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각료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29일 오전 8시(현지시각) 시애틀 쉐라톤 호텔 1층 풀러식당.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김영진(金泳鎭.국민회의) 위원장 주최로 열린 조찬 기도회장이었다. 'WTO (의원)대표단의 나라를 위한 조찬기도회’에는 한나라당 윤한도(尹漢道)의원 등이 당적을 떠나 자리를 함께 했다.강춘성(姜春成)농민단체 협회장도 손훈(孫薰) 시애틀 총영사도 한 목소리로 애국가를 제창했다. 이어 열린 '국제농업의원회의’는 시애틀 총영사관이 장소와 통역을 제공했다. 김 위원장은 "우루과이 라운드 때는 정부 협상단이 우리(의원)를 만나주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외면상 여야도 초월하고 민간과 정부가 따로 없는 풍경이었다.

그러나 속내는 서로 달랐다. 조찬기도회를 마치고 돌아가던 WTO국민연대 장원석(張原碩)집행위원장은 "아직도 정부가 농업부문을 끝까지 지켜줄 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정부 협상단도 국내 NGO와는 영원히 같이 갈 수 없다는 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최근 국책연구소인 산업연구원은 '시장개방 바로알기’라는 책자를 발간,시장개방 홍보에 나섰다. 이 책자는 "보호정책은 정당과 이익집단이 일반 소비자의 희생하에 이익을 얻기위한 과정에서 실시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국회와 농민단체 등의 개방반대 움직임을 '표 지키기’와 '제 몫 챙기기’ 차원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오해를 살만한 대목이다.

NGO와 국회,정부의 현 동거(同居)체제는 흡사 결별을 준비하고 있는 부부처럼 위태롭기만 하다. 국익이라는 같은 배를 탓으면서도 사안에 따라서는 노젓는 방향을 달리할 수밖에 없는 정부와 NGO가 전체와 부분과의 조화 속에서 상생의 묘수를 찾아주기를 기대한다. <시애틀=趙南奎기자> 1999년12월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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