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淳瑛(홍순영)외교장관이 최근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서해안 북방한계선(NLL),중국 탈북자 문제 등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노 코멘트」로 대응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논란의 소지가 있는 사안에 대한 질문에는 좀체 입을 떼려하지 않고 있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침없이 소신을 피력해 온 洪장관의 「소신 외교」「줏대 외교」가 실종된 느낌이다.

지난 5월 윌리엄스버그 회의 기조연설 때 洪장관은 「한-미는 내년에 선거를 앞두고 있는 바,포용정책은 그 성과를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야당의 거센 반발을 샀다. 『북한에 좋은 기회를 잃지 말라는 경고의 메세지』라는 洪장관의 해명에도 불구,남북관계를 내년 총선에 이용하려 한다는 비난에 휩싸였다.

한달 뒤 洪장관은 「서해안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또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당시에도 「NLL 남북 추후 협의」를 규정하고 있는 남북기본합의서 조항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洪장관의 해명은 들끓는 여론에 묻혔다.

이후 洪장관은 대 언론관계에서 다소 움츠러든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 미국을 향해 한국 외교 장관으론 처음으로 불평등 협정인 한-미 행정협정(SOFA)을 조기 개정하라고,주한 미대사관 등이 무상 점유하고 있는 한국 소유 건물을 반환하라고 당당히 요구할 수 있었던 배경은 洪장관의 「소신」이었다. 일본에 대해서도 과거의 오명을 벗어던지고 동북아의 책임있는 나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평화헌법상의 의무를 지키라고 준엄히 얘기할 수 있었던 바탕 역시 洪장관의 꿋꿋한 소신이었다고 생각한다. 외교장관이라는 「엄숙한」 자리에서 소신껏 말하고 행동하는 洪장관의 모습이 보고싶다.<조남규 정치부기자> 1999년 9월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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