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올 들어 가짜 백수오 사태로 홍역을 치렀다. 대다수 국민이 한두 가지씩은 챙겨먹고 있는 건강기능식품이 도마에 오르면서 식약처의 존재감이 크게 부각됐다. 건강기능식품뿐만 아니라 떡볶이, 순대에서 의약품에 이르기까지 식약처와 국민의 삶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취임 6개월을 맞은 김승희 식약처장을 지난 22일 서울 목동에 위치한 서울지방식약청 집무실에서 만나 먹거리 안전 문제 등을 물었다.

―가짜 백수오 사태 파장이 컸다. “이엽우피소가 인체에 해롭지 않다”고 발언해서 논란이 됐는데.

“인삼과 도라지를 생각하면 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지금까지 백수오라고 속고 먹은 사람은 인체에 무해하니 안심해도 좋다. 가짜인 이엽우피소를 속아서 먹으면 안 되니 먹지 말라는 의도였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이엽우피소는 별 용도가 없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우리가 식품원료로 허용하지 않았다. 수요가 있고 기능이 있어서 개발자가 어떤 용도로 사용하겠다고 신고를 하면 검사를 하는데, 그런 요청이 있기 전에 식약처가 선제적으로 조사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정부가 이엽우피소를 실험으로 규명해 주면 앞으로 백수오하고 혼합해서 써도 된다는 걸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한 의원이 ‘정부가 안전하다고 하는데 안전하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해서 결국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가짜 백수오 사태의 재발 방지 대책은 어떻게 세우고 있나.

“백수오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원점에서 건강기능식품 관리체계의 전면 개편 방안을 마련했다. 원료 인증 단계에서 5년마다 재평가하고 이상사례 급증 시 재평가한다. 사용금지 원료를 사용할 경우 처벌을 두 배로 강화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할 예정이다. 자가품질검사도 부적합이 나오면 바로 식약처에 보고토록 한다. 유통 소비단계의 경우에도 허위과대광고를 하면 최고 1000만원 이하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국민 포상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또 소비자가 이상 제품에 대한 검사를 요청할 수 있는 ‘소비자 행정조사 요청제도’를 도입한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 신종 감염병에 대한 우려가 높다. 10년 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병했을 때는 백신 도입이 늦어져 혼란이 있었다. 이를 막기 위한 대책이 있나.

“물류-교통의 발달로 전 세계가 하나의 생활권이 되면서 바이러스로 인한 신종 감염병이 국제적인 문제로 부상했고, 변종바이러스의 출현 때문에 미래에 출현할 감염병을 사전에 예측하기가 어려워졌다. 식약처는 감염병 예방을 위한 백신 개발과 자체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 국내에서 생산이 가능한 ‘백신자급화’를 추진하고 있다. 매년 초 제약회사의 백신 개발계획을 조사하고 연도별 개발지원 계획을 수립해 백신의 개발부터 허가까지 맞춤형 컨설팅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한 감염병이 유행하는 국가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의약품을 공급하기 위해 국내 품목허가를 받지 않은 의약품을 수입하거나 국내에서 자체 제작할 수 있게 하는 ‘의약품 안정공급지원 특벌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일부 시민사회에서는 안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법률의 대상이 되는 약품은 적절한 치료제가 없어 생명을 위협받는 희귀·난치성 환자들을 위한 용도로 한정된다. 희귀·난치성 환자를 대상으로 긴급히 도입된 의약품도 추후 임상시험을 통해 안정성을 계속 점검할 계획이다.”

―중국 ‘투유유 중국전통의학연구원’ 교수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아 중의학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전통의학이 있고 서양의학도 최신 기술과 접목해 눈부신 발전을 이뤘는데 왜 아직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지 못할까.

“기초가 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뚝심 있게 연구해야 하는데 ‘빨리빨리 문화’가 강하다 보니 연구 성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는 것 같다. 제약분야는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한데 중간에 ‘뻥튀기’ 결과만 바라다보니 좋은 연구가 이뤄지기 어렵다. 1990년대 말에도 유전자 치료제라고 해서 줄기세포에 유전자 넣는 기술이 거품처럼 커졌다. 그런데 당시에 미국 학회에 참석해 보니 이미 수백편의 논문이 있더라. 당시 우리나라는 논문이 10편도 채 안 됐다. 의학분야 연구는 많은 연구 중에 하나의 결과가 나오는 것이지 하루아침에 운좋게 걸리는 게 아니다.”

―담뱃값 인상효과가 줄어들면서 금연 열기가 주춤하고 있다. 담배 관리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니코틴이 함유되지 않은 금연초·전자담배 등을 관리하고 있다. 금연초 등은 니코틴이 들어 있지 않지만 담배 기능을 할 수 있는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것이 몸에 해로운지 아닌지를 검사해 안전관리를 하는 것이다. 예컨대 궐련형 금연초도 담배처럼 불을 붙여 태우게 되는데, 연기 안에 유해물질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를 성분 분석해서 기준치를 넘으면 팔지 못하도록 한다. 지금까지는 니코틴이 들어 있는 담배에 대해서는 성분 분석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앞으로는 성분도 분석할 계획이다. 안철수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발의한 ‘담배 유해성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서 이뤄질 텐데 3000여 가지 물질로 이뤄진 담배의 성분을 분석해서 유해성분 등을 대중에 공개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이를 담뱃갑에 표시할지는 민감한 문제여서 추후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수능환’, ‘물범탕’ 등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효능이 확인되지 않은 건강식품이 범람하고 있다. 제재할 계획은 없나.

“조사하고 있다. 시중 건강원과 한의원에서 수능환, 물범탕을 수거해 스테로이드 같은 의약품 성분이나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있는지 검사 중이다. 의약품 성분이 확인되면 즉시 행정처분과 회수폐기 조치를 할 예정이다. 또 관련 제품의 광고부분도 의약품으로 오인할 수 있도록 허위과대했는지 조사 중이다. 건강식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주로 소상공인이다 보니 무조건 처벌하기보다는 지도·계몽을 하라는 목소리가 많은데 형량을 높이면 상당부분 정화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식품위생법 조항이 구체적이지 않고 주먹구구식이라는 지적이 있다.

“단체급식을 하는 곳이 늘고 있고, 전국에 음식점이 80만개에 달할 정도로 외식산업도 규모가 커져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식품 조리·판매에 관한 법률(가칭)’을 따로 떼어 제정할 계획을 갖고 있다. 가공식품 제조회사의 생산단계나 유통단계에 대해서는 좀 더 관리를 엄격하게 하고, 음식점의 위생관리는 또 다른 측면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궁극적인 법 제정 취지는 음식점 위생관리 역량 강화다. 축산물위생관리법에 있는 축산물 가공식품의 관리업무를 식품위생법으로 이관하고, 식품위생법의 생산단계 안전관리와 농·수산물 품질관리법의 생산단계 안전관리를 통합해 ‘농·수산물 안전관리법(가칭)’을 제정할 계획이다.”

―외식문화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위생관리는 후진국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식중독에 의한 사회·경제적 손실비용이 2조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집단급식의 증가와 외식산업의 발전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음식점 위생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는데 식약처는 음식점의 위생수준을 평가해 우수한 업소에 등급을 부여하는 ‘위생등급제’를 시행함으로써 위생을 향상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려고 하고 있다. 전문가가 음식점의 위생수준을 현장평가하고 위생수준이 우수한 업소를 3개 등급으로 표시해 기술지원, 간판제공, 시설·설비 개보수 융자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2017년은 관광특구 내 음식점 3만5000개 업소를 대상으로 하고, 2018년에는 모범음식점 1만9000여곳을 음식점 위생등급제 참여를 유도할 예정이다. 미국 등 해외에서 위생등급제를 도입하고 식중독이 10∼30%가 줄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국내에서도 식중독이 감소하면 2800억원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김승희 처장은

●1954년 서울 출생

●경기여고, 서울대 약학과, 서울대 약리학 석사, 노트르담대 대학원 생화학 박사

●식품의약품안전청 생물의약품국 국장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원장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


정리=이재호, 사진=이재문 기자
대담=조남규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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