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취재담당 부국장 시절 기획한 시리즈물
우마르 하디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가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하며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관계를 이끄는 것은 공통의 가치(common value)”라고 강조하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하디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강대국 각축전으로 시달린 동남아 아세안 태동 이후 상대적으로 안정 대화와 토론, 합의 통해 해결책 도출 아태지역, 많은 나라들이 관계 맺어 美·中 갈등만 보는 건 지나친 단순화 아세안 중심성·개방성 질서 주목해야 포스트 코로나 겨냥한 ‘신남방정책’ 상대국과 유지하려는 관계 잘 구현 한국이 ‘4차산업’ 함께 해주길 바라
지난 1월 20일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 입성하며 국가안보회의(NSC)에 인도·태평양조정관직을 신설했다. 그만큼 이 지역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 역시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으로 이 지역에 꾸준히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이 지역에서 미·중의 경쟁은 앞으로도 심화될 전망이다. 미·중 모두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은 유연한 외교로 국익을 극대화해 나가야 한다. 그 지렛대가 될 나라들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국가들이다. 문재인정부는 신남방정책을 통해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인도와 관계 심화에 나섰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의 아태 지역 개별 국가들에 대한 이해도는 높지 않다. 세계일보는 한국의 외교다변화를 뒷받침할 아태 국가들의 주한대사를 릴레이로 만나 관계 증진 방안 가능성에 대해 듣는다. 첫 순서는 아세안 사무국이 소재한 인도네시아의 주한대사다. 임성남 주아세안 한국대사와도 화상으로 만났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미·중 관계에 주목합니다. 하지만 이 지역에는 미·중 관계 이외에도 다른 많은 나라들이 여러 관계를 통해 역동성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우마르 하디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는 세계일보 창간 32돌을 기념해 진행한 인터뷰에서 “미·중 대립 구도라는 지나친 단순화로는 아태지역 전체 그림을 그릴 수 없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두 강대국이 충돌하는 것만 보이기 쉽지만 이 지역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 안에 있는 수많은 나라들, 그 안에 살고 있는 더 많은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관계를 복합적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하디 대사는 그중 하나인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관계를 이끄는 것은 “공통의 가치(common value)”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1998년 수하르토 독재정권의 몰락 이후 민주화를 거쳤다. 군사독재 이후 민주화를 이룬 한국과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양국은 또 민주주의·인권·시장경제라는 핵심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하디 대사는 설명했다.
하디 대사는 “공통의 가치에 기반한 협력이 단순한 경제적 이익으로만 연결된 관계보다 훨씬 더 의미있고 파급효과도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지난 1월 19일 서울 여의도 소재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에서 진행됐다.
―한국 부임 3년이 지났다. 한국정부가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들과의 협력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시작한 시기다.
“2017년 5월 서울에 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해 11월 인도네시아를 아세안 국가 중 처음으로 국빈 방문했다. 한국 정부가 인도네시아와 아세안에 큰 관심을 보여준 시기에 주한대사가 되었으니 운이 좋다. 한국의 역사, 문화, 또 기적과 같은 경제성장에 대해선 늘 지적 영감을 받는다. 1989년에 대학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하면서 북방정책 이후 한국과 중국의 관계 변화를 연구한 적이 있다.”
―대사로서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관계에서 어떤 잠재성을 발견했나.
“투자와 교역이 양국 관계의 핵심 동력이다. 동시에 두 나라는 공통의 가치를 공유한다. 경제적 협력에서도 공통의 가치에 기반한 협력이 단순히 경제적 이익으로만 연결된 관계보다 훨씬 더 의미 있고 파급효과도 크다. 또 두 나라는 역사적으로 불편한 관계를 가져본 적이 없다.”
―양국이 공유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민주주의를 비롯해 인권,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한다. 두 나라 모두 코로나19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우리의 핵심 가치를 지키려고 노력했다. 오랜 시간 독재정권의 영향력 하에 있다가 민주화된 역사도 비슷하다. 코로나19로 많은 것이 바뀐 지금, 디지털·친환경 변화를 추구하는 정책 방향도 비슷하다.”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창립멤버로, 아세안 사무국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다. 인도네시아가 아세안에서 가진 리더십은 어떻게 가능했나.
“아세안은 가장 어렵고 민감한 문제들도 대화와 토론, 합의를 통해 해결책을 도출해왔다. 아세안 국가들은 돌아가면서 의장국을 맡지만, 리더십은 그런 방식으로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리더십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합의를 도출하려는 노력에서 나온다. 인도네시아는 이 같은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
―아세안은 성공적인 지역협력 사례로 평가된다. 성공 비결은 뭔가.
“동남아는 강대국들의 각축전으로부터 자유로워본 적이 한 번도 없다. 하지만 1967년 아세안 태동 이후 상대적으로 안정을 유지했고 경제적으로도 번영했다. 아세안은 강대국을 향해 문을 걸어 잠그기보다 개방을 택했다. 오늘날 동아시아에서 아세안은 미·중을 포함한 ‘대화 상대국’들이 모두 참여해 지역 현안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유일한 장이다.”
―최근 남중국해 갈등 등 아세안이 겪는 위기도 만만치 않다. 미·중 갈등이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사람들은 이 지역에서 강대국 즉 미·중 관계에 주로 주목하지만, 나는 오늘날 이 지역의 역동성은 다른 여러 국가들간의 관계를 봐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중국해 문제뿐만 아니라 아세안 내부에는 여러 현안들이 있다. 하지만 아세안은 냉전 시기 진영 갈등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예다. 대화와 토론, 합의의 전통이 아세안을 지켜줄 것이다.”
―아세안이 강대국들의 각축전 속에서 단합함으로써 추구해온 것은 중립(neutrality)인가.
“‘소극적 중립’이 아닌 ‘적극적 중립’이다. 아세안이 원하는 것은 모두와 관계를 맺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2019년 6월 태국 방콕에서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적 관점(AOIP)이 채택됐다. 요체는 아세안 중심성, 개방성, 포용성, 규칙에 기반한 질서다.”
―한국이 의욕적으로 신남방정책을 펼치고 있다. 아세안에선 어떤 평가를 받는지 궁금하다.
“신남방정책은 아세안이 대화 상대국들과 유지하려고 하는 관계를 잘 구현하고 있다. 아세안은 한국의 노력을 환영한다. 코로나19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고, 불확실성을 증가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겨냥한 ‘신남방정책 플러스’를 발표했는데, 이 같은 노력을 지금 당장 시작하면 좋을 것이다. 여전히 다자주의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도자들을 가진 것은 이 지역으로선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개별 국가로서 인도네시아는 한국과의 관계에서 무엇을 원하나.
“평범한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물으면 답은 K팝, K드라마일 것이다(웃음). 하지만 한국을 잘 아는 사람에게 묻는다면, 투자다. 또 인도네시아 제품이 한국 시장에 더 많은 접근 기회를 갖길 기대한다. 2020년 1∼3분기 한국의 대인도네시아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전년 동기 대비 79% 늘었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인들은 인도네시아가 투자하기 어려운 곳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
―일처리 과정이 느리고, 비효율적이라는 일부 지적도 있다.
“지난 몇 년간 많이 바뀌었다. 한 예로 대사관에 원스톱 서비스를 만들었다. 한국 기업은 여기서 한번에 사업 허가를 받을 수 있고, 비자도 한꺼번에 받을 수 있다. 사업 허가 받는 데 3시간이면 충분하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인도네시아 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세파)이 체결됐다. 달라지는 것이 많을까.
“5년간 중단됐던 세파 협상이 2017년 문 대통령과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만남으로 결실을 맺었다. 많은 변화가 있기를 기대하지만, 실질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관세 협상만으론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대한국 수출의 40%가 석탄, 석유, 가스 등 천연자원이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이 일어난 뒤엔 지금의 수출량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다른 무역 분야를 찾아야 한다.”
―한국과의 협력 중 기대하는 분야는.
“4차 산업 협력이다. 기술강국인 한국이 인도네시아와 정보통신기술(ICT), 디지털, 전자 등 4차 산업 분야에서 함께해주기 바란다. LG에너지솔루션과 인도네시아 투자조정청이 98억달러 가치의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인도네시아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니켈이 매장돼있고, 전기차 사업의 선도주자가 되기를 원한다. 친환경 산업 역시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협력 중 중요 분야가 될 것이다. 우리 대사관 역시 태양광발전, 친환경 난방, 재활용 확대 등 녹색전환(green transformation)을 시작했다. 꼭 알리고 싶다(웃음). 다시 말하지만, 우리 두 나라는 추구하는 가치가 비슷하다.”
―한국에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한국사회에서 잘 지내는지 궁금하다.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은 3년여 단기취업 비자로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한국사회에 녹아들기 전 자국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대체로 지역사회와 상생하려 노력한다. 한국인 ‘사장’과 문제를 겪는 경우가 아예 없진 않지만, 자국에 돌아간 다음에도 연락하며 좋은 관계를 이어가는 경우도 많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임성남 주아세안대표부 대사, “아세안 중시 외교는 정권과 상관없이 계속돼야”
“아세안과의 협력은 한국의 동아시아 다자외교 교두보입니다.”
임성남 주아세안대표부 대사는 지난 14일 세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의 협력이 한국 외교에 의미하는 점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30여 년 경력의 베테랑 외교관인 그는 2019년 5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위치한 주아세안대표부 대사로 부임했다. 외교부 차관을 지낸 그의 주아세안 대사 부임 자체가 한국의 아세안 중시 외교 노선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임 대사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아세안+3에서 독립되면서 만들어진 회의체라는 점을 예로 들며 아세안은 한국의 동아시아 외교에서 교두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미·중이 아세안을 두고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서도 아세안이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적 관점(AOIP)을 채택해 균형적 태도를 유지하는 점을 거론하며 “한국이 아세안으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 대사는 여러 강대국이 아세안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한국이 특히 아세안에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아세안과 비슷한 역사를 공유하며, 성장의 영감을 주는 나라라는 점에서다.
―2012년 9월 아세안 대표부가 자카르타에 설치된 지 올해로 10년차다. 대아세안 외교무대에서 한국의 위상 변화가 궁금하다.
“지난 10년간 아세안에서 한국의 위상은 괄목상대할 정도로 높아졌다. 한국은 아세안의 5위 교역상대국이고, 8위 투자국이다. 지난 3년 한·아세안 상호 교역량은 29% 증가해 2019년 말 기준 1533억달러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11월 신남방정책을 통해 한국과 아세안 간 관계를 4강 수준으로 격상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아세안 10개국 조기방문, 제도적 기반 마련, 한·아세안 협력기금 증액 등은 그 성과다.”
―아세안에는 다양한 나라가 있다. 이들과 한국이 추구하는 관계는 각각 다를 것 같다.
“아세안 회원국 10개국 간 개발 격차가 상당히 있다. 각 나라에 맞춘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아세안은 크게 메콩강 유역 국가들(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라오스 미얀마)과 그 외 해양 국가(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로 나뉜다. 그간 메콩 국가들과 소지역 협력을 모색해 왔다면 올해부턴 해양 국가들과 소지역 협력도 본격적으로 해나갈 것이다.”
―한국의 지역협력은 아세안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됐다는 얘기가 있다.
“동아시아를 동북아와 동남아로 양분해 본다면, 동북아에서 작동하는 다자외교 틀은 장기 동면 상태에 있는 6자회담 외에는 거의 없다.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체제가 유일하다. 그런데 2008년 한·중·일 정상회의가 만들어진 계기가 아세안+3 회의로부터의 분리였다. 아세안을 교두보로 한·중·일 회의를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세안이 한국의 동아시아 외교에서 의미하는 바를 알 수 있다. 한국은 동남아를 우회하면서, 동아시아를 포괄하는 안보협력을 펴나가야 한다.”
―경제적 측면에서 아세안 협력이 가진 잠재성은.
“아세안은 2019년 기준 세계 3위 인구(약 6억6000만명), 세계 5위 GDP(국내총생산·약 3조1700억달러), 세계 3위의 교역(약 3조5600억달러) 규모를 가진 거대한 경제 블록이다. 또 30세 미만이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으며, 다국적기업의 생산기지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아세안 자유무역지대(AFTA), 경제공동체(AEC)를 통한 단일시장 형성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2019년 기준 아세안은 우리나라의 제2위 교역·투자 지역으로, 우리나라 전체 교역의 약 14%를 차지하고 있다.”
―아세안 시장에서 한국은 후발주자로 알고 있다.
“한국은 한국의 방식으로 해나갈 것이다. 아세안 지역에서 일본 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이 약 70∼80%다. 그런 상황에서 현대자동차가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는데, 공장만 짓는 게 아니라 자카르타에 정비기술학교를 설립하고, 공동 R&D(연구개발), 현지 전문업체 육성, 유학생 초청 사업 등을 병행한다. 한국의 투자 방식은 ‘상생’이다.”
―미·중 경쟁 속에서 남중국해 갈등 등 아세안도 위기를 겪고 있다.
“미·중이 아세안을 두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세안 국가들은 역내 긴장 고조 속에서도 결코 어느 한 편에 동조하지 않는다. 컨센서스를 기본으로 하는 의사결정 방식 속에서 아세안은 미·중 경쟁 구도에 항상 차분하고, 신중한 입장을 유지한다.”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 같다.
“한국은 아세안의 태도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 아세안과의 협력이 미·중 갈등 속 한국에 의미 있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세안 국가들이 미·중 사이에서 취한 입장이 모두 같다고 볼 순 없지만, 아세안 내에도 한국처럼 미·중 모두와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는 나라가 여럿 있다. 한국은 이 같은 ‘유사 입장국’들과 연대해야 한다. 개인적 생각이다.”
―하나의 아세안이 지속 가능할까.
“1967년 아세안 창립 당시 신나탐비 라자라트남 싱가포르 외무장관은 벤저민 프랭클린의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을 언급했다. 지금까지 아세안 내에서 자주 언급되는 말이다. 국가들이 아세안을 통해 얻는 이익이 아세안을 떠나면서 얻는 이익, 아세안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상회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하나의 아세안은 계속 유지될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의 대아세안 협력만이 갖는 특징이 있다면.
“한국은 아세안 국가들과 유사한 점이 많다. 역사적으로 식민지배 경험을 공유하고, 전후 혹은 식민지배 후 경제발전을 최우선시한 국가전략 역시 유사하다. 또 한국은 아세안 국가들에 성장의 영감을 주는 나라다. 한국의 대아세안 협력이 가진 강점이다.”
―아세안은 한국과의 협력에서 뭘 원한다고 생각하나.
“코로나19 상황에서 아세안은 무엇보다 우리와 보건협력 증진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또 아세안은 천연자원이 없는 한국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교육을 통한 인재 육성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점에 부응해 한·아세안 협력기금을 활용해 기술직업교육훈련 사업과 박사과정 장학지원 사업 등을 최근 새롭게 출범시켰다.”
―아세안대표부가 특히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 있으면 소개해달라.
“일본은 1966년 설립된 아시아개발은행(ADB)을, 중국은 2016년 설립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아세안과의 협력에 활용해왔다. 지난해 말 아세안대표부에 금융협력센터를 설치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직원 2명의 작은 기관으로 시작하지만, 앞으로 우리 대아세안 금융외교의 허브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현장에서 아세안 외교에 대해 느끼신 점이 있다면.
“결국 사람과 사람의 교류다. 아세안 국가들과 강한 연대를 만들려면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아세안 분들에 대한 겸손한 자세가 중요하다. 한국이 유엔에 가입하고 나서 1996년 처음 유엔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 됐다. 당시 유엔 안보리에서 어느 그룹에도 속하지 못하는 나라가 둘 있었는데 한국과 폴란드였다. 폴란드는 현재 EU 회원국이다. 아마 지금도 한국은 다시 안보리 이사국이 되면 어떤 그룹에도 속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대한민국에게 아세안과의 협력은 하나의 발판이 될 수 있다. 문재인정부에서 신남방정책을 육성했지만, 정부가 바뀐다고 해서 멈추면 안 되는 일이다. 지역협력 외교는 양자외교와 달리 시간이 많이 걸린다. 아세안 중시 외교는 정부와 상관없이 한국 외교에서 꾸준히 진행되는 방향이라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 그래야 아세안에서 신인도도 올라간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임성남 주아세안대표부 대사는…
△1958년 서울 출생 △외무고시 14회 △서울대 외교학과 학사, 미국 하버드대 정치학 석사 △주미대사관 참사관, 주중대사관 공사, 주영국대사 등 역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역임 △외교부 제1차관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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