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조남규 정치부장

아직은 실력 발휘할 기회를 안주네요. 그래도 조만간 기회가 오겠죠.”

여권 내 대표적 경제통인 정세균 총리는 혁신성장에 전력투구하여 경제 활력의 마중물이 되겠다"고 했던 취임 포부를 제대로 펼 수 없는 상황이 못내 아쉬운 표정이었다. 1월 취임하자마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정 총리는 방역경제 살리기라는 상충되는 과제 사이에서 피를 말리는 결단을 요구받고 있다. 지난 24일 정부서울청사 총리 집무실에서 만난 정 총리는 지구촌 전체가 코로나19의 포로가 되어 있는만큼 방역에도 성공하고 경제도 살리고 싶다면서 국민들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협조를 아끼지 않고 있고 의료진들이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 모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어떤 총리로 남고 싶으냐는 질문엔 위기를 극복한 총리,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키운 총리, 대한민국이 선도형 경제로 가는 초석을 다진 총리라고 답했다.

정 총리 지난 22일 총리실 직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통보를 받은 뒤 진단검사를 받았다. 정 총리는 당연히 음성일줄은 알았다. 왜냐하면 정세균은 진짜 세균 아니냐. 바이러스는 가짜 세균이라서 진짜 세균한테는 안된다고 농담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중국 입국자를 막지 않은 조치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요즘 그렇게(중국 입국자를 막지않아서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했다고) 주장하는 분들은 별로 동의를 얻지 못한다. ·중 양국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워낙 밀접하다. 특히 중국은 우리에게서 수입만 하지만 우리 기업인들은 중국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인이 한국에 와야하는 이유보다 한국인이 중국에 가야하는 이유가 훨씬 많다. 외교는 대부분 상호주의다. 지금 한국인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중국을 자유롭게 왕래하고 있는 것도 그 때 무리하지 않아서다.”

-코로나19 대처 과정에서 아쉬운 대목은 없었나.

사실 초창기에 코로나19가 그렇게 강력한지 몰랐다. 나중에 다 지나놓고 평가해야겠지만 고비고비마다 부족함도 있었고 잘한 일도 있었고 그렇다. 국민들이 나중에 판단할 일이다. 지금은 그래도 국제사회가 한국이 참 잘하고 있다고 하니까 고마운 일이다. ”

-최근 4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통신비 지원 대상을 놓고 청와대와 정부, 여야가 이견을 보였다. 어떤 입장이었나.

통신비 자체에 대해서는 적극적이지 않았다. 굳이 지원하겠다면 재정적으로 열악한 젊은이와 노인에게 주는게 좋겠다는 입장이었다. 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나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지원하자고 했다. 제 희망대로 된 건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크게 어긋나지 않게 결론이 났다.

이번 추경의 의미를 찾자면 협치가 빛을 봤다는 점이다. 우선 정부안과는 다른 안이 국회에서 채택됐다. 정부와 국회가 협치한 것이다. 그리고 여당안과 야당안이 달랐는데 이것을 타협했다. 그래서 국회와 정부의 협치, 여야의 협치가 이뤄졌다. 앞으로도 매사에 그렇게 서로 양보하면서 협치가 이뤄지면 국민이 편안해진다.”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놓고는 보편복지냐, 선별복지냐는 오랜 논쟁이 재연됐다.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은 선별이냐 보편이냐가 중요한게 아니고 어떤 방식이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느냐가 중요하다. 이념적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고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정책을 만들고 집행해야한다. 이념적으로 접근할 일은 아니고 그야말로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정책을 만들고 집행해야한다.”

-1차 재난지원금은 전 국민에게 지급됐다.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선별지원됐다면 소비가 더 확대되고 국가재정 부담도 덜 수 있지 않았나.

그 때는 무엇보다 시간이 급한데 선별하기가 어려웠다. 선별해서 주려면 지급 시기가 늦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야당도 전국민에게 50만원씩 주자는 주장을 했다. 당시는 특별한 타이밍(4·15총선 국면) 아니었나. 그때 정치권이 서로 경쟁하는 양상이 되다보니 그렇게 결정된 측면이 있었다. 여튼 복지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이분법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상황과 사안에 따라서 선별적으로 하기도 하고 보편적으로 하기도 하고 둘을 잘 믹스하는게 최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 대한 무상급식같은 분야는 선별하기도 힘들고 낙인 효과도 있으니 편적으로 하는게 좋다. 재난지원금은 재난을 당한 분들한테 주는 것인만큼 선별적으로 하는게 옳다고 본다.”

-59년만에 처음으로 한해 4차례 추경이 편성됐다. 4차 추경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비율이 43.9%가 됐다. 감당할만한 수준인가.

빚은 하나도 없는 게 제일 좋다. 그런데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는데 달리 방법이 없으니 국채를 발행하는 것이다. 국가 채무가 얼마까지는 괜찮고 그 이상은 안된다는 원칙은 없다. 부채는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한다. 우리가 이웃나라에 비해서는 부채 비율이 좀 낮은 편이다. 그러니까 필요하면 어디서 빚내는 것도 가능하다. 옆사람이 3대 맞는데 내가 2대 맞으면 덜 아픈거나 비슷한거다. 다만, 최근 들어서 빚이 증가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그래서 좀 굉장히 긴장을 해야한다고 본다.”

기획재정부 중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2250.9%, 202354.6%, 202458.3%까지 상승한다. 이는 명목성장율을 20214.8%, 202220244%를 전제로 추산한 것이어서 성장률이 떨어지면 이 지표는 더 악화한다.

-중앙·지방정부 채무 외에 비영리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채무, 정부가 지급 보증하는 군인,공무원 연금을 합치면 GDP대비 정부 채무 비율이 사실상 100%를 넘어선다는 견해도 있다.

정부가 보유한 채권도 있다. 설령 부채비율이 높더라도 국민이 굶어죽게 생겼으면 먹여 살려야지 굶어죽게 두나. 부채 논쟁은 별로 의미가 없다. 가능하면 빚을 적게 지는게 좋고 한푼도 안지면 더 좋다. 그렇지만 국가가 재난을 당한 국민들을 급하게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그렇게 하는게 맞다.”

-재정 상황이 나빠지면 외환 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

우리가 이번에 외평채(외국환평형기금채권)를 발행했는데 거의 제로금리 수준으로 발행했다.(지난 10일 유로화 외평채는 국채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인 -0.059%, 달러화 외평채는 역대 최저인 1.198%로 발행됐다) 그런데 무슨 외환위기 걱정을 하나. 계속 방만하게 재정운용을 하면 그럴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전혀 걱정할 게 없다. 외환보유액도 충분하고 다른 나라는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는데 우리는 유지하고 있다.”

-국회에서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면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완화 등 실거주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되면 언제든지 실수요자인 1가구1주택자를 보호하는 등 여러가지 필요한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고 본다. 정부는 실수요자 보호, 투기수요 억제, 공급 확대라는 기조 하에서 부동산 금융 제한 등 부동산 시장 안정 정책을 과감하고 신속하게 펴왔다. 일단 급등세는 멈췄고 이제는 내년 5월말까지가 양도소득세 유예 시한이니 그 때까지 다주택자들이 보유 주택을 시장에 내놓는 등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다.

기본적으로는 1가구 1주택은 보호하자는게 정부 입장이다. 지금은 워낙 엄중한 상황이다보니 자칫 선의로 시행한 정책이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혹시 그것이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으로 이어지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무익한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좀 안정될 때까지는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이 착각하거나 오해할 수 있는 말도 하면 안되고 정책도 추진해선 안되는 시점이다.”

-연내에는 금융규제 완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로 들린다.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해 시행 중인 임대차 3으로 선의의 1주택자들이 집을 매각하기 힘들어지는 등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다는 취지이지만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는 부분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상황을 파악해서 막겠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부동산 중개 수수료가 너무 높아졌다는 여론이 있다.

현재로서는 정부가 따로 안을 만들거나 한 건 없다. 전체적으로 집값이 올라가다보니까 부담하는 금액이 커지는 것 아니겠나. 비율로 하니까. 그런 지적이 있는 건 알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공정경제3(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집단소송법등에 대한 재계의 우려가 있다.

일리가 있는 부분도 있고 또 좀 불편하더라도 감수하지 않으면 안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국회에서 이해관계자들 의견도 듣고 국민 여론도 수렴하는 입법 과정을 거쳐 현실에 맞는 입법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문재인정부 들어서 추진되는 입법 가운데 노동권 강화 법안이 많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 법 개정은 원래 이명박정부가 EU(유럽연합)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 할 때 EU에 약속한 사안이다. 국제사회와 약속을 할 때는 충분히 검토를 한 다음에 하고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 한다. 사실 노동관계법은 노동조합도 반대하고 사용자도 반대한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친 법안이 아니다.”

-일본에서 스가 총리 시대가 열렸다. 꼬일대로 꼬여있는 한·일 관계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일본 정부 차원에서 강제동원 판결이 집행되면 파국이라는 말들이 흘러나온다.

외교적으로 푸는 것이 최선이다. 사법부라고 해서 국가적인 이해관계나 국정을 전혀 도외시하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결이 나오면 존중하는게 옳고 판결을 강제할 방법은 없다. 정부는 주어진 여건 하에서 국익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우리는 정부가 사법부의 판결을 좌지우지하는 체제가 아니다. 일본은 우리하고 다른 시스템이다보니 우리도 일본과 같은 줄 알고 그럴 수 있다. 우리는 사법부 판결을 존중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사법부는 사법부대로 이런저런 것들을 다 고민하면서 하지 않았겠나. 사법부 판결을 존중하지 않거나 강제하거나 할 방법은 없다.”

-문재인정부의 남은 과제는 뭔가.

일단 코로나를 잡아야 한다. 그리고 한국판 뉴딜을 성공의 길로 끌고 가는게 최선이다.

우리는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가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디지털 뉴딜이 매우 중요하다. 과거 선진국을 추격해서 여기까지 올라 왔는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우리가 앞장서는게 있어야 우리 국력의 순위가 더 높아진다

-총리가 주도하고 있는 목요대화의 취지는 뭔가.

소통이다. 소통을 통해서 난제들을 해결해보자는 취지다. 처음에는 코로나19 이후의 대한민국에 대해 6번 대화를 했다. 최근에는 서울시의 자영업자들과 대화했다. 서울시가 임대하고 있는 공공시설 임대료를 인하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시와 얘기해서 임대료를 대폭 인하해줬다. 지난번 노사정대화를 해서 합의가 다 됐는데 민주노총이 못나와서 사인을 못했다. 그래도 경사노위에 줘서 합의한 안을 그대로 이행하고 있다.” 당시 노··정 합의안에는 고용유지 및 기업 살리기, 전국민고용보험 등 사회안전망 확충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리=이현미·최형창 기자, 사진=하상윤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는 전북 진안(1950) 전주 신흥고 고려대 법학과 쌍용그룹 상무이사 1520대 국회의원 열린우리당 원내대표(2005) 산업자원부 장관(2006) 민주당 대표(2008) 국회의장(20대 전반기) 46대 국무총리(2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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