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재인정부가 출범했다. 중소기업을 더 키워서 가계 소득을 늘리면 내수와 투자, 고용도 늘어난다는 ‘분수 효과’(Fountain Effect)에 바탕한 경제정책이 예상된다. 이런 문재인정부 시대에 한층 어깨가 무거워진 금융기관이 IBK기업은행(이하 기업은행)이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그 존재 이유를 선명히 드러냈다. IMF 외환위기와 카드 사태, 글로벌 금융위기 파고가 거셌을 때 기업은행은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 곁을 지켰다. 외환위기 당시 전체 은행권이 중소기업 대출을 13조9000억원가량 줄일 때 기업은행은 오히려 6000억원을 더 늘렸다. 카드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기업은행은 각각 전체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액의 74%, 91%를 책임졌다. 당시 살아난 수많은 중소기업들은 위기 이후 더 큰 회사로 성장했고 기업은행의 충성 고객이 됐다. 

 

 

 

 

 

취임 5개월을 맞은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이 지난 15일 서울 중구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행장 접견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기업은행의 역할을 기존의 ‘자금 공급자’ 차원을 넘어 중소기업의 성장단계별 애로사항 해소에 보다 능동적이고 창의적으로 개입하는 ‘동반자 금융’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남제현 기자


“지금까지 기업은행이 ‘자금 공급자’, ‘금융 조력자’ 등 수동적 역할에 그쳤다면 이제는 중소기업의 성장단계별 애로사항 해소에 보다 능동적이고 창의적으로 개입하는 ‘동반자 금융’으로 발전해나가겠다.”

김도진(58) 은행장은 지난 15일 서울 중구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행장 접견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가진 자리에서 이 같은 포부를 피력했다. 취임 5개월을 맞은 김 행장은 늘 현장을 강조한다. 지점장 시절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타고 현장을 누비며 2년 연속 전국 실적 1등을 기록했다. 김 행장은 지난 2월 전국 영업점장 회의에서 1000여명의 직원들에게 구두 한 켤레씩 선물하며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새 정부가 중소기업이 중심이 된 경제구조를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기업은행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전임 두 정부는 대기업 성장을 도모해 중소기업들이 이를 따라오게 하는 소위 ‘낙수 효과’(trickle-down effect)를 택했다. 현 정부는 중소·중견기업 중심으로 허리와 하부조직을 더 탄탄하게 만드는 ‘분수 효과’가 지금 한국 경제에 더 적정한 성장 패러다임이라고 보고 있다. 기업은행도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정부직제가 갖춰지면 기업은행도 긴밀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 일환으로 우리는 올해 중소기업 대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1조5000억원 늘린 43조5000억원으로 설정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중소기업 대출을 한다. 기업은행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중소기업 대출규모 면에서 기업은행은 시장점유율이 약 22.7%인 반면 시중은행은 보통 12% 내외다. 10%포인트가량 차이가 난다. 또 기업은행은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와도 거래를 하지만 시중은행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신용등급이 높은 회사 위주로 거래한다. 영세 소기업이 양질의 고객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지만 기업은행에서 대출받은 26만 개 기업 중 약 94%가 20인 이하 영세 소기업이다. 기업은행이 시중은행에 비해 대손충당금 규모가 높고 수익이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소기업이 커 나갈 수 있는 그런 마중물 역할을 하는 데서 기업은행의 존재 의의가 있는 것 같다.

“그렇다. 우리 설립목적이 그것이다. IMF 외환위기, 카드 사태, 글로벌 금융위기란 세 번의 금융위기에서 시중은행들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문을 닫았다. 그러나 기업은행은 대출을 늘렸고 기업들이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때 기업은행의 자산도 많이 늘었고, 거래기업도 증가했다. 경기가 좋을 때는 기업은행 대출이 감소하는 반면 시중은행은 (대출이) 늘어난다. 경기가 어려울 때는 반대현상이 나타난다. 우리는 이것을 경기조절자 역할이라고 한다.” 

 


―중소기업을 성장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으로 대출을 해주려면 우선 기업은행도 수익을 내야 하지 않겠나. 

“우리도 수익률을 제고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대손충당금을 적게 쌓아야 한다. 또 양질의 고객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영세 소기업 중에서도 좋은 회사들이 많이 들어와 충당금을 적게 쌓고 그러면서도 이 회사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우리의 임무다. 직원들이 현장을 뛰면서 유망한 중소기업을 발굴하도록 독려하는 이유다.” 

―영세 중소기업 대출이 많아서 건전성 관리가 중요할 것 같다. 

“건전성이 나빠지면 성장이 유망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여력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신용평가나 조기 경보 등 사전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고 기업이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 긴급 유동성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기업이 부실화되면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통해서 경영정상화도 지원한다. 직원들도 기업을 찾아 (경영상태 등) 상황을 파악한다. 외환위기, 카드 사태,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영세 중소기업의 대출 연체율이 평시보다 크지 않았다. 앞으로도 영세 중소기업의 성장과 경영안정 지원을 위해 노력하겠다.”

―창업 단계부터 지원을 해주면 이들이 기업은행의 우량 고객으로 성장해갈 수 있지 않나.

“물론 우리도 창업에서 성장, 성숙단계까지 계속 지원하고 있다. 다만 지원이 많지 않은 게 우리나라 현실이다. 기업은행과 벤처캐피털, 기업체들이 이들을 지원하지만 자본 규모나 공간적, 금융적으로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제도적으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 큰 불이익이 없어야 하는데 이들이 중견기업으로 올라가면 (그동안 받았던) 혜택이 많이 사라진다. 그래서 중소기업들이 (중견기업으로 성장을) 많이 안 하려고 한다. 그러면서 대기업도 함께 성장해야 하는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금융지원 외에 어떤 중소기업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나. 

“기업은행은 11개의 어린이집이 있는데 시설이 상당히 좋다.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이곳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또 중소기업들이 스마트워크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전국 기업은행 점포의 유휴공간을 살펴보고 있다.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복지를 간접적으로 지원해나가겠다. 기업은행은 대학생들에게 취업 멘토링 서비스와 함께 장학금을 주고 있는데 이 학생들을 전국 중소기업 근로자 자녀와 연결해 무료과외를 하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취임 후 줄곧 디지털을 강조하고 있는데. 

“기존의 국내 핀테크는 개인, 소매금융을 대상으로 발전했지만 기업고객을 위한 핀테크는 미미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에 특화된 핀테크를 개발할 계획이다. 취임 후 첫 조직개편을 통해 중소기업 핀테크 모델을 발굴하는 ‘기업핀테크채널부’도 신설했다. 기업의 카드매출 내역이나 부가세 환급 예상액 등을 모바일로 확인하고, 온라인을 통한 크라우딩펀딩을 이용해 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과 투자자를 연계하고 있다.”

―해외시장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향후 전략은 무엇인가. 

“기업은행은 수익의 약 90%가 이자수익이다. 이것만으로는 은행이 성장할 수 없다.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 기업은행의 특성에 맞게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많이 진출한 곳으로 나갈 계획이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다. 현재 베트남에는 점포가 2개 있는데 법인을 설립하지 않는 한 점포를 늘리기가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본부 파견 인력을 늘려 영업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는 현지 은행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해외진출 과정에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과 연계해 해당 국가에 중소기업 금융지원에 대한 경험, 노하우, 시스템 등을 전수해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금융기관 성과연봉제 논란이 뜨겁다. 

“현 정부도 성과연봉제를 재검토하고 노사가 다시 합의하면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완전한 호봉제를 유지하기보다는 (노사가)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정부가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에 관심이 많다. 기업은행은 상황이 어떤가.

“기업은행의 준 정규직은 급여만 차이가 날 뿐 정년 보장 등 복지는 정규직과 동일하다. (그럼에도) 준 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명제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다만 준 정규직들도 (정규직과 비교해) 자신들의 부족한 부분을 학습해 대출, 외환, 금전신탁 업무 등 정규직 업무를 분담해줄 수 있어야 한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 약력 
 
●1959년 경북 의성 출생 ●대륜고, 단국대 경제학과 졸업 ●1985년 기업은행 입행 ●인천 원당지점장 ●본부기업금융센터장 ●카드마케팅부장 ●대외협력부장 ●전략기획부장 ●남중지역본부장 ●남부지역본부장 ●경영전략그룹장(부행장) ●제25대 기업은행장



정리=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대담=조남규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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