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정착기(2) - 조남규(세계일보/조지타운대)

사회보장 카드 발급


사회보장카드(Social Security Card) 발급은 미국 내에서 일할 수 있는 필수 조건이다. 사회보장 카드에는 고유의 납세자 번호 또는 사회보장 번호가 기록돼 있다. 미국 시민이 아닌 외국인은 미국에서 일할 수 있는 허가를 받은 경우 사회보장 번호를 받을 수 있다.
단기 체류하는 연수생들에게는 운전면허 딸 때나 은행계좌 개설 할 때 사회보장 번호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지만 돈벌이와는 거의 무관할 듯 싶다. 조지타운 대학에서는 자신들이 발급한 DS-2019로 입국한 J-1이 대학 외에서 일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것도 DS-2019의 4번 항목(Exchange Visitor Category)에 기재된 분야에 관련된 수업이나 연구에 한해 대학과 임금 계약을 맺을 수 있다. 대학 내의 일자리라 하더라도 대학이 아닌 조직과의 고용 계약은 원칙적으로 금지되나 J-1을 발급한 대학이 아니더라도 단기간의 강의나 자문 활동은 가능하다. 다만, 지속적인 활동이어서는 안 되고 그에 따른 보수를 받았다면 반드시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어떤 경우든 방문 연구 영역을 벗어나는 돈벌이여서는 안 된다. 연구 영역이 Political Communication으로 기재된 내가 한국어나 수학 과외를 통해 돈을 벌 수는 없다는 것이다. 더욱 황당한 규정은 대학이 제공한 일자리라 하더라도 J-1 고용 관련 규정에 위배된 경우, 모든 책임은 J-1이 져야한다는 대목이다.
방문 연구원의 사회보장 카드 발급 절차는 의외로 간단하다. 가까운 곳에 위치한 사회 보장국을 찾아가 신청서(SS-5)를 작성하고 방문 연구원 자격으로 미국에 체류할 것임을 증명하는 DS-2019와 I-94, 여권을 제시하면 된다. 동반가족(J-2)은 고용 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사회보장 번호를 신청할 수 있다.

미국 교육청에서 학교 배정받기


한국에서 고1, 중3 과정의 1학기를 마치고 온 두 아이들은 버지니아주의 공립 고등학교 1학년과 2학년 과정(초등, 중등, 고등 과정이 각각 6년, 2년, 4년씩인 미국 학제로는 각각 9학년과 10학년)에 편입됐다. 다행히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청에는 친절하고 자상한 두갠 경(Dougan Kyong) 여사가 한국인들의 편입학을 담당하고 있어 복잡한 수속을 한결 편하게 마칠 수 있었다.
수속 당일 아이들은 교육청에서 영어와 수학 시험을 치렀다. 고등학교 성적은 대학 입학시 중요한 사정 기준이 되는 만큼 학업 이수 능력을 엄격히 검증했다. 한국 학생의 경우 수학은 잘하는 편에 속한다고 한다. 실제 우리 애들도 수학은 상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문제는 영어인데 아이들은 한국에서 영어 학원을 꾸준히 다녔는데도 에세이나 독해 부문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나는 두 아이의 영어 테스트 결과가 A로 나왔다고 해서 최고 등급을 맞은 줄 알고 내 귀를 의심했다. 그러나 그 것은 사실이었다. 문제는 A가 가장 낮은 등급이라는 점이다.
영어 테스트 평가가 A로 나오면 학점 취득 불능 단계로 분류된다. ESOL(The English for Speakers of Other Language) 과정을 우선 밟으며 수업은 청강해야 한다. B1으로 평가되면 영어 능력보다는 수리-탐구 능력 등이 중요한 수학이나 과학 과목 등은 이수할 수 있으나 역시 영어나 사회 과목은 이수할 수 없다. B2 단계부터 전 과목을 이수할 수 있게 된다. 통상 ESOL을 통해 A에서 B2로 올라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개인차가 있지만 1년에서 2년 정도라고 한다. B2 단계부터 9학년 영어를 수강할 수 있다. 이 경우 B2도 졸업을 위해 이수해야 하는 영어 학점(과목당 1학점씩 4년 동안 4학점)으로 인정해 준다. 비영어권 학생을 배려하는 차원이다. 어떻든 ESOL을 통해 영어 능력을 높이지 않는 학생은 4년 내에 대학 진학을 위한 학점을 따낼 수 없다.
섬머 스쿨 등을 통해 낙제한 과목을 보충하고도 18세까지 졸업 학점을 채우지 못한 학생은 계속 학교를 다녀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일단 학교는 떠나야 하고 외부 교육기관(예컨대 성인 재교육 프로그램 등)에서 필요한 학점을 딴 뒤 뒤늦게 졸업하게 된다. 단, ESOL 과정을 거친 비영어권 학생들에게는 영어 핸디캡을 인정, 21세까지 학교에 남아있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SOL 과정의 학생들이 단기간에 영어 능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기는 것은 힘든 일이다. 고등학교 영어 과목에서 통과하더라도 미국의 대학수학능력 시험인 SAT 영어 과목에서 높은 점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래서 ESOL 출신들은 미국 대학 진학시 TOEFL 성적을 별도로 첨부해 SAT를 보충한다고 한다.
우리는 애들 성적 증명서를 한국에서 준비하지 못해 한국 학교에 연락해 팩스로 송부받아야 했는데 필요한 서류는 다음과 같다. 고등학교 입학 대상자는 중학교 전 학년 성적증명이 필요하다. 기관과 기관끼리는 팩스로 전달받으면 공신력이 생긴다.
영문 재학 증명서, 영문 호적 등본, 영문 성적 증명서, 영문 예방 접종 기록(한국 소아과 병원에서 확인서를 해왔으나 결핵 검사가 누락돼 있어 이 곳 보건소에서 결핵 검사를 받아야 했다. 보건소 결핵검사는 공짜이나 기준이 엄격해서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 첫째 아이의 손이 조금 부어있자 Inconclusive 판정을 내리고 재검사를 받도록 요청했다), 여권과 비자, 거주 증명(아파트 계약서) 등.
예방접종 기록은 아이들이 다니던 소아과 병원에서 한 사람당 3만원씩 내고 발급받아 왔다. 물론 이 기록도 필요하지만 교육청에서 건네준 입학용 종합검진 기록을 작성하려면 미국 내 병원을 거치지 않을 수 없다. 소변 검사와 시력 검사, 청력 검사, 빈혈 검사 항목 등을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교민이 운영하는 소아과 병원에서 검진 기록 작성비 40달러, 소변 검사비 20달러, 결핵 검사비 20달러(보건소에서 재검사 대상이 된 첫째는 여기서 돈 내고 다시 검사했다) 등 80달러를 받고 해준다. 빼먹은 예방 접종이 있다면 돈 내고 추가로 받아야 한다. 학교 입학을 위한 필수 접종 항목은 DTP(Diphtheria, Tetanus, Pertussis), OPV(Poliomyelitis), Measles, HBV(Hepatitis B Vaccine), Varicella Vaccine 등이다.
작성해야 할 서류들에 학부모 연락처를 기재해야 하는 만큼 전화나 핸드폰이 개통된 이후 교육청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모든 서류가 완비되면 교육청에서는 이를 밀봉해서 학부모에게 준다. 학부모는 이 봉투를 들고 해당 학교에 찾아가 카운슬러와 상담한 후 편입 수속을 밟는다. 어디든 사전 약속은 필수다. 학교는 거주지 근처로 배정된다. 우리 애들은 버지니아 페어펙스 카운티 내의 비엔나에 있는 제임스 메디슨 공립 고등학교로 배정됐다.

자동차 구입하기


자동차 구입시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은 예산이다. 예산은 차량 가격과 함께 보험료와 세금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자동차 구입은 우선 새 차와 중고차 중 어떤 것으로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새 차가 초기 비용만 투입하면 사후 보증이나 편의성 등 모든 측면에서 뛰어나지만 1년 동안의 단기 체류자에게는 부담스럽다. 신차 구입 후 2년 동안 가격 하락 폭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선호되는 차량 중 하나인 도요다 캠리의 경우, 새 차를 사서 1년 만에 팔면 가격이 4000~5000 달러 정도 하락한다는 것이 현지 딜러들의 설명이다. 그 이후부터는 대체로 1년에 2000 달러 정도 가격이 빠진다. 물론 중고차는 수리비를 감안해야 한다. 자동차 리스는 최저 기간이 2년이다. 1년 체류자의 경우 2년 리스로 빌려서 1년 사용하고 다른 사람에게 리스 계약을 넘길 수는 있지만 정상적으로 계약이 이전되지 않을 경우 본인이 2년치 리스료를 부담해야 하는 등 리스크가 높다. 나는 이런 점들을 고려, 출시된 지 3~4년 정도에 주행거리는 4만~5만 마일 정도의 중고차를 사서 타다가 팔고 가는 것이 1년 정도의 단기 체류자에게는 가장 좋은 옵션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차종은 거리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도요다의 캠리로 결정했다. 이제부터는 협상이다. 대부분의 도요다 딜러 샵에는 한국인 딜러가 있는 만큼 너무 위축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미국에서 중고차 딜러는 Vulture로 부른다. Vulture가 죽은 짐승을 뜯어먹고 사는 새이니 중고차 딜러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딜러 샵을 방문해 차를 구입하는 경우라면 차에 붙어있는 가격표에서 최소 2000 달러는 후려치고 들어가는 것이 전략이라면 전략이다. 일단 딜러 샵에서는 차에 붙여놓은 가격표로 딜을 시작한 것이고 다음 딜은 고객이 맨 처음 제시한 가격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중고차의 경우는 딜러 샵에서도 고객이 깎는 것을 당연시하고 애초에 높은 가격을 붙여 놓는다. 물론 흥정에 들어가기 전에 차를 꼼꼼히 점검하고 시승도 해보면서 협상시 활용할 하자를 최대한 많이 찾아내야 한다. 사고 유무나 소유주 변동 상황, 차량 분해 여부, 침수 등으로 인한 차량 피해 여부, 연도별 마일리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Vehicle History Report도 필수 확인 사항이다. 출시 연도에 비해 마일리지가 과도하게 많은 차량(1년 동안 1만 2000~1만 5000마일 정도면 평균치로 봐도 된다), 보증(Warranty) 기간이 지난 차량 등은 이 점을 협상에 활용하면 유리하다.
나는 75년의 신용을 자랑한다는 Kelly Blue Book(www.kbb.com)의 가격을 참고해서 도요다 딜러샵 두어 군데를 들른 뒤 2002년식 캠리(42582 마일)를 1만3989달러에 샀다. 추가로 딜러 Fee(299달러)와 딜러 등록세(25달러)를 부담했는데 딜러 등록세를 왜 내가 부담해야하는지는 의문스러웠다. 참고로 Kelly Blue Book에 내가 구입한 캠리와 비슷한 조건의 차량 매입 추정가(딜러샵 매입)는 1만4998달러였다. 물론 딜러샵에 전시된 차량에는 1만4000달러~1만8000달러의 가격표가 붙어있다. 개인간 매매 추정가는 1만2590달러로 나왔다. 딜러샵 매입 추정가가 개인간 매매 추정가 보다 비싼 이유는 딜러샵에서 파는 차는 필수 검사와 정비를 끝내고 일정 기간 동안(내 경우는 출시 후 6년 동안 6만 마일) 주요 부품의 고장 부분을 보증해주기 때문이다.

자동차 보험 가입하기


보험료는 보상 범위(Coverage)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우선 종합보험(Comprehensive coverage)으로 할 것인지 책임보험(Liability coverage)만 들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책임보험도 기본 항목에 보상 범위를 추가할 수 있는데 보상 범위가 넓어질수록 당연히 보험료도 올라간다.
특히 미국 내 운전 경력이 없고 미국 운전면허를 취득하지 못한 사람의 경우 보험료가 껑충 뛴다. 내 경우, 버지니아주 페어펙스 지역의 한국인 보험 대행 업소(All star Insurance)를 통해 AIG 보험에 가입했는데 보험료가 무려 6개월에 1138 달러(부부 동반)가 책정됐다. 한국에서의 자동차 보험 가격만 입력돼 있는 나로서는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입이 쩍 벌어질 정도였다.
한국 내 자동차보험사가 발급한 무사고 운전 증명은 미국 보험사들이 인정해 주지 않았다. 대행사측에 따르면 단기 체류자들의 경우, 미국 운전면허를 발급받기 전이라도 한국에서의 무사고 운전 경력이 확인되면 보험료를 할인해줬으나 이들의 사고 빈도가 높아지면서 4년 전부터 정책이 바뀌었다고 한다. 갓 미국에 도착한 이들은 미국 도로에 익숙치 않고 영어에 익숙치 않아 한국에서의 무사고 운전 경력이 사고 확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또 다른 보험사 직원은 9.11 테러 이후 보험 정책이 엄격해졌다고 설명했다. 어느 쪽이든 보험사가 이런 저런 핑계를 들어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정책을 세웠고 그 정책에 대행사들이 발을 맞추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였다. 대체 테러와 보험료 할인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다는 말인가.
보험은 주 정부 보험과 민간 보험사 보험 중 선택하면 되는데 주 정부 보험이 민간 보험에 비해 가입이 쉽다. 보험료는 1년분을 한꺼번에 내기보다는 분할 납부하는 것이 유리하다. 미국 생활을 하면서 보다 유리한 조건의 보험사로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전면허를 따도 보험료가 할인된다.
내가 가입한 AIG 보험 내역(Policy Information)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Bodily Injury Liability(보험든 사람 부주의로 사고를 냈을 경우 상대방 인명에 대한 피해보상):사고당 5만 달러, 1인당 2만5000달러
2)Property Damage(보험든 사람 부주의로 상대방 차에 손상을 입혔을 경우의 피해 보상): 사고당 2만 달러
3)Medical Expense:1인당 5000달러
4)Uninsured Motorist Bodily Injury(UMBI, 무보험인 상대방 과실로 보험자가 다쳤을 경우 보험든 사람에 대한 피해보상):1인당 2만5000달러, 사고당 5만달러
5)Uninsured Motorist Property Damage(UMPD, 무보험인 상대방 과실로 보험자 차량이 파손된 경우 보험든 사람에 대한 피해보상):2만달러
6)Collision(보험든 사람 잘못으로 인한 自車 피해보상):보험든 사람 500달러 부담, 나머지 금액 보험사 보상
7)Comprehensive(차량 도난, 돌멩이나 동물과의 충돌, 제3자에 의한 차량 파손 등 보험든 사람 잘못 외의 사유로 인한 보험자 차량 피해보상):보험든 사람 100달러 부담, 나머지 보험사 보상
이상 7가지 항목에 대한 보험료 중에서 가장 금액이 큰 항목은 6번째 항목인 自車 피해 보상으로 404달러다. 차량 가격이 그다지 높지 않다면 이 항목은 제외해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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