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창간 대선주자 여론조사
李지사 지지율 32.5% 선두 고수
60대 이상·TK 제외 모두 앞서
“서울시장 야당 후보 당선” 32%
“잘 모르겠다” 40%… 부동층 변수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처음으로 30%대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보궐선거 전망은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40%대에 달했다.
세계일보가 창간 32주년을 맞아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6∼28일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지사는 가장 높은 32.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 뒤를 윤석열 검찰총장(17.5%),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13.0%)가 이었다. 차기 대권 구도가 이 지사의 ‘1강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지사는 6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층, 대구·경북을 뺀 전 지역에서 이 대표와 윤 총장을 앞섰다. 60대 이상과 대구·경북에선 윤 총장이 1위였다. 지지정당별로 보면 더불어민주당(49.2%)과 정의당 지지층(43.0%)·무당층(27.6%)에서 이 지사가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윤 총장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 지지층(44.6%)과 대구·경북(33.2%)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오는 7월 24일 임기가 끝나는 윤 총장의 대선 출마 여부에 관해서는 “출마하지 않을 것”이란 응답(39.0%)과 “잘 모르겠다”는 응답(38.5%)이 비슷하게 나왔다. 응답자의 19.8%는 “야당 후보로 출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당 후보로 출마할 것”이라는 의견은 2.6%에 그쳤다.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후보를 제외한 야권 후보인 무소속 홍준표 의원(3.9%),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2.0%), 유승민 전 의원(1.8%) 등은 지지율이 저조했다.
한편 보궐선거 전망과 관련해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야당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는 응답(32.0%)과 “여당 후보가 당선될 것”(27.8%)이란 응답이 오차 범위 내로 나왔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40.2%에 달했다. 부산시장 선거의 경우 야당 후보 당선 전망(43.3%)이 여당 후보 당선 전망(13.7%)을 압도했으나 역시 “잘 모르겠다”(43.0%)는 응답도 많았다. 아직 여야 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 등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임기 5년차에 접어든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부정평가가 53.2%, 긍정평가가 40.6%였다. 1년 전 세계일보 창간 31주년 여론조사에서는 긍정 평가 48.6%, 부정 평가 46.1%였다. 긍정 평가는 8%포인트 하락하고 부정 평가는 7.1%포인트 상승했다.
장혜진·김민순 기자 janghj@segye.com
◆조사 어떻게 했나
세계일보가 창간 32주년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이뤄졌다. 지난 26~28일 3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일대일 전화면접조사(CATI)로 진행했다. 유선 전화면접 21%, 무선 전화면접 79%를 합산했다. 2020년 12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 연령, 지역별 가중값(셀가중)을 부여했다. 응답률은 10%(총 통화시도 1만55건)이며 신뢰 수준은 95%, 표본오차는 ±3.1%포인트다.
일부 백분율 합계는 99.9% 또는 100.1%가 될 수 있는데 이는 소수점 반올림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전체 결과 해석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전체 표본 중 남자는 546명(54.1%), 여자는 464명(45.9%)이었다. 연령별로는 만 18~29세 142명(14.1%), 30대 128명(12.7%), 40대 183명(18.1%), 50대 230명(22.8%), 60세 이상 327명(32.4%)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 214명(21.2%), 인천·경기 310명(30.7%), 대전·세종·충청 99명(9.8%), 광주·전라 108명(10.7%), 대구·경북 100명(9.9%), 부산·울산·경남 143명(14.2%), 강원·제주 36명(3.6%)이었다.
조사는 △국정평가 및 전망 △외교·안보 △경제·산업 △정치·선거 등 분야에서 이뤄졌다. 응답자 특성은 △성·연령·지역 △직업·소득·이념 성향 등으로 구분했다.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재난기본소득 등 주도… 선명성 부각
주목도 떨어진 윤석열 지지층 흡수
“중도·보수층 아우르는 확장성 갖춰”
尹, 야권주자 가운데 독보적 지지율
안철수 5%·홍준표 3.9%·오세훈 2.7%
세계일보 창간 32주년 여론조사 결과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더불어민주당 지지층과 호남 지역의 높은 지지율에 힘입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30%를 돌파했다. 이 지사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여론조사에서 30%대 지지율을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이 지사는 최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선두로 치고 나온 뒤에도 지지율 20%대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이번 조사를 통해 무당(중도)층 유권자를 끌어올 수 있는 확장 가능성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지사의 지지율은 대구·경북(TK) 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고르게 높았다. 특히 정치 연고지인 경기·인천 지역(40.0%)에서 경쟁자인 민주당 이낙연 대표(13.3%)를 크게 앞섰다.
정의당 지지층(43.0%)도 이 지사에 대해 호의적이었다. 재난기본소득 등 진보적 의제를 주도하며 선명한 노선을 보여준 점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거나, 지지 정당을 밝히지 않은 ‘무당층’에서도 이 지사 지지율은 27.6%로 윤석열 검찰총장(11.6%)과 이 대표(7.0%)를 앞섰다.
민주당의 텃밭이자 이 대표의 고향인 호남에서 이 대표보다 25.6%포인트 높은 지지율이 나온 점은 주목된다. 사실상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의 판세를 좌우할 민주당 지지층이 이 지사 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그간 이 지사에 우호적이지 않았던 친문재인 지지층의 향배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친문 진영에서는 김경수 경남지사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대선 불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이들의 대안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 대표와 이 지사의 지지율이 20%대 정체 구간에 갇혀 있을 때는 정세균 총리나 이광재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제3후보로 나서서 판을 역동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지사의 독주 상황이 지속되면 이런 친문 진영의 흐름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대권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는 정 총리는 이번 조사에서 2.8%에 그쳐 유력 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준으로 평가되는 ‘지지율 5%’ 벽을 좀체 넘지 못하고 있다. 정 총리의 지지율은 같은 호남 주자인 이 대표의 지지율과 연동돼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초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거론한 뒤 지지층 이탈 현상이 나타났던 이 대표가 4월 보궐선거 등을 계기로 반전에 성공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1년 전 세계일보 창간 31주년 여론조사에서 이 지사는 이 대표(32.2%)와 윤 총장(10.8%),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10.1%)에 이어 5.6%로 4위에 그쳤다. 지난해 이 대표의 호남 지역 지지율은 59.7%였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 지사의 30%대 진입은 중도·보수층을 아우르는 확장성을 갖췄다는 의미심장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며 “친문의 행보를 지나치게 의식한 이 대표에 대한 지지와 추미애 전 법무장관과 갈등 이후 주목도가 떨어진 윤 총장의 지지율을 일부 흡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내 제3후보의 등장이나 중도지대를 대표하는 주자의 출현 등 의외의 변수가 없다면 이 지사의 1강 체제는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여전히 20% 가까운 지지율을 보이며 여권 후보에 맞설 유력 야권 주자임을 입증했다. 문재인정부에 맞서 각종 권력형 의혹 사건 수사를 몰아붙이고 추 전 장관과 갈등을 빚으면서 야권 지지층이 윤 총장을 중심으로 결집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윤 총장의 독주에 야권의 대선 주자들은 5% 이하의 지지율을 보이며 부상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5.0%, 무소속 홍준표 의원 3.9%, 오세훈 전 서울시장 2.7%, 미래통합당 황 전 대표 2.0%,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제주지사는 각각 1.8% 순이었다.
윤 총장은 50·60대 이상(48.3%)과 대구·경북(33.2%), 국민의힘 지지층(44.6.%)에서 높게 나타났다.
다만 윤 총장의 대선 출마 여부를 두고는 39.0%가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해 윤 총장 지지율은 사실상 반문재인 여론이 윤 총장에 몰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민순·배민영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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