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분단 70년, 대한민국 다시 하나로] "통일은 새로운 기회… 다가올 70년도 희망의 시대 열 것"

문정인 연세대 교수, 윤덕민 국립외교원장 대담, 사회=조남규 외교안보부장

한반도 통일과 선진국 도약이라는 미완의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이를 풀어내기 위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 세계일보는 광복·분단 70년의 성취와 미완의 과제를 반추해보는 연중 시리즈를 시작한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어온 각계 인사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광복·분단 70년이 남긴 질곡의 현장을 찾아 남북과 동서로 갈라진 7500만 겨레의 힘을 결집할 수 있는 교훈을 모색해 본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와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각각 진보와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학자다. 문 교수는 김대중·노무현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인 햇볕 정책과 동북아평화번영 정책 설계에 참여했고, 윤 원장은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의 대북 정책 수립에 깊숙이 관여했다. 현대사를 바라보는 시각과 대북정책과 동북아 전략, 한반도의 미래 비전에 이르기까지 두 사람의 시각은 조금씩 엇갈렸지만 지난 70년이 성공의 역사였으며 통일이 한반도의 새 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희망의 과정이라는 인식에서는 하나였다. 말미에 이르러서는 우리 사회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 청년 실업, 양극화 문제가 화제에 올랐다. 문 교수와 윤 원장은 통일을 ‘새로운 돌파구’와 ‘또 하나의 프런티어’(신 개척지)로 명명했다. 대담은 우리가 지난 70년을 성공했으니 다가올 70년도 성공할 것이라는 희망을 확인하면서 마무리됐다. 대담은 지난달 16일 세계일보 서울 광화문 사옥 인터뷰실에서 진행됐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윤덕민 국립외교원장, 문정인 연세대 교수, 세계일보 김민서 기자, 조남규 외교안보부장.

-광복·분단 70년을 맞았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격동의 70년을 회고하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하나.

문정인 교수(이하 문 교수):과거에 대한 성찰, 현재 위상에 대한 객관적 분석과 진단, 미래로 나아가야 할 방향 설정이 이뤄져야 한다. 6·25전쟁 이후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가 근대화와 경제발전을 이루고 민주화까지 이뤘다는 점은 분명한 성과다. 동남아와 중남미에 우리보다 훨씬 오래전에 독립을 이룬 국가도 있지만 우리만큼 출중하게 변모한 나라가 없다.

하지만 여전히 분단된 한반도는 군사적 대립과 갈등관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미완의 과제를 안고 있다. 선진국 경제가 맞닥뜨린 저성장·고실업·저소비의 ‘뉴 노멀(New Normal)’은 우리도 비켜가기 어렵다. 대외적으로는 중국의 부상에 따른 지정학적 역학관계 변동 등 도전이 간단치 않고 불확실성이 너무나 크다. 남북이 하나 된 한반도를 만들어 분단을 극복함으로써 미·중과 중·일 갈등 사이에서 통일 한반도가 중심축 역할을 수행하며 동북아 평화를 이끌어야 한다.

윤덕민 원장(이하 윤 원장):일제 식민지에서 벗어나는 기쁨을 누렸으나 분단이라는 아픔을 겪어야 했고 분단은 현재 진행형이다. 문 교수님이 지적했듯이 세계 최빈국이었던 우리가 산업화와 근대화를 이뤄 세계 10위권의 경제국가로 부상했고 세계 7위의 무역대국으로 성장한 것은 어디에 내놔도 자랑스러운 성과다. 보편적 가치인 민주화를 우리 스스로 힘으로 이뤄낸 점은 엄청난 성과다.

-성공의 70년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도 이승만 초대 대통령 평가 등 현대사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윤 원장:현실주의적 입장에서 당시의 국제정세를 보면 1948년은 이미 동서 냉전 시기였다. 당시 소련의 움직임을 보면 남북 분단은 불가피했다고 봐야 한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분단시킨 장본인인 양 여기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 전 대통령이 국제 환경 흐름을 제대로 읽었기 때문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건국할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해야 한다.

문 교수:이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는 있다. 남한의 단독정부 수립이 분단을 초래한 최대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고 당시 상황에서는 최선이었다고 판단하는 사람도 있다. 건국에 대해서는 분명한 국민적 합의를 지니고 있다. 상하이(上海) 임시정부가 있었다. 중국을 비롯해 국제사회가 당시 인정한 임시정부였다. 1948년이 대한민국이 주권국가로서 공표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상하이 임정의 전통을 부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남북관계는 정권교체에 따라 냉온탕을 오갔다. 김대중, 노무현정부의 남북정상회담 성과물인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이 계승되지 않은 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다.

문 교수:윤 원장이 먼저 얘기해야 할 것 같다. (웃음)

윤 원장:승계된 점도 있다. (웃음) 10·4 선언은 합의된 내용 가운데 현실성이 없는 것도 많았다. 무조건 다 이행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대통령 선거 몇 달 앞두고 남북정상이 합의를 하면 다음 정부가 전부 다 이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정부 나름의 성격이 있고 시대의 요구가 있으므로 어느 정도의 변화나 조정은 필연적이다. 박근혜정부는 기본적으로 그간의 합의를 인정하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대북 구상인 한반도신뢰프로세스 자체가 그렇다. 지금까지 남북한이 합의한 것을 잘 지키자는 것이고, 신뢰를 쌓아 남북관계를 풀어나가자는 정신이다.

문 교수:10·4선언만 놓고 봐도 노태우정부 때부터 각 부처가 갖고 있는 사업을 모아서 만든 것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10·4 정상선언 후속 조치로서 남북총리가 45개 합의사항 만들면서 구체적인 사업결정 여부는 사안별로 추후 협의해 나가자는 합의를 했다. 어려운 것은 뒤로 미루고 쉬운 것부터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정부도, 이명박정부도 지속성을 인정해주지 않았다. 남북 문제 만큼은 정치 쟁점화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인도적 지원, 인프라 개발, 그리고 민족 동질성 회복 3가지를 핵심으로 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구상은 사실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에 포함되어 있는 내용이다. 박 대통령이 드레스덴 구상을 밝힐 때 “6·15와 10·4선언의 연속선상에서 이런 제안을 한다”는 대목이 들어갔다면 북한이 제도통일 또는 흡수통일 운운하지 않았을 것이다.

윤 원장:진보·보수의 대북정책이 마치 크게 다른 것처럼 비치지만 사실 김대중정부의 햇볕정책을 예로 들면 그 원형은 노태우정부 때 만든 포용정책이다. 대한민국이 처음으로 북한보다 경제력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랐을 때였음에도 흡수통일 정책이 아닌 포용정책을 표방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이명박·박근혜정부에 이르기까지 북한을 흡수하겠다는 정책을 쓴 적이 없다. 북한 붕괴 가능성이 거론된 김영삼정부 시절에도 북한 붕괴 시나리오를 갖고 정책을 편 게 아니었다.

문 교수:동의하지 않는다. 예를 하나 들겠다. 과거 국가정보원에 대북 막후접촉을 담당하는 대북전략국이 있었는데 이명박정부 들어 와 폐지됐다. 대북침투와해 공작과 대공수사 기능만 강화됐다. 대한민국 헌법 자체가 평화통일을 지향하므로 북한을 압살하고 흡수하는 통일을 얘기를 할 수 없는 구조다. 그런데도 북한 붕괴론에 기초한 흡수통일론이 당시에 대세를 이뤘다.

윤 원장:이명박정부 시절 여러 번 정상회담을 시도하고 대북협상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만간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질 것 같다고 말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천안함 폭침 사건이 터졌고,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논의했는데 뒤통수를 맞았다. (북한이) 대화와 도발을 오가며 롤러코스터를 타는 상황이었다. 결국 김정일(국방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김정은(국방위 제1위원장)으로의 후계 구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남북 관계를 북한이 정치적으로 활용한 것이었다.


윤덕민 원장(왼쪽)·문정인 교수

-박근혜정부는 원칙 자체를 중요시하는 지도력이다 보니 대북관계에서도 원칙에만 얽매여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윤 원장:여러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 대다수는 남북관계가 정상화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과거처럼 우리가 불필요할 정도로 지나치게 저자세를 취하는 것보다는 정상적 관계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적 바람이 있다고 본다.

문 교수:박근혜정부는 우리가 먼저 고개를 숙이고 나가지 않겠다는 것과 북한과의 협의는 공식 채널을 통해서만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데 이런 것은 절차의 문제라고 본다. 대통령의 원칙은 국익 우선의 원칙이어야 한다. 윤 원장 같은 분이 대통령께 당국 간 공식 회담을 하되 비공식적으로 당국자 간 막후 접촉이나 물밑 접촉을 통해 사전에 조율하는 방안을 건의드렸으면 한다.

윤 원장: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계기로 젊은 층 가운데 북한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진 것 같다. 이 문제를 매듭지으려면 북측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큰 틀에서 (천안함 폭침에 따른) 5·24 대북제재조치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으나 장기적 관점에서 남북관계의 질적 발전을 생각한다면 5·24 조치는 문제의 원인이 된 점을 어느 정도 매듭을 지어야 더 탄탄한 남북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문 교수: 나는 좀 다르게 생각한다. 일단 천안함 건은 북한이 인정을 안 할 것이다. 따라서 북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전제 조건으로 한 남북관계 개선은 다분히 비현실적이다. 역지사지 입장에서 봐야 할 것이다.

-이 자리에서 결말이 날 것 같지 않다. 중국 얘기를 해보자. 지난 70년을 미국과 함께했다면 앞으로 70년은 중국과 같이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윤 원장: 우리는 지난 70년 동안 가장 강력한 패권국가인 미국과의 동맹을 통해 운신의 공간을 만들고, 지역 내 안정과 균형을 만들어냄으로써 성공의 환경을 조성했다고 본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지역 내 균형이 깨질 때마다 대한민국은 굉장한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의미에서 중국의 부상은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으나 엄청난 도전이다. 두 개의 태양 아래 살 수 없으니 중국을 택해야 한다는 분도 있으나 과거 중화질서에 편입해 조공(朝貢)을 바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는 잘 생각해 봐야 한다. 지금은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강력한 한 축이자 안전판으로 삼으면서 중국과도 전략적 협력 관계를 최상으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중층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면 된다. 중국이 너무 커져서 우리가 (미국과의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때가 올지, 안 올지 모르겠지만 내 생애에는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

문 교수: 우리에게 가장 바람직한 관계 설정은 경제는 중국과, 안보는 미국과 손잡는 양면전략이다. 문제는 미·중 두 나라가 우리에게 자꾸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 12월 미국 조 바이든 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은 좋은 베팅이 아니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도 한국 방문 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을 권유했다. 윤 원장도 말했듯이 북한이라는 위협이 존재하는 한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동맹이 갖는 함정이 있다. 동맹은 늘 공동의 위협과 공동의 적을 가정한다. 단기적으로는 한·미동맹에 의지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동맹처럼 편 가르기가 아닌 역내 국가가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일 관계로 넘어가 보자.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은 다 하는 것 같은데 묘수가 없다.

윤 원장: 일본의 젊은 세대가 성장하면 한·일 간에 감정으로 얽힌 역사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는데 오히려 (식민지 시절 가해와 피해의) 경험이 없는 세대들이 인구의 주류를 형성하는데도 해가 가면 갈수록 한·일관계가 악화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결국 문제가 되는 것이 과거사 정립 문제이다. 얼마 전 폴란드를 다녀왔는데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폴란드 사제단이 오히려 독일에 대해 폴란드를 용서해달라는 식으로 접근을 했다고 한다. 독일이 자각하고 손을 내미는 계기가 됐다. 독일 대통령이 무릎 꿇고 사죄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정의는 과거의 불의를 기억하는 것보다 과거를 용서하는 데 있다”고 했다. 한·일 관계를 언급한 말은 아니었으나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말이다.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정부의 역사적 퇴행은 문제지만 우리가 일본을 용서할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극우 보수와 일반인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반적 일본인이 일본 내 극우 정치인의 선동에 말려들지 않고 젊은 일본인들이 올바른 역사를 알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문 교수: 피해자의 용서와 가해자의 사과는 상호 작용을 해야 하는데 일본 정치를 움직이는 지도자들이 역사에 대한 반성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점이 문제다. 그런 상황에서 가해자가 일방적으로 용서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지역 내 중요한 협력 파트너다. 앞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시대다. 그들이 갈등을 해도, 협력을 해도, 한·일은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일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역사적 집단기억은 (식민지 시대의 아픔을 경험한) 세대가 세상을 떠나더라도 전수가 된다. 일본 국민 대다수는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한·일 양국에서 극우·민족주의적 시각을 가진 세력을 사회적으로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인식이라면 박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못 만날 이유도 없을 것 같다.

윤 원장: 그런 만남이 필요하지만 아베 정부의 퇴행적 역사 인식이 한·일 관계의 기초를 흔들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일본 정부가 진정성을 보여줘야 하고 그 시금석이랄 수 있는 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라고 본다. 다른 문제와 달리 위안부 문제는 시간의 문제이다. 할머니들 연세가 모두 90세에 가까워 화해할 수 있는 시기가 몇 년 남지 않았다. 이분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놓아야한다. 그 이후에는 아무리 화해하고 싶어도 화해할 수가 없게 된다. 위안부 문제를 잘 풀어나가는 것이 향후 새로운 한·일 관계를 형성하는 동력이 될 것이다.

문 교수: 독도문제도 단순한 영토 문제가 아니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 주장한다고 독도가 일본 땅이 되는 게 아니다. 독도는 한국땅이라고 인정하고, 위안부 문제도 강제성이 없었다거나 (피해자가) 몇 명 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말해서 국제사회의 공분을 살게 아니라 아베 총리가 과감하게 진심으로 사과하면, 보상 문제는 기술적 문제이니 협의해나가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정상회담 할 수 있다. 일본이 과거사 청산 문제를 정확히만 해결한다면 주변 국가가 일본의 정상 국가화를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아베 총리의 대승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래 비전을 얘기해보자. 우리 사회는 이념과 계층, 지역, 세대 갈등에 속박된 상태로 전진을 못하고 있다. 어떻게 갈등을 해소하고 통일을 이룰 수 있나.

문 교수: 분단 상황이 지속하는 한 통일의 꿈을 실현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우리 정부가 합의에 의한 평화통일 원칙을 보다 분명히 해서 북한이 흡수통일로 오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통일준비위원회에서 준비 중인 통일헌장에 어떤 형태, 어떤 방식의 통일인지를 분명히 해둬야 한다. 박 대통령은 남남갈등을 극복하고 국민적 합의에 기초한 통일, 북한과 더불어 함께 준비하는 통일,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는 통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제 이를 실천해 나가면 된다.

윤 원장: 영화 ‘국제시장’을 보니 우리가 참 어려운 시기를 잘 견디고 열심히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 시절에는 열심히 일하면 잘살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이 있었다. ‘88만원 세대’로 일컬어지는 요즘 젊은 세대는 스타벅스에서 비싼 커피를 사 마시고 비싼 스마트폰을 쓰고 통신요금을 내면서도 저축은 못한다. 젊은 맞벌이 부부도 저축하는 대신 그 돈으로 비싼 취미 활동을 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삶을 즐기며 사는 쪽을 선호하는 것 같다. 과거에는 금리가 괜찮아서 저축하면 집도 사고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보니 희망이 없다고 보는 것 같다.

한국만 보면 희망이 없어 보이지만, 눈을 세계로 돌리면 중국과 인도 등에서 구매력을 갖춘 중산층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가 퇴장하면 대한민국은 심각한 노동인력 부족 상태가 될 것이다. 하루빨리 정년을 연장하고 경험 있는 인력의 재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통일이 또 하나의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는 점도 적극 알려야 한다. 우리 인구의 90% 이상은 분단 이후 태어났다. 앞으로 20∼30년만 지나면 분단을 기억하는 사람도 더는 없다는 얘기다. 앞으로의 70년은 통일을 새로운 기회로 여는 희망의 시대로 만들어야 한다.

문 교수: 세계화 시대에 맞물려서 저출산 고령화니 양극화니 여러 문제점이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희망 담론이 부각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과 인도도 얼마든지 진출이 가능하다. 통일이 되면 남북한 통합 인구가 약 1억명 수준으로 커지고 출산율도 증가할 수 있다.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 지도자의 비전 제시와 사회적 담론 형성이 그래서 중요하다.

윤 원장: 전쟁까지 겪은 최빈국이 지금 이렇게까지 성장했다.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기란 쓰레기 더미 속에서 장미꽃이 피어나기를 기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모욕적인 말도 들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민주화를 이뤄내는 저력을 보였다. 자부심을 갖고 젊은 세대가 새로운 희망을 가져야 한다.

문 교수: 중동·아프리카·남미 지역의 경우 독립을 이루고 성장하면서 종파·인종 간 갈등을 겪었지만 우리는 종교갈등과 인종갈등이 없는 유일한 나라다. 상당히 동질성이 강한 사회이므로 좋은 지도자가 나와 희망의 메시지를 준다면 얼마든지 난관을 뚫고 나갈 수 있다. 지난 70년이 성공의 역사였듯이 앞으로의 70년도 성공할 수 있다. 

정리=김민서 기자, 사진=허정호 기자

■ 문정인 교수는…

●1951년 제주도 제주 출생 ●미국 메릴랜드대 정치학 박사 ●1차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대통령 자문 동북아시대위원장(장관급)·제2차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장(현)·대통령직속 통일준비위원(현)

■ 윤덕민 원장은…


●1959년 서울 출생 ●일본 게이오대 법학박사 ●남북 고위급 회담 특별 자문위원·외교안보연구원 교수·대통령 외교안보자문위원·국립외교원(옛 외교안보연구원) 안보통일연구부장 ●국립외교원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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