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수가 결정된 이후 나는 많은 사람에게서

좋겠다는 부러움 섞인 축하의 말을 들었습니다.

3개월 가까이 지내보니

정말 좋긴 좋더군요.

무엇보다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서 그렇고요.

기자 생활 10여년 동안 가족에게 빚진 것을 일거에 만회할 수는 없겠지만,

있으나마나 한 남편과 아버지로 낙인 찍혔던 저도

얼마든지 가정적인 남편, 자상한 아버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가족들에게 인식시킬 수 있어 좋습니다.

기자가 된 이후로는

데드라인(기사 마감시간)이 없는 편안한 세상을 살아볼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연수 와서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도

일종의 보너스입니다.

1년이면 도피하고 싶어질 만큼 자유가 부담스러워지지도 않을 정도의 기간이니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뒀던 일들을 원없이 해보려 합니다.

그러나 미국도 사람이 사는 땅인지라

살림살이의 무거운 짐은 한국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이역만리의 객지 생활은

까딱 잘못하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성냥개비 집처럼

취약하기 이를 데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리 가족은 얼마 전 여행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예상치 못한 정신적·물질적 손해를 감수해야 했습니다.

연수는 엄연한 현실이더군요.

각설하고,

제가 미국연수 길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독자 여러분 덕분이었습니다.

기자의 해외 연수를 지원하는 기관은 많지만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은

저를 선정해준 한국언론재단뿐이거든요.

이 대목에서 독자 여러분은 묻겠지요.

내 혈세를 축내가며 미국엔 뭐하러 갔느냐고.

그래도 명색이 국비 장학생인데

허송세월하고 오진 않을 각오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는 점을 우선 밝힙니다.

제가 연수기관으로 선택한 곳은

워싱턴 DC에 위치한 조지타운 대학과 워싱턴타임스입니다.

 

 

 

 

 

 물가도 비싼 워싱턴을 굳이 연수지로 택한 것은

오는 11월의 미국 대통령 선거를

이왕이면 미국 정치의 중심지인 워싱턴에서 지켜보자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막상 와서 보니 공화당 후보인 부시 대통령이나 민주당 케리 후보 모두 전국 순회 유세에 나서,

오히려 워싱턴에서는

그들의 모습을 TV를 통해서나 볼 수 있긴 했지만요.

그래도 ‘남부 촌놈’인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백악관 시절

워싱토니안들에게 한 번도 친구 대접을 받아보지 못했다고 고백했던

그 콧대 높은 워싱턴,

미국과 세계를 움직인다는 자부심과 엘리트 의식이 가득한

오만한 워싱턴이야말로

기자로서 부딪쳐 보고 싶은 미국이었습니다.

‘바람둥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학부 과정을 마친 조지타운 대학은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사립 명문입니다.

저도 대학 졸업 14년 만에 다시 캠퍼스를 밟으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대학측은 세계 각국의 연수생들을 위해

다양한 특강과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어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워싱턴타임스는 워싱턴에서 발행되는 두 신문 중 하나로

세계일보의 자매지입니다.

워싱턴포스트의 다소 진보적 성향의 논지와 차별화하며

1982년 창간된 워싱턴타임스는

이번 대선에서도 공화당의 부시 대통령을 사설로 지지한

보수적 논조의 신문입니다.

 한국에서는 워싱턴포스트에 비해 저평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워싱턴 정가에서는 워싱턴포스트 못지않게,

특히 공화당 내에서는 포스트를 능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신문입니다.

저의 좌충우돌 미국 체험기는 세계일보 기자 블로그에 연재되고 있으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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