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일반 대기를 통해 전염되는 공기감염병이다/몸이 닿기만 해도 감염된다/눈을 바라만 봐도 감염될 수 있다/모기가 코로나19를 전파한다/중국산 김치, 식재료로 감염될 위험이 있다/비타민C가 코로나19를 퇴치한다/중국 당국이 공문을 통해 마늘이 예방책이라고 권고했다/특정 업체 가글액을 쓰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헤어드라이어를 쐬어주면 바이러스가 죽는다.’
지금 보면 어처구니없는 말들이지만, 한때 우리들 가운데 누군가는 이를 믿고 실천하기까지 했던 코로나19 관련 대표적인 ‘가짜뉴스’다. 잘못된 정보는 바이러스 확산으로 이어지는 등 피해도 왕왕 발생했다. 2020년 3월 국내 모 교회에서 코로나 소독을 이유로 분무기를 이용해 교인들의 구강에 소금물을 분사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는 집단감염으로 이어져 국가방역체계를 흔들어놨다.
여기에 방역을 위한 정부의 관리·감시체계가 강화되면서 개인정보유출·인권침해 등 부작용도 나타났다. 비정부기구 국제앰네스티는 감염병이 침해하는 권리 가운데 가장 큰 것은 건강권이지만, 인권침해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열과 감시, 통제, 차별, 혐오, 국경통제 등 코로나19 관련한 각종 분야 대처에서 침해사례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와중에도 ‘인포데믹’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에 대한 허위 정보들이 퍼지며 백신 접종을 기피하는 ‘백신 포비아(공포증)’가 극성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퍼진 ‘화이자와 모더나 등의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방식 백신을 맞으면 유전자가 변한다’는 가짜뉴스가 대표적이다. 최근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이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백신 관련 정책 위반으로 삭제된 게시물이 1600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짜뉴스는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고 당국의 대처를 어렵게 한다. 거기에 개인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정보가 중요한 시대에 거짓정보가 가진 위험성은 감염병 못지않다. 코로나 이후 시대를 준비해야 할 우리에게는 가짜뉴스에 대한 ‘백신’도 필요하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라져도 가짜뉴스는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디지털 뉴스 신뢰도 세계 최하위권
디지털 시대에 정보 전파 속도는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된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SNS, 메신저앱,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 등 정보의 유통 창구도 다양해졌다. 이를 통해 가짜뉴스와 허위정보 역시 확산 속도에 날개를 날았다. 워낙 넓고 빠르게 퍼지는 탓에 출처를 찾아내기도 힘들고 검증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디지털 시대 우리나라 뉴스는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3일 발간된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수행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1’에 따르면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 한국은 신뢰한다는 응답률이 32%로 46개국 가운데 38위를 기록했다. 46개국 평균은 38%다. 한국은 조사에 참여한 2016년 이후로 매년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이번 조사는 세계 주요 46개국 9만2372명(한국 2006명)을 대상으로 올해 1월13일부터 2월9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허위정보에 대한 우려는 커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에서 접하는 정보의 진위에 대해 한국은 65%가 우려한다고 답했다. 지난 한 주 동안 어떠한 주제의 허위정보를 접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한국 응답자들은 정치(51%), 코로나19(46%), 유명인(38%), 기후변화·환경(15%) 순으로 응답했다.
김대중 동아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지난 25일 이메일을 통해 “가짜뉴스가 생성·확산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는 수용자들의 듣고자 하는, 혹은 듣고 싶어하는, 이른바 확증편향 정보 욕구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본다”며 “정보욕구 대상의 대부분은 정치 및 정치현상에 쏠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언론의 신뢰도가 낮은 이유는 이러한 수용자의 양극화 현상과 맞물려 언론사의 정치적 편향성과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기 때문”이라며 “언론수용자들이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맞지 않은 기사를 가짜뉴스로 취급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강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짜뉴스 온상 ‘유튜브’
유튜브는 우리나라 가짜뉴스의 온상으로 지목됐다. 보고서에서 허위정보 경로로 우려되는 미디어 플랫폼으로 한국인들은 압도적으로 유튜브(34%)를 꼽았다. 특히 정치·사회이슈·사건·사고 등을 다루는 유튜버들이 몇 년 사이 대거 등장하면서 이와 관련한 가짜뉴스, 음모론, 비방, 명예훼손 등 사회문제의 가짓수도 늘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2월 발표한 ‘유튜브 이용자들의 유튜버에 대한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7%는 유튜버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례 가운데 ‘매우 심각’한 문제로 가짜뉴스 전파를 꼽았다. 허위사실임을 알고도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유포하는 행동에 대해 ‘약간 심각’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11.1%로 집계돼 ‘가짜뉴스 전파’를 심각한 문제라고 인식하는 비율은 98.1%에 이른다.
게다가 일명 ‘사이버렉카’(인터넷상에서 이슈가 된 각종 사건·사고들을 짜깁기한 영상이나 비판하는 영상을 주요 콘텐츠로 하는 유튜버를 부르는 멸칭)라 불리는 유튜버들의 무책임한 태도와 발언 등이 조명받으면서 별다른 제재수단이 없는 유튜브에 대한 비판여론도 거센 상황이다. 유튜브 측은 자체 가이드라인에 따라 유해성 콘텐츠에 세 번 경고, 계정 일시정지, 영구폐쇄 등을 하지만, 가이드라인 자체가 광범위하고 모호해 실질적인 규제는 어렵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주류 언론들이 유튜브나 커뮤니티를 ‘받아쓰기’하는 행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지난 25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주류 언론이 유튜브 등을 뉴스로 재생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화제가 된다고 해서 경쟁적으로 보도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언론이 필터링해 주는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무시해도 될 만한 정보들은 무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환경 안에서 개인 미디어들이 뉴스를 생산하는 단계로 들어왔기 때문에 통제수단이 필요하다”며 “포털 등도 책임이 있다. 언론사들의 경쟁을 조장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에 균형 필요
최근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국가가 개인 건강정보 등을 수집·활용하는 일이 잦아지며 민감정보 사용에 대한 경고등도 켜졌다.
지난해 12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NHS 산하의 NHSX는 ‘Covid-19 데이터스토어’를 구축하고 공중보건 현황 및 건강 서비스와 관련한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프랑스는 정부 주도의 ‘SI-DEP’ 시스템을 통해 코로나19 진단 결과 등을 기록·관리한다. 미국 보건복지부는 CBTS(지역기반검진장소)에서 이뤄지는 환자 건강정보의 수집 및 보호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다. 중국은 치료 목적 등을 이유로 시민들의 개인정보를 대대적으로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광범위한 개인정보 수집은 정보 연동을 통한 침해사례를 만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방역과정에서 수집된 개인 건강정보가 쿠키 및 온라인 추적 기술과 결합할 경우 표적광고나 마케팅 목적으로 개인정보가 이용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데이터 유출 사고도 잇따랐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2월부터 8월까지 코로나19 양성반응을 보인 웨일스 주민 전체의 개인정보가, 뉴질랜드에서는 코로나19 확진 환자의 세부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인도에서는 정부 서버에 저장된 8만건 이상의 코로나19 환자의 의료기록을 탈취했다는 해커들의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건강정보는 가장 대표적인 민감정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앞서 이런 민감정보에 대한 개인정보 보호의 원칙과 정보주체의 기본 권리를 희생하지 않는 균형 잡힌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중이다. 지난 18일 폐막한 ‘제55차 아시아·태평양 지역 개인정보 감독기관장 회의(APPA) 포럼’에서 아·태 지역 12개국 19개 개인정보 감독기관장과 산업계 관계자 등 450여명은 코로나19 사태로 개인 건강정보 등 민감정보 이용이 불가피하지만, 정보 최소수집, 보관 기간 제한 등 보호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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