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두뇌’로 불리는 미국진보센터(CAP)의 루디 드리온 부소장은 오바마 정부의 북핵 기조와 관련, “현 시점에서 오바마 정부는 북한 핵무기와 핵물질, 전달 시스템(미사일)의 위협을 봉쇄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외교적 수단과 경제 제재, 군사적 수단을 활용해 이를 달성하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드리온 부소장은 6월26일 워싱턴 DC 미국진보센터 사무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한 뒤 “오바마 정부는 최근 하와이에 미사일방어체제를 구축했듯이, 미 본토와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군사적 수단(tool)을 사용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미국진보센터는 오바마 정부의 정권인수위원장으로 발탁된 존 포데스타 소장이 2003년 보수 성향의 해리티지 재단에 대항하기 위해 창설한 싱크탱크로, 오바마 정부의 정책 산실 역할을 하고 있다. 루디 드리온 부소장은 대북 정책을 비롯한 외교안보 분야를 총괄하고 있다.

-지난 1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북핵 6자회담 복원 문제가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6자회담은 여전히 북한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좋은 포럼이다. 하지만 북한의 김정일 정권은 최근 너무 많은 도발을 자행했다. 이런 위기 국면에 6자회담이 진전되기를 기다리는 것은 다소 한가한 태도다. 지금은 한미 모두 유엔의 대북제제결의 이행에 주력해야 할 때다.”

-이명박 대통령이 제안한 ‘5자협의’(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를 어떻게 평가하나.

“북한의 핵확산 문제에 대해 책임있는 이해 관계국들이 통합된 대응을 해나가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나라들이 지속적으로 대화를 해야할 필요가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최근 백악관 보좌관 발언을 인용,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 핵을 ‘점진적으로 해체’하는 방식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제사회 결의와 협약을 위반한 북한과 협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북한 핵을 ‘점진적으로 해체’하겠다는 입장은 북한이 먼저 핵확산, 핵실험, 장거리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겠다는 결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도발은 결코 북미 양자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북한은 핵개발을 전면적으로 중단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발언이다.”

-그렇다면 대북 협상은 사실상 어려운 것 아닌가.

“당분간 북미 간 양자대화가 이뤄질 것 같지 않다. 제재는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유용한 도구다. 오바마 정부는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중국과 일본, 한국 등 관련국들의 일치된 행동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3년 당시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북한의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언급한 메모를 작성한 일이 있다. 오바마 정부도 북한의 정권 교체(Regime change)를 대안의 하나로 고려하고 있나.

“정권 교체론은 럼스펠드 장관의 개인적 견해이다. 우리 모두 김정일이 합리적 리더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가끔 그는 논리적 설명이 불가능한 행동을 한다. 김정일의 건강이 악화되면 정권교체가 일어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정권 교체는 궁극적으로 북한 주민의 몫이다.”

-미국 해군이 금수물품 선적 혐의를 받고 있는 북한 선박 강남호를 추적 중이다. 북한 선박이 검색을 거부한다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나.

“미 해군은 군사력을 사용해 북한 선박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방침이 확고하다. 유엔결의에 따라 북한 선박을 중립 지대로 이동시켜 검색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다. 북한 선박이 거부하면, 다른 유엔 회원국 해군의 도움을 받아서 선박의 진로를 차단하거나 그 선박이 예정 항로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도 예상된다.”

-에반스 리비어 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장은 지난 11일 미 상원 청문회에 출석, “중국이 북한을 대하는 태도가 변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중국이 일방적으로 북한을 지원해온 기존의 입장에서 변화하고 있다고 보는가.

“내 대답은 예스다. 북한이 노골적으로 도발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유엔의 대북결의에 동의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을 취할 수 없다.”

워싱턴=조남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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