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18일

 

박민(사회, 문화일보 논설위원): 지금부터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 초청 관훈토론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69대 총무 박민입니다. 먼저 초청에 응해주신 골드버그 대사님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도 불구하고 참석해주신 내외빈 여러분, 그리고 취재기자 여러분께도 감사 드립니다. 최근 국제정세는 위기라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러시아 의 우크라이나 침략, 그리고 지난주 북한은 대규모 도발을 감행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0월 16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중국 공산당 대회에서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오늘 아침 보도에 따르면 핵전력 현대화와 대미 과학기술 투쟁을 선언했습니다. 이에 따라 동 북아는 북한·중국·러시아와 한국·미국·일본이 전면 대립하는 양상을 보 이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문제를 포함한 국제문제에 정통한 대사님을 모시고 개최하는 토론회는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요한 인사 이트(insight)를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오늘 토론은 11시 50분까지 80분간 진행될 예정입니다. 순서는 골드버그 대사님의 인사 말씀을 듣고 패널 토론을 진행하고 이어 플로어의 질문을 받겠습니다. 그리고 대사님의 마지막 인사로 순서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오늘 현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순차 통역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먼저 골드버그 대사님을 간단하게 소개하겠습니다. 대사님은 미 국무부 최고위 직인 경력 대사(Career Ambassador)로 주콜롬비아 대사를 지내다가 지난 2월 주한 미국대사로 지명돼 7월 부임했습니다. 경력 대사는 군대로 치면 4성 급 장군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이 제도가 도입된 1955년 이후로 경력 대사 에 임명된 분은 예순세 분밖에 없다고 합니다. 골드버그 대사님은 보스턴 대에서 라틴아메리카학을 전공했고, 볼리비아 대사, 국무부 유엔 대북 제 재 이행 담당 조정관, 필리핀 대사, 쿠바 대사 등을 역임했습니다.

이어 토론에 나설 패널리스트를 소개하겠습니다. 제일 오른쪽이 강민수 KBS 재난미디어센터 기자입니다. 그다음이 이정은 동아일보 논설위원입 니다. 그리고 제 왼쪽으로 조남규 세계일보 취재 담당 부국장입니다. 그리 고 이치동 연합뉴스 영문북한뉴스부장입니다. 그러면 골드버그 대사님의 모두발언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필립 골드버그(주한 미국대사): 박민 총무님, 그리고 패널 및 귀빈 여러분, 오늘 이처럼 중요한 토론회에 참석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께서는 한미 양자관계 140년 역사에 대해서, 내지는 철통같은 한미동맹의 기원과 앞으로 우리가 나가야 할 향방에 대한 발표를 기대하고 오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여러분은 언론인이기에 이미 이에 대해서는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 다. 그래서 아마 질의응답 시간에 저를 당황하게 할 질문을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여러분 자리에 앉아 있더라도 그럴 것 같습니다. 저널리즘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여러분의 핵심적 인 역할을 존경하고 또한 감사한다는 말씀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께서는 ‘사람들이 매일 나에게 안 좋은 별명들을 붙이지만, 그래도 나는 그들의 권리를 늘 옹호할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께서 같은 연설에서 말씀하신 그다음 내용도 똑같이 중요합니다. ‘자신의 견해, 심지어 우리 미국인들이 동의하지 않은 견해까지도 표현할 수 있 는 모든 사람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미국인들은 싸웠고 목숨을 희생했다’고 같은 연설문에서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여러분이 동의하지 않는 이야기를 제가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140년 우정이 좋은 것은, 양국관계 가 너무나 오랫동안 지속돼 왔기 때문에 몇 가지 의견 불일치가 있어도 우리 관계는 바뀌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몇 분간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양국 군사동맹은 깨뜨릴 수 없는 철통과 같고 한국의 안보에 대한 미국의 의지는 흔 들림이 없습니다. 바이든 대통령도, 해리스 부통령도 몇 주 전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만, 여러분께서도 최근 로널드 레이건호 항모전단의 한국 방문, 양군 합동 훈련의 지속적인 확대를 통해서도 보셨습니다. 불행하게도 우리의 적들도 자유와 법치가 다스리는 현재 세계 질서를 바꾸기 위해 똑같이 의지를 발휘하고 있고, 그들에게 답하는 유일한 방법은 같은 생각을 가진 민주주의 국가들이 함께 일하는 것입니다. 만약 지정학과 경제관계를 분리할 수 있다면, 그래서 금전적인 손해 없이 우리의 원칙을 지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우리 모두 공감하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돌아가지 않습니다. 좋든 싫든 이 시대에는 안보·번영·민주주의가 서로 얽혀 있고, 각각에 대한 전례 없는 도전이 있습니다. 전략적 자원을 통제하는 권위주의적 국가들은 경제적·정치적·군사적 이익을 위해 이를 이용할 것입니다. 러시아가 잔혹하게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에 러시아산 가스가 제한적으로만 접근되는 상황에서 올겨울 난방을 어떻게 해야 하나 궁리 중인 유럽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인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이 나라를 보호하기 위해 미사일 방어체계를 배치한 이후 경제적 보복을 견뎌야 했습니다. 또 한편 유엔안보리 결의안의 의무를 소홀히 하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제재 회피 노력을 막지 못한 중국은 이 같은 위협을 줄이기 위해 한 일이 거의 없습니다. 제지당하지 않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라는 반복적인 제안을 점점 공격적인 도발로 응하면서 북한은 평화, 특히 비핵화를 대가로 한 평화에는 관심이 없다는 점을 명백하게 했습니다. 우리는 중국이 세계 무대에 서 스스로 주장하는 것처럼 책임 있는 행위자가 될 것을 계속 압박하겠지만, 지역 및 글로벌 도전 과제의 해결에 있어 중국이 계속 이러한 태도를 견 지한다면 그들의 지지를 기대할 수 없을 겁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의존해 야 합니다. 러시아·중국과 같은 권위주의적 국가는 민주주의적 국가 간의 불화를 바탕으로 성장합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분열은 그들의 행동을 효과적으로 막는 능력을 제한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분열의 씨앗을 심을 기회를 우리가 주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우리 국민과 삶에 실질적인 영향이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합니다. 미국의 경우,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와 깊고 지속적인 관계가 우리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믿고 있습 니다. 수십 년 동안 한국·일본 등과의 동맹관계가 전 세계 안보·평화·번영 증진의 핵심이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오늘날 이러한 동맹관계가 더 중 요합니다. 동맹의 능력과 범위가 우리의 집단적 이해관계에 부합합니다. 지난 몇 년 동안 공급망이 국가안보 사안이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 깨닫게 됐습니다. 안보와 번영을 위해 같은 생각을 지닌 파트너국 간의 무역과 투 자를 확대해 시장을 더욱더 탄력 있게 만들고, 규칙 기반의 질서를 지지해야 합니다. 우리는 정치적인 이유로 우리에게 돌아서서 이 같은 상호 의존성을 무기화하는 이들에게 힘을 실어줘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바로 그렇 게 하고 있습니다. 핵심 부문 및 공급망 등 한미 양자 무역은 계속해 성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 자동차, 이를 위한 부품에 있어서 한국에 의지합니다. 우리가 한국에 의지할 수 있으며, 한국도 미국에 의지할 수 있습니다. 공통의 가치관을 지닌 오랜 친구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기업이 이기면 한국 기업이 진다는 제로섬 게임으로 양자 경제관계를 규정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저는 그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한국, 미국 기업들이 함께 일하면서 경제 모든 부문에서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무시하는 견해입니다. 종종 양측의 무역 분쟁이 있기도 하지만 해결 의지가 있고 해결을 위한 메커니즘도 있습니다. 무역 사안을 두고 동맹 혹은 포괄적 글로벌전략 파트너십에 대한 미국의 의지가 약해졌다는 조짐으로 삼는 사람들은 잘못 알고 있는 것입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해 법안에 나온 전기차 인센티브에 대해 한국은 진지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우리는 이를 다룰 방법을 지속적으로 논의한다는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많은 한국 기업이 이 법안의 다양한 투자 인센티브로 인해 혜택을 받을 것이라 믿습니다. 특정 국내 조항을 예외로 하고 이 법안의 실질적 대상은 기후변화와 공급망이라는 사실을 명백하게 하고 싶습니다. 이 법안은 미국이 탈탄소화를 위한 글로벌 노력을 주도한다는 약속을 지키도록 해줄 것입니다. IRA 조항들은 너무 늦기 전에 미국이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합니다. 기다릴 수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공통의 가치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다양성은 장점이고, 이를 포용하는 것은 전략적 경쟁자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에게 확 실한 장점이 된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께서도 말씀하셨듯이 여성과 사회 소외계층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올바른 일이자 국가 안보적 의무이며, 우리는 그러한 맥락에서 양국의 정책을 생 각하기 시작해야 합니다. 복잡한 문제를 푸는 데 누가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어 모든 사람이 자신들의 잠재력에 도달하고 의미 있게 기여 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이해에 부합합니다. 같은 이유 에서, 우리는 우리 국경 밖의 사람들, 이들이 사는 신생 민주주의 국가들도 번창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우리와 같은 자유를 다른 사람들도 누릴 때 세상은 모든 이에게 더 안전한 곳이라는 사실을 압니다. 앞서 그 어느 때보다 오늘날 동맹관계가 더 중요하고 동맹의 능력과 범위가 우리의 집단적 이해관계에도 부합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우리가 만든 위대한 한미 군사 동맹은 우리가 오늘 누리는 폭넓은 글로벌전략 파트너십의 기초를 제공했 습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한국의 정치·경제·문화의 영향력은 세상의 일에 대해 한국인들에게 발언권을 주고, 한국은 이러한 책임을 진지하게 받아 들이고 있습니다. 우리 역시 이런 참여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양자 협력의) 일례로, 지난달 미국 국제개발처와 한국 외교부가 개발에 관한 양자 협력 관계를 심화하자는 데 합의했습니다. 양국은 태평양 섬 지역의 기후변화 퇴치, 동남아시아의 사이버 안보 강화, 아프리카 보건 시스템 강화 등 전 세계 다양한 구상에 협력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 모든 노력에서 중요하고 동등하며 능력 있는 미국의 파트너입니다. 함께 일하면서 우리는 세계 곳곳에서 선을 위한 강력한 힘이 될 것입니다. 같이 갑시다. 감사합니다.

사회: 골드버그 대사님의 모두발언을 잘 들었습니다. 모두발언을 오늘 아침까지 수정을 거듭했다고 말씀하셨는데 많은 통찰력(insight)을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안보와 번영 그리고 민주주의가 함께 얽혀 있는 그런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내용이라든지, 권위주의 국가가 민주주의 불화를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그들이 분열의 씨앗을 심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의지의 표명 같은 것들이 대사님이 한국에 부임하면서 가진 생 각도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생각을 잘 반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 패널들의 질문을 들어 보겠습니다. 역시 지금 동북아에서 가장 핵심적 인 이슈이자 또 한국의 가장 중요한 이슈인 북핵 문제라고 생각이 됩니다. 먼저 이치동 부장께서 북핵 문제에 관한 질문으로 토론을 시작하도록 하겠 습니다.

이치동(연합뉴스 영문북한뉴스부장): 대사님, 바로 질문드리겠습니다.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가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 그리고 국지도발 우려인 것 같습니다. 북한의 도발에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하려면 아무래도 예측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대사님께서는 저희보다 정보도 많고 경험도 많으니까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을 어떻게 보시는지, 연내에 핵 단추를 누를 것으 로 보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북한, 가까운 시일 내 7차 핵실험할 듯 필립 골드버그: 제가 7차 핵실험의 시기를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만, 많은 관리가 말을 해왔고 저 자신도 말을 해왔습니다만 가까운 시일에 핵실험을 할 것을 우리가 예상한다고 했습니다. 물론 언제 할지 그 정확한 날짜는 예 측할 수 없습니다만 모든 조짐을 봤을 때 북한이나 김정은이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조치를 한다면 그것은 무책임의 증거가 될 것이며, 이 지역에서 남북관계, 미국 그리고 일본까지도 긴장이 상승하는 도발과 위협이 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김정은이 설정한 목표의 방향이 나 경로를 우리는 그쪽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탄도미사일 실험이나 핵실험은 불법적이며 안정을 와해시키는 것이고, 그래서 파트너 국가들 및 동맹국들의 안보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 는 그런 반응을 요구할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우리 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 쪽에서는 조건 없는 협상, 코로나19 관 련 지원, 인도주의적 지원 등을 제안, 제시했습니다만 이에 대한 응답이 없 었습니다. 받은 반응이라는 것은 미사일 실험 혹은 핵실험 내지는 핵실험 을 위한 준비, 그리고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말들만 평양으로부터 나왔습니 다. 한국 쪽 윤석열 대통령께서도 구상을 제시했습니다만 여기에 대해서도 그런 적대적인 수사(rhetoric)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습니다. 윤 대통령의 구상에는 협상을 위한 인센티브나 비핵화를 위한 해결을 담고 있 었지만, 여기에 대한 반응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실험이 아니라 긴장을 낮 추고 결의를 보여주며 비핵화라는 목표를 갖고 우리가 이러한 위협이나 도 발에 대응, 대답한다는 것에 관해 우리의 파트너 국가들, 동맹국들과 정책 을 조율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치동: 세간에서는 한미 간의 비핵화 목표와 접근법이 과연 실행가능 (workable)하냐, 지속 가능하냐는 우려가 있습니다. 10월 10일자 파이낸셜타 임스 보도에서, 아마 대사님도 보셨을 것 같은데 이제는 미국이 북핵 문제 에 접근해 패배(defeat)라는 표현을 썼는데요. 실패를 인정하고 현실적인 새 로운 목표와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비중 있 게 다뤘습니다. 이에 대해 어떤 답을 주시겠습니까?

필립 골드버그: 미국이 설정한 목표라는 것은 동맹국 및 파트너국들과 도발 과 위협에 조율해서 대응한다는 정책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NPT(핵확산금 지조약)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NPT는 핵무기의 확산이나 개발을 막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꽤 튼튼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간 의 말들이나 분석은 제가 앞서 말씀드린 자유언론의 일부인 것 같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다양한 의견을 듣고는 있습니다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중 요한 사안이 현재 핵 장치나 미사일을 실험하는 체제이며, 이 체제는 평화와 안정을 위협한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여기에 우리는 초점을 두고 있 습니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조건 없는 논의나 협상을 이미 우리가 제시했습니다만 답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도발에 동맹국들이 어떻게 응답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필요를 현실적으로 우리가 생각해야 합니다.

이치동: 또 다른 의구심은 과연 한미 간 확장억제전략이 효과가 있느냐에 대한 것 같습니다. 모두에서 대사님께서 말씀하셨지만 얼마 전에 로널드 레이건 미 항공모함이 동해에서 훈련하는 와중에도 북한이 연속적으로 미 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동해로…. 가끔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배치하고 이런 정도의 확장억제전략으로 과연 북한의 핵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느냐는 의구 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필립 골드버그: 안보나 평화에 대한 도발과 위협에 우리는 결의를 다 갖고 대응해야 하고 확장억제로 맞서야 합니다. 확장억제에는 미국이 보유한 모 든 자산이 포함돼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이나 한국 국민, 한국의 안보에 대 한 의지를 갖고 있고, 그런 의지를 계속해서 보여줄 겁니다. 또한 기억해야 하는 것은 북한이 하는 이런 모든 행동이 불법적이고 유엔 결의안을 위반 하는 것이며, 심지어 스스로 한 약속조차 위반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반면 우리가 하는 행동들은 국제규범이나 국제법의 틀 안에 있고 합법적인 겁니다. 양자, 그리고 삼자가 같이 훈련하고 있고 우리가 하 는 일은 한국과 일본을 방어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힘을 가졌는지 보여주 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책임 있는 정부들에 의한 합법적인 행동인 반면, 북한이 하는 것은 안정을 와해하는 그런 정권, 그리고 힘을 보여주고 자 하는 정권이 자신의 주민들을 돕는 대신 이런 행동을 하는 정권에 직면해 우리가 이렇게 행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치동: 하나만 더 여쭤보겠습니다. 지난달 한미 간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 의체(EDSCG)를 재가동했습니다. 관건은 계획에서 실행 단계까지 한국의 참여와 역할을 보장·강화하는 것이라고 보는데요. 이를 위해서 예컨대 현 재 차관급인 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장관급으로 격상한다든가, 아니면 상 설 실무 기구를 구성해 가동한다든가 하는 아이디어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필립 골드버그: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EDSCG라는 것이 합의된 것을 근간으로 규칙적으로 만난다는 정도만 말씀드릴 수 있고, 우리가 어떻게 위협과 도발에 직면해 나아갈 것인지 논의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라는 점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장관급 회의에 대해서는 항상 양국의 외교부 장관이나 국방부 장관이 대화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워싱턴에서도 아마 장관들께서 만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대통령들, 정상들도 이에 대해 대화 했고, 얼마 전에 부통령도 방한했으며, 의원들은 수시로 한국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여러 직급(level)에서 이러한 사안을 놓고 대화가 늘 이뤄 지고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조남규(세계일보 취재 담당 부국장): 대사님, 제가 몇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것은요. 북한의 핵 위협이 고조되면서 우리 정부가 미국 정부에 확장억제를 보다 강화하자는 요청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예컨대 항모전단이나 핵 추진 잠수함 같은 전략자산을 한반도 인근 수역에 상시 순환 배치하는 방안이 거론됐는데, 한국 정부의 요청이 있었나요?

필립 골드버그: 그러한 특별한 요청에 대해 저는 아는 바 없습니다. 지난 5~6주 정도 거쳐 미국과 한국은 대규모 훈련으로 준비 태세와 상호운용성 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F35가 동원되는 공중 훈련도 있었고, 3국 간 미사일 훈련과 여러 미사일 관련 훈련도 있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한 국에는 3만 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함께하 는 노력, 그리고 한국 방어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의지와 약속을 보여주 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전략적인 훈련이 몇 가지 더 추가될 수 있습 니다만 그 누구도 미국의 의지를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 은 철통같고 깨뜨릴 수 없는 의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몇 가지 전 략 훈련을 더 추가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계속적이고 지속가능한 노력을 보여주는 문제라고 봅니다. 어떤 위협이 있더라도 양군이 합동해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각각의 도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한다 는 문제가 아니라 공동의 노력으로 한국과 한국 국민과 모두의 안보, 안전 에 대해 우리가 함께 대응한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문제라고 하겠습니다.

조남규: 여권 내에서는 핵은 핵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는데 몇 가지 주장에 대한 미국 정부 또는 대사님의 입장을 묻고 싶습니다. 대사님께서 핵확산방지조약(NPT)에 대한 의지를 매우 강하게 피력하셨기에 한국이 독자적으로 핵 개발을 하는 방안을 제의하겠습니다. 첫 번째가 과거 주한미군에 배치됐던 전술 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하는 방안입니다. 이에 관한 생각은 어떠신지요?

필립 골드버그: 윤 대통령께서 이런 사안에 대해서는 이미 NPT에 대한 한 국의 의지를 말씀하셨고, 이 문제를 다룬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 리는 전술핵이든 아니든 간에 위협을 증가하는 핵무기에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오히려 긴장을 늦추기 위해 이런 핵무기를 제거할 필요에 좀 더 초 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확장억제와 관련해서는 핵전력을 포함한 모든 부문에서 미국이 가진 것을 총동원해 보호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철통같은 의지를 갖고 있고, 여기에 대해 아무도 의심해서는 안 됩니다. 한국 및 일본과 우리가 함께하고 있는 노력은 위협 및 도발에 대 응하는 것이고, 여기에 대해 결의를 보여주는 것으로 우리가 대응하는 것 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확장억제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그 누구도 의심 해서는 안 됩니다. 전술핵 이야기가 푸틴에서 시작됐든, 김정은에서 시작 됐든 간에 그런 이야기는 아주 무책임하고 위험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 니다. 그리고 긴장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조남규: 대사님의 답변을 들어보니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나토식 핵 공유협정 같은 것도 반대하는 입장으로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필립 골드버그: 제가 말씀드린 것은 핵 능력을 포함한 확장억제에 대한 미 국의 의지였습니다.

조남규: 이것은 다른 차원인데요. 한국 정부는 핵 추진 잠수함을 개발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핵 추진 잠수함은 핵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지 못하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에 미국의 허가가 필요한 부분 인데, 이와 관련한 한미원자력협정을 전향적으로 개정할 의향은 없는 것인가요?

필립 골드버그: 그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할 준비가 돼 있지 않습니다. 잠수함과 관련해서는 예산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데, 제가 잘 못 알고 있는지 모릅니다만 여하튼 그런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논의할 준 비가 전혀 돼 있지 않습니다. 대신 양국 간 민수용 핵 원자력 부문 협력에 는 관심이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대해서는 양국이 항상 대화하고 있습 니다.

조남규: 한국 국민 가운데에는 이런 우려가 있습니다. 과연 미국이, 워싱턴 이나 뉴욕이 북한 핵에 위협당하는 상황에서도 한국을 보호할 것인가. 혹시 미 본토에 위협이 되지 않는 수준에서 북핵을 용인하지 않을까. 가령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같은, 미국 본토를 공격하는 수단을 막는 선에서 미 국이 북한과 핵 군축 협상에 나서지 않을까, 이런 우려들입니다. 이런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필립 골드버그: 제가 거기에 대해서는 명백히 말씀드린 것 같습니다. 미국은 한국과 장기적인 조약 동맹을 통한 진지한 의지를 갖고 있고, 우리가 가진 자산엔 핵 능력도 포함돼 있다는 것입니다. 억지 능력에는 핵 위협에 대응한 핵 능력, 미국의 핵 능력도 포함돼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 리가 지금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은 우리의 주위 상황이나 대화를 어떻게 하면 북한의 위협을 끝낼 수 있는지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춰야 하지, ‘만약 이렇게 한다면 어떻게 될까’라든지, 핵을 가진 북한이 정상인 것처럼 여겨 지는 가설적인 상황에는 우리가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되겠습니다.

사회: 북핵 문제, 심각한 문제인데 거기에 대한 우리의 대응 태세, 또 최근 국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전술핵 재배치나 핵 공유 문제에 대해 대사님께서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원칙을 설명해주신 것 같습니다. 첫째는 그런 위 협에 대응해 핵무기 등을 추가로 배치하거나 보강하는 데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기존 핵을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점, 그리고 미국은 가 용가능한 모든 전략적 자산 등을 동원해 동맹을 보호하겠다는 확고한 의지 를 갖고 있고, 그것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계속되고 지속가능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마 이것이 많이 논의된 미국의 입장을 포괄적으로 정리해준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다른 문제로 질문을 이어갈까 합니다. 오늘 아침에 중국 공산당 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이 많은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한·미·일 간의 군사 협력 문제, 또 한일 간의 외교 문 제가 중요한 외교적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강민수 기자께서 질문을 이어가겠습니다.

강민수(KBS 재난미디어센터 기자):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연일 강경 발언을 쏟 아내고 있습니다. 특히 타이완(대만)에 대해서는 통일을 위해 무력 사용 가 능성까지 시사한 상황입니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자유아시아방송과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을 투입할 수 도 있다고 했는데, 미국과 중국 간 무력 충돌 발생 시 주한미군의 일방적인 차출 가능성이 있는지 대사께 여쭙고 싶습니다.

필립 골드버그: 타이완 사안에 대해 일단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무력이나 위협이 아니라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견해는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 사령관께서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는 사실 그분 스스로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를 설명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은 주한미군과 미국의 의지는 한반도에 집중돼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의지는 이 지역, 한반도에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고, 나머지는 추측일 뿐이고 어떤 사람의 의견일 뿐입니다.

강민수: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미국과 중국의 무력 충돌 시에 한반도의 안 보 공백이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한미동맹이 한반도 평화 유지에 최우선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대사께서 외교관으로서 하신 말씀은 알겠는데, 한국의 동의 없는 주한미군 차출은 없느냐는 조금 더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외교적 이상의 답변을 부탁드립니다.

필립 골드버그: 미국 대통령이 아니어서 그러한 종류의 결정은 제가 내리는 것은 아닙니다.

강민수: 주한 미 대사라는 자리가 전임자들도 마음고생을 많이 했던 자리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국민의 정서를 헤아리고 마음을 잡아야 한다, 그 리고 주한 미 대사가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차원에서 제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나 독 도 영유권 문제 등으로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북·중·러에 맞서는 한·미·일 협력체계 구축에도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과거 오바마 정부는 이런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중재를 시도하기도 했습니 다. 다시 미국 바이든 민주당 정부인데, 다시 한일 협력을 위해 미국이 중재 에 나설 생각이 있습니까?

필립 골드버그: 3자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미국이 노력해왔고, 이것은 함께 안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한국이나 일본 같은 선진 민주주의 국가가 북한의 위협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 전반에 있어 여러 사안에 대해 함께 일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미국 쪽에서는 3자 협력에 주로 초점을 맞춰 왔는데 이를 위해 동해에서 우리의 능력을 보여주려고 훈련 등을 실시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협력은 계속될 것이고, 모든 급에서 정기적으로 만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마드리드에서 양 정상과 장관들이 만났고, 일본의 아베 전 총리의 장례식이 있었을 때 해 리스 부통령께서 방문했을 당시 각각의 한국 관료 그리고 일본의 관료들과 만났습니다. 한덕수 총리와도 만났고요. 물론 그 자리에서는 3자 회의가 없 었습니다만…. 또한 양국의 국무장관, 외교부 장관들이 만났고, 3국 간 장 관급 회담, 차관급 회담 등이 있었으며, 이런 3자 관계를 만들어 가는 데 미 국은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물론 한일 양국 간 역사 문제가 있 고 이것을 풀어야 한다는 것을 미국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들이 해결되길 바라고 있습니다만 안보와 같은 시급한 사안에 관해서는 3국이 함께 일하는 것이 중요하고, 또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일 양자관 계에서는 각 레벨에서 대화하고 있어 함께 이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것이 미국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겠고, 미국이 이런 부분에 기 여할 수 있다면 기여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양국이 양자 사안은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미국은 3자 협력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고 있 습니다. 대만과 한국 국민의 정서를 언급하셨는데, 말씀드리자면 미국이 한국에 대해 가진 의지는 70년 동안의 동맹을 통해 이뤄진 것입니다. 주한 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정례적으로 양국 간 훈련과 그런 협력이 있으며, 이 것이 동맹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약속이 철통같고, 다 른 지역에서의 일은 염려하지 않아도 되니까 한국 국민께서 안심하시기 바 랍니다.

강민수: 이 질문부터 먼저 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최근에 동해 독도 밖 185 킬로미터 공해상에서 실시된 한·미·일 군사훈련, 한·미·일 대잠훈련에 일 해상자위대가 욱일기를 꽂고 나왔습니다. 욱일기는 전범의 깃발이며 일본 제국주의 침략으로 고통받은 한국 등 아시아인에게 어느 정도의 트라우 마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 한국을 동맹으로 존중한다면 최소한 이 깃발은 걸고 나오지 않았어야 한다는 여론이 한국 내에 있습니다. 미국 인도태평 양함대 사령부의 초기 발표에서 훈련 장소를 일본해로 명기했다가 나중에 한국과 일본의 중간수역이라고 정정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한국에 대한 배 려가 조금 부족한 것 아니냐는 한국 내의 여론이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혀주시지요.

필립 골드버그: 역사 문제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고, 또한 한국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의 사람들이 느끼는 고통도 잘 인지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국가 간 협력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우리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윤 대 통령의 성명을 우리가 지지했던 것이고, 이것은 한일관계의 개선과 역사 문제의 해결을 위해 지지했던 겁니다. 이 지역에는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 이 두 나라 있습니다. 우리는 이들이 함께 일했으면 좋겠고, 그래서 21세기 의 도전 과제를 함께 풀어나가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역사적인 문제에 대한 걱정에 대해 이해하는 한편, 동시에 협력에 대한 시급한 필요성도 우리 가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민주주의 국가이면서 현대적이고 기술적 으로나 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강국인 국가 간의 협력은 자연스러운 것 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왜냐하면 이 국가들이 다 미국의 파트너들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부분이 우리가 조금 더 독려하려는 부분입니다. 사회: 강민수 기자께서 미국 대통령이 답변할 질문까지 해주셔서 대사님을 아주 혼란스럽게 하는 것 같은데, 질문을 외교·안보에서 조금 벗어나는 다 른 부문으로 가보고자 합니다. 대사님 모두발언을 통해 한국과 미국 기업간의 경쟁이 제로섬 경쟁이 아니다, 또 경제적 갈등(conflict)이 있기는 하지만 집단적 이해관계에 부합한다, 이런 입장을 이미 밝히셨기는 합니다. 그러나 최근에 국내에서나 IRA를 포함한 여러 경제적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 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정은 위원께서 IRA를 포함한 경제·안보 분야 에 대한 질문을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이정은(동아일보 논설위원): 미국의 IRA를 놓고 한국 내에는 반발과 비판이 거셌습니다. 한국 내에서는 이 법이 세계무역기구(WTO)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위배하는 부분이라는 지적이 있었는데요. 최근에는 미 재계에서, 예를 들면 미 상공회의소의 찰스 프리먼 부회장도 FTA와 WTO에 IRA 가 부합하지 않는 것이 명확해 보인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우선 대사님은 이런 미 재계의 지적에 동의하십니까?

필립 골드버그: 일단 한국 기업이나 정부가 제기하는 우려에 대해 미국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 결할지 우리가 논의 중입니다. IRA의 주요 목적은 녹색 경제를 만들기 위 한 것이고, COP26(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과 여러 다른 공약 에 따라 2030년, 그리고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한 것이 목 적입니다. 이 법안 없이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는 불가능합니다. 두 번째로 는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전기차를 위한 배터리 생산이 무척 중요하지요. 우리는 미네랄을 확보하는 것이나, 미네랄을 처리하면서 경제적인 강압에 의해 이 두 가지가 인질로 잡히는 것을 원치 않 습니다. 법에는 미국산 제품에 대한 항목들이 들어가 있습니다만 한국 기 업들도 앞으로는 할 수 있는 역할이 클 것으로 생각합니다. 배터리를 생산 하는 한국 기업은 IRA를 통해 즉각적이고, 또한 실질적인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IRA의 조항과 또한 언제 이러한 인센티브가 실질적으로 제공되는지 그 시차는 있습니다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논의 중입니다.

이정은: 그런 미국의 입장을 모르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한국으로서는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피해가 큰 것이 사실입니 다. 이런 식은 동맹의 등에 칼을 꽂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미국) 재무부가 지금 준비 중인 IRA 세부시행규정 마련을 비롯해 구체적으로 언제쯤 어떤 대안이 가능한 것인지, 입법 아니고 행정 조치로 할 수 있 는 부분은 없는지, 구체적으로 답변을 부탁드리겠습니다.

필립 골드버그: 미국은 한국 기업이 생산하는 배터리와 전기차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일부 한국 기업은 시차 없이 즉각적인 혜택을 보게 될 것입니다.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생산과 조지아주에 설립될 공장의 완공 사이에 생길 시차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같은데, 이에 대해서는 우리가 지금 논의 중이고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미국 같은 경우에는 법이기 때문에 해결책을 찾고 있으며, 내용은 제가 이 자리에서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이정은: 전기차·배터리뿐만이 아닙니다. 반도체·바이오 같은 핵심 전략 품 목에서 이미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 규제 방안이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서도 미국은 중국을 가장 큰 도전이자 유일한 경쟁자로 규정했는데요. 이렇게 하면 IRA와 같은 유사한 정책이나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입법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이것이 또 다른 제2의 IRA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인데요. 추가로 나올 수 있는 관련 핵심 품목에 대한 법안 준비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 방향은 어떻게 될지 행정부 내의 분위기를 전해주실 수 있으면, 그리고 그 것이 앞으로 이번 사태와 유사하게 동맹에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나 피해를 야기할지, 그럴 가능성이 없도록 미국은 어떤 것들을 할 수 있는지 종합적으로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필립 골드버그: 반도체에 관한 행정 명령 같은 경우에는 공중요격장비(AIE) 나 군사 용도에서 사용되는 칩을 목표로 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파운더리 장비도 여기에 포함돼 있습니다. 이것은 국가적인 안보 사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미국이나 동맹국들을 포함해 모든 책임 있는 국가들은 어쨌건 우리가 무엇을 공유하고 무엇을 판매하는 데는 일정 정도의 제한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들 인지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제한이 없다면 나중에 가서 더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국가 안보적 인 의미를 갖고 있어 꼭 경제적 혹은 비즈니스적 결정은 아닙니다.

사회: 오늘 동북아 현안이 워낙 많다 보니까 대사님에 대한 개인적인 질문을 못 드린 것이 있어서 마무리로 간단한 질문을 제가 추가로 해볼까 합니 다. 사실 현재 한국 상황을 보면 주한 미국대사가 편한 자리는 아닌 것 같습 니다. 대사님 지명을 받은 게 2월 초순이고 부임한 것이 7월인데, 중간에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그건 미 행정부의 여러 가지 절차 문제이기는 합니다. 대사님은 최근 인터뷰에서 ‘한국 대사직을 제의받았을 때 즉각 수락했다’ 이런 답변을 하신 적 있습니다. 한국에 어떤 매력을 느끼셨는지 궁금하고 요. 대사직을 수행하고 떠날 때 어떤 대사로 한국 국민에게 기억되고 싶은 지 그것을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필립 골드버그: 즉각적으로 수락했던 이유는 한미관계의 중요성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지난 몇십 년 동안 한국이 이뤄낸 것들을 보면 큰 존경심을 갖고 있습니다. 1950~1960년대에 궁핍에서 2020년에 현대의 기적을 일궈 낸 국가로 섰습니다. 그리고 과학기술에서 비즈니스에서 크나큰 발전을 이 뤘고, 게다가 미국에는 아시아의 중요성도 점점 커졌습니다. 이 모든 이유 에 덧붙여, 또한 최근에 한국이 누리고 있는 인기도 있었습니다. 한국 영화나 TV나 K-POP 등으로 인해 정말 한국이 인기 있는 나라가 됐지요. 그래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그것은 미국이 한국의 정말 좋은 동맹국 이자 파트너 국가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계속해서 그러한 나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한국에 사는 것이 굉 장히 재미있기는 하지만 동시에 한국의 여러 아름다운 지역을 보기를 원하 고, 동시에 미국의 대표로서 미국을 한국에 알리는 역할도 하고 싶습니다.

사회: 원래 예정된 토론시간에서 2분이 초과됐습니다. 플로어에서 좋은 질 문들이 왔습니다. 임종건 서울경제신문 전 사장님, 김기만 바른언론실천연 대 대표님 그리고 정중규 더프리덤타임즈 칼럼니스트께서 좋은 질문을 주 셨는데 시간 관계상 이 질문을 대사관에 보내 답신을 받아 개인적으로 전달하고 《관훈저널》에도 게재하도록 하겠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간단하게 대사님의 인사말로 관훈토론회를 마무리하겠습니다.

필립 골드버그: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모든 질문이 아주 진지했습니다. 제일 마지막 질문조차 가벼운 질문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시간이 매우 즐거웠고, 다시 한 번 이 자리를 빌려 여러분이 하시는 일에 감사함을 표하고 싶습니다. 언론의 자유와 생각의 자유 그리 고 민주주의의 큰 기둥을 지탱하기 위해 여러분이 하시는 모든 일에 감사 의 말씀을 드리고 싶고, 여러분을 3~4년 뒤에 다시 한 번 이런 자리를 통해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지막 부분은 농담입니다. 다시 곧 만나 뵙기를 기대합니다.

사회: 오늘 큰 인사이트를 주신 골드버그 대사님, 그리고 끝까지 진지한 질 문을 해주신 패널리스트 여러분, 경청해주신 내외빈 여러분, 그리고 취재 오신 기자님들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것으로 골드버그 미 국대사 초청 관훈토론회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관훈클럽은 토론회 때 나온 언론인 세 분의 플로어 질문을 미국대사관 쪽에 전 달해 답신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미국대사관 측이 논의 끝에 서면 답신을 보내 지 않겠다고 알려와 부득이 싣지 못하게 됐습니다. 서면질의를 하신 분들께 양해 를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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