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통치 비자금 관리 기관인 노동당 39호실과 또 다른 북한 기관 2곳을 새로운 대북 제재 대상에 포함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또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혐의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대상에 오른 윤호진 남천강무역회사 대표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30일(현지 시간) 북한의 재래식 무기 거래와 위폐· 마약· 사치품 거래 등 불법행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새로운 행정명령에 서명, 새로운 대북 제재 모법(母法)을 발효시켰다. 새 행정명령은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방지를 위한 기존 행정명령 13382호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노동당 39호실은 대성은행과 대성타이어공장 등 무역회사와 은행 등을 직접 관리하면서 김정일과 노동당의 비자금을 마련해 온 것으로 알려진 기관이어서 북한의 반발이 예상된다. 김정일은 김동운 노동당 39호실장이 유럽연합(EU) 제재 명단에 오르자 올해 초 김동운을 자신의 고교 친구이자 핵심 측근인 전일춘(69)으로 교체했다. 전일춘은 외자 유치를 책임지는 국가개발은행 이사장도 겸임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새로 제재 대상에 오른 북한 기관 중에 천안함 침몰 사건에 연루된 기관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미 정부는 기존 행정명령 13382호에 의거, 추가 제재 대상 북한 기관 및 개인도 이날 발표했다. 소식통은 “미국은 새로운 행정명령에 근거한 대북 제재 명단을 지속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미 정부, 대북제재 대상 인물과 기관은
미국 정부는 북한의 당 및 군의 핵심 기구를 새로운 대북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번에 제재 대상이 된 기관과 인물은 다음과 같다.
▲39호실=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국 소속 기관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개인 비자금 조달 및 관리, 노동당 운영 자금 관리 업무 등을 맡고 있다. 39호실은 100달러 위조 지폐인 슈퍼노트 제작, 가짜 담배 생산, 아편 재배, 마약 거래 등 북한 정권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불법 행위와 사치품 수입 등을 총괄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39호실은 함경북도와 평안북도에서 아편 농장을 운영하면서 함흥과 나진에서 아편과 헤로인을 생산하고 있다고 국무부가 밝혔다.
▲정찰총국= 2009년 2월 노동당 소속의 작전부와 35호실, 인민무력부 산하 정찰국이 통폐합돼 만들어진 기구로 알려져 있다. 또 해외에 무기를 수출하는 ‘청송연합’을 지휘하고 있다. 천안함 침몰 사건,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암살 기도 사건 등을 배후에서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청송연합=지난 2007년 유엔 등 국제 사회의 제재를 받던 조선광업개발무역(KOMID)을 대체하기 위해설립된 업체로 천안함 공격 어뢰인 CHT-02D를 수출한 무기 수출업체로 알려져 있다. 국무부는 해외로 수출하는 재래식 무기 총거래량의 절반 이상을 이 곳에서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수공업부, 제2경제위원회= 군수공업부는 대포동 2호 등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 업무를 감독하는 부서다. 제2경제위원회는 미국의 대북 제재대상에 이미 올라 있는 단천산업은행을 산하에 두고있는 노동당 기구이다.
▲제2 자연과학원= 노동당 군수공업부 소속으로 북한의 미사일 연구 개발의 핵심 기구로 알려져 있다. 제2자연과학원은 중,장거리 로켓의 연구,개발 및 군사분계선과 해안선을 완전 봉쇄할 수 있는 고성능 지뢰 개발 업무 등을 추진하고 있다.
▲대성무역, 흥진무역= 대성무역은 조선광업개발무역을 대리해 시리아와 거래를 하고 있고, 흥진무역은 조선광업개발무역 일선 조달 업무를 맡고 있다. 흥진무역은 특히 이란의 ‘샤히드 헤마트 인더스트리얼 그룹’에 미사일 관련 물자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영철 정찰총국장= 2006~2007년 남북장성급회담 북측 단장을 맡았었다. 그는 당시에 ‘북방한계선(NLL)은 강도가 그은 선’이라고 극언을 했고, 2008년에는 ‘12.1’ 조치를 통해 남측의 육로 출입 제한을 주도한 북한 군부의 대표적 강경파 인물이다.
▲윤호진 남천강무역 대표= 지난 2002년을 전후해 독일과 러시아로부터 우라늄 농축에 사용될 수 있는 알루미늄관 등의 조달 책임자로 지목돼온 인물이다.
▲리제선, 리홍섭=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영변핵연구소 활동을 책임지는 원자력총국 소속 인물들이다.
워싱턴=조남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