 쓰는 경우가 적잖다. 지역적·경제적 여건과 문화·교육 수준의 격차로 인해 벌어지는 디지털 정보격차를 해소함으로써 사회 계층 간 양극화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령층·장애인, 디지털 역량·활용 낮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2022 디지털정보격차 보고서’를 보면 일반국민 대비 정보취약계층의 디지털 접근성 수준은 2020년 93.7%, 2021년 94.4%, 2022년 96%로 해마다 증가했다. 정보취약계층의 디지털 역량 수준은 2020년 60.3%, 2021년 63.8%, 2022년 64.5%로 70%를 넘지 못했다.

디지털 역량 수준이 가장 낮은 집단은 고령층이다. 지난해 고령층 디지털 역량 수준은 54.5%로 정보취약계층 가운데 가장 낮았다. 특히 연령별 디지털정보화 수준을 보면, 20대(127.2%)를 정점으로 70대 이상(55.6%)까지 계속해서 낮아진다. 70대 이상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20대보다 2배 이상 낮았다.

장애인 역시 접근성에 비해 디지털 역량 수준이 낮았다. 지난해 장애인의 디지털 접근성 수준은 96.7%였던 것에 반해 디지털 역량 수준은 75.2%에 그쳤다. 장애 유형별로 보면 장애인 가운데 시각장애인이 가장 디지털 정보화 수준이 낮았다.

이준범 세종점자도서관 관장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디지털 격차를 줄이려면 갈 길이 멀다는 입장이다. 이 관장은 “아파트 월패드(주로 신축 아파트에 설치된 홈 네트워크 기기로서 집 내에서 방문객 출입 통제, 가전제품 제어 등의 역할)를 보면 시각장애인이 직접 작동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며 “음성지원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장애인 디지털 문해력을 교육하는 김지혜 다사리학교 활동가는 발달장애인이 디지털 서비스를 다루기 어려워 실생활에서 겪는 소외 사례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용 방법을 몰라 배달앱으로 식사를 주문해놓고 업체 사정으로 배달 취소가 됐는데도 확인할 줄을 몰라 하염없이 기다리는 경우도 봤다”며 “최근 배달앱 업체가 누구나 쉽게 음식을 배달시킬 수 있도록 안내책자를 낸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여전히 발달장애인에게는 앱 사용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장벽 낮추기도 필요

최근 복지관과 노인대학, 동주민센터 등에서 고령층을 대상으로 키오스크(무인정보단말기) 사용법을 알려주는 수업이 열리기도 한다. 인천 한 주민센터에서 키오스크 강좌를 들은 이희경(가명·71)씨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키오스크 등 디지털 기계를 다뤘지만 노인들은 그렇지 않아 배워야 한다”며 “무료로 알려주는 이런 수업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했다. 다만 그는 “키오스크 강좌가 도움이 됐다”면서도 “가게마다 키오스크 화면이 달라 여전히 당황하는 일이 있고, 뒤에 사람들이 있으면 중간에 포기할 때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취약계층의 역량을 키우는 것과 동시에 디지털 장벽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준범 관장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을 비롯한 디지털 취약계층도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디지털 기술표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음성지원을 하는 전자책이 많아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일부”라며 “이러한 배려는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을 위해서도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혜 활동가도 “누구나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웹 접근성’이 법률로 의무화돼 있지만 여전히 미흡한 웹사이트가 많다”며 개선책을 촉구했다. 그는 “디지털 격차가 곧 생활 수준의 격차로 이어지는 만큼 적절한 폰트, 쉬운 언어를 사용하는 등 디지털 공간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을 도입하는 것이 디지털 취약계층의 디지털 접근성을 높여줄 것”이라고 당부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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