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를 탄 사람이 어떤 느낌을 줍니까?
강력한 국방정책을 펼칠 인물로 보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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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속의 주인공은
1988년 미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선 마이클 두카키스입니다.
'유약한 두카키스에게 국방을 맡길 수 없다'는 공화당측 공격에,
두카키스는 미시간주 제너럴 다이나믹스 공장에서
M1 탱크에 올라타는 이벤트를 연출합니다.
이를 통해 그의 참모들은
두카키스의 강력한 국가방위공약을 유권자에게 전달하려했으나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그가 탄 탱크는 빙빙 돌았습니다.
머리와 어깨만 내놓은 두카키스는 탱크를 조종한다기 보다는
탱크 속으로 끌려들어가는 듯이 보였습니다.
탱크를 탄 두카키스가 관광객처럼 미소짓고 손을 흔들 때,
강력한 국방의 주창자라는 이미지는
포말터지듯 사라졌습니다.
'웃기고 있네. 탱크 탄 모습이 바보같아'
탱크 이벤트를 지켜본 국민 대부분이 이렇게 냉소했습니다.
이미지에 기대려다 망가진 대표적 사례입니다.
 
 공화당의 조지 부시 후보.
두카키스를 누르고 대통령이 되지만
그가 재선에 실패한 이유도 이미지 탓입니다.
88년 대선 당시 '세금 인상없다'고 외치던 그의 이미지가
재임중 세금 인상 조치가 이뤄짐으로써
92년 대선 때는 부메랑으로 돌아왔습니다.
(제 블로그 '미국 탐사기' 코너의 '내 입술을 보시오' 참조)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 정치권에서도 이미지 정치 논란이 한창입니다.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든
열린우리당 강금실, 한나라당 오세훈 예비후보가
기존 정치인과는 차별화된 이미지를 강조하면서 빚어진 현상입니다.
출마 선언도 하기 전에 이들의 지지율이 상한가를 치는 것을 보면
국민들은 일견 비합리적인 듯 보이는 이미지에 의존하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미지 정치를 연구한 서울대 이준웅 교수(언론정보학)는
'정책같은 이슈 정보보다 이미지 정보가
유권자 개인에게 편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렇다고 유권자가 미디어 등을 통해 전달되는 이미지를
무조건 수용하기만 하는 수동적 존재는 아니라고 덧붙입니다.
나름대로 다양한 정보들을 자기 식으로 처리한 끝에
특정 후보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미지 정치에 관한 논의는
이미지 정치가 좋으냐, 나쁘냐는 차원을 넘어
후보의 특정 이미지가 진정성을 지니고 있느냐,
그런 이미지가 제대로 된 검증을 거쳤느냐는 수준에서
이뤄져야한다는 생각입니다.
두카키스의 탱크쇼는 작위적 이미지로 받아들여졌고
부시의 감세 이미지는 본인에 의해 훼손됐습니다.
좋은 이미지를 만들기도 어렵지만
그 이미지를 가꿔나가는 것도
쉽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정도의 차이일 뿐
누구나 나름의 이미지가 있습니다.
강금실, 오세훈씨가 참신한 이미지라면
이들의 경쟁자인 이계안, 맹형규씨는
안정적 이미지를 갖습니다.
홍준표씨는 강한 추진력을 연상시킵니다.
그런 만큼 그 누구든,
이번 선거의 당락을 떠나
자신들의 좋은 이미지가
국민들의 마음 속에 오래도록
남아있는 삶을 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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