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10일

대담=조남규 산업부장, 정리=이우중 기자, 사진=이제원 기자

 

추석 시즌은 전통시장 상인 같은 소상공인들에게 최대의 대목인데 올해는 그런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하소연이 들린다. 경기침체가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인 소상공인들을 타격하고 있는 것이다. 추석을 앞둔 10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의 조봉환 이사장을 만나 소상공인들의 어려움과 바람을 들었다. 관료 출신인 조 이사장은 기획재정부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잔뼈가 굵은 소상공인 정책 전문가이다.

“소상공인이 돈을 잘 벌고 잘살게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서울 종로구의 서울강원지역본부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난 조 이사장은 간단 명료하게 소진공의 목표를 밝혔다.

이를 위해 우선 소비자를 사로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소상공인에 대한 고객의 신뢰가 높아지고 서비스가 향상돼야 매출이 오르고, 결국 경쟁력 향상이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조 이사장은 신뢰 향상을 위한 예산 확보도 중요하지만 소상공인들의 노력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통시장 가격표시제가 대표적이다. 가격표시제는 고객에 대한 기본 서비스인 만큼 향후 100% 시행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조 이사장은 특성화시장을 중심으로 가격표시제 적용 전후를 수치로 비교해 유의미한 결과를 얻으면 사례집 공유 등을 통해 확산시킬 예정이다.

조 이사장은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상인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며 “계속 노력해야 연착륙을 하든 성장을 하든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 역시 전통시장에 가면 시설부터 서비스까지 많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것”이라며 “애정을 가지고 전통시장을 찾아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G―소상공인들이 최근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체적으로 어떤 자구 노력을 하고 있나.♣M

“목소리보다도 현장의 적극적인 변화가 와 닿는다. 전통시장에 정부 지원으로 주차시설이 생기고, 내부가 밝고 청결하게 바뀌면서 소상공인과 시장 상인들의 마음가짐도 변했다. 이제는 서울망원시장, 광주 1913송정역시장 등지에서 시장 상인들이 직접 변화를 주도하기도 한다. 특히 광주 1913송정역시장은 상권이 활성화되자 임대료가 올라 상권 내몰림 현상이 우려되는 상황이었지만, 청년 상인들 주도로 인근 건물주와 자발적 상생협약을 이끌어냈다. 이에 따라 1913송정역시장은 향후 5년간 월세 인상 폭이 최대 9%를 넘지 않게 됐다.”

♣G―소진공이 추진 중이 사업 중에 전통시장 내 청년몰 사업이 눈에 띈다.♣M

“청년몰은 전통시장 내 유휴공간을 활용하는 사업으로 청년에게는 기회를, 고령화된 전통시장에는 활력을 주기 위한 윈윈 정책이다. 현재 전국 26곳에 489개 점포가 입점한 청년몰을 조성했다. 청년몰은 개인의 기질과 재능을 발휘할 사업공간을 꿈꾸는 청년들에게는 기회의 공간이다. 청년들의 안정적인 창업을 위해 정부와 공단이 힘을 합쳐 사업을 지속 보완해 나가고 있다. 올해는 상인과 지자체를 중심으로 복합청년몰을 조성한다. 상권 활성도와 발전성이 높은 상점가를 중심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1인 1점포뿐만 아니라 기업형, 조합형의 공동창업을 유도해 상생 경제를 만들어갈 예정이다. 청년 상인들의 버팀목이 될 사후관리 전담조직도 신설했다. 사후관리 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늘려 사업 안정성을 보장하도록 했다.”

♣G―이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전통시장 가격표시제 도입을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M

“전통시장 가격표시제는 고객과 판매자 모두를 위한 서비스다. 소비자의 의문과 불만을 줄여주는 한편 판매자는 소비자에게 흥정을 붙여 가격 경쟁을 하는 대신 상품의 질을 놓고 경쟁하게 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가격표시제가 정착되면 소비자들이 가격 확인에 대한 부담 없이 전통시장을 좀 더 자주 찾을 것이라 생각한다. 소진공은 올해 특성화시장 20곳을 대상으로 가격표시 시범시장을 운영한 뒤 특성화시장 100곳까지 확대되도록 유도해나갈 계획이다.”

♣G―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 규제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전통시장의 경쟁자는 온라인 쇼핑몰 아닌가.♣M

“온라인 시장이 커지면서 전통시장이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통시장도 온라인 유통채널을 통해 활로를 찾을 수 있다.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공간이 전통시장인데 공간의 제약으로 전통시장이 매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온라인 유통의 장점과 전통시장의 장점을 합치면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 실제로 광주 1913송정역시장의 김부각 제품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서도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제품력이 확실하면 전통시장도 온라인상에서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

♣G―대형마트 의무휴일 규제가 전통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긴 하나.♣M

“필요하다면 대형마트 규제도 해야 하지만 이와 함께 전통시장과의 상생과 공존 전략도 여건에 맞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지역별로 전통시장과 주변 대형마트 등 시장 환경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뜻이다. 취급 제품을 각자 차별화해 대형마트와의 상생에 성공한 전통시장 사례도 많이 보인다. 반면 일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때문에 인근 상권이 침체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대형 유통업체와 상생기금을 만들어 전통시장 할인행사를 지원하는 방식 등으로 돌파구를 찾는 방안도 고려해 봄직하다.”

♣G―문재인정부가 추진 중인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제 정책으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됐다는 목소리가 높다.♣M

“현장에서 만난 많은 분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어려움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우려를 이야기한다. 사업주의 추가 노동 문제도 있으며, 일부 현장에서는 음식 값을 인상하거나 서비스 가격을 올려 대응해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두 가지 사안은 우리 경제의 핵심 이슈로, 정부·정치권·노동계·경영계에서 현실을 반영해 지혜롭게 결정해 주시기를 기대한다. 다만, 전반적인 경기 부진으로 방문객이 줄어 매출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은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경제가 조속히 안정해 경기가 활력을 찾기 바란다.”

♣G―해마다 명절이면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발행한 온누리상품권이 구설에 오른다.♣M

“온누리상품권을 누가 많이 살 것 같나. 5% 할인을 받는 개인이 65%를 산다. 이외에 공공기관이 20%, 중소·중견기업이 15% 정도다. 상품권 깡(할인 등 낮은 가격에 상품권을 사들였다가 비싼 값에 파는 것) 문제가 너무 많았다. 지난해까지는 이게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되지 않다가 올해 5월부터 가동됐다. 올해는 온누리상품권 발행을 지난해보다 5000억원 늘려 2조원어치를 공급한다. 온누리상품권이 본래 취지에 맞게 사용되도록 하겠다.”

♣G―최근 신사업창업사관학교 드림스퀘어가 문을 열었다.♣M

“신사업창업사관학교는 ‘창업 예비 학교’로 이해하면 쉽다. 체계적인 교육 과정을 통해 준비된 창업을 돕고 경쟁력 있는 소상공인을 육성하는 지원 사업이다. 최근에는 서울 마포에 비점포형 창업 체험공간 드림스퀘어를 열었다. 드림스퀘어에서는 1인 방송 아카데미를 운영해 유튜브 등 미디어를 통한 마케팅도 배울 수 있다. 신사업창업사관학교의 경우 기존 6개 광역권에만 있던 것을 올해 인천·전북·전남 3개소를 추가해 9개로 확대했다.”

♣G―국내 소상공업의 문제 중 하나가 높은 폐업률이다.♣M

“구조적인 문제로, 재기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소진공은 소상공인들이 재도전에 나설 경우 희망리턴패키지를 통해 폐업 후 정리와 함께 컨설팅, 재기 교육 등의 기회를 제공한다.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조만간 소상공인 재기지원센터를 전국 30여곳에 새로 설치한다. 희망리턴패키지는 폐업에 필요한 세무, 노무 등 법률서비스를 지원하는 재기를 원스톱으로 돕는다.

♣G―소진공이 발족한 지 5년이 지났다.♣M

“소진공은 설립 기준으로는 5년 된 신생 기관이지만 통합 이전의 기간까지 따지면 20년의 역사를 가진 조직이다. 그동안 쌓인 현장의 노하우가 많다. 이 분야의 전문성도 충분해 현장밀착형 지원 등의 노력을 바탕으로 전통시장 매출이 최근 5년간 점차 증가세로 전환하고 있다. 청년상인 육성과 청년몰 조성을 통해 전통시장 상인과 방문객의 고령화 문제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G―앞으로 어떤 소상공인 정책을 펴나갈 계획인가.♣M

“소상공인 대부분은 숙박 및 음식점업, 도·소매업, 운수업 등 주로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하고 수익과 생존율이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소상공인 정책의 흐름은 소상공인이 자생력과 시장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경영기반을 마련해 주고 우리 경제에서 주어진 역할을 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진공은 전통시장 환경 개선, 구도심 상권 활성화를 위한 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 등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조봉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은… △1961년 경북 안동 △경복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학사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 △행정고시 30회 △기획재정부 공공혁신기획관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장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정책실장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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