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5일
리비아 군사작전은 ‘힐러리의 전쟁’이었다.
2011년 2월 ‘아랍의 봄’이 리비아에 상륙했다. 리비아 벵가지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는 소셜 미디어를 타고 주요 도시로 확산됐다.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는 1988년 스코틀랜드 로커비 상공에서 189명의 미국인을 포함해 259명이 타고 있던 팬암기를 폭발시킨 장본인이었다.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이 ‘중동의 미친개’라고 불렀던 카다피가 장갑차 부대를 진격시키자 버락 오바마 정부 내에서는 미군 파병 문제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조 바이든 부통령과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반대론을 폈다. 당시 국무장관이던 힐러리 클린턴은 강경론을 펼쳤다. 명분은 카다피에 의한 민간인 대량살상이었다. 힐러리는 서방의 군사 개입을 꺼리는 인근 아랍국가를 움직였다. 유럽에 가서 프랑스와 영국을 포함한 카다피 축출 군사 연합을 만들어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지상군 파병은 제외한다는 조건아래 클린턴의 리비아 개입안을 승인했다. 오바마 외교안보팀 내의 반대론을 물리치고 사실상 카다피 제거 작전을 이끌어 낸 것이다. 카다피는 TV에 출연해 시민군을 향해 “자비란 없다”고 으름장을 놨다. 덕분에 클린턴이 리비아에 개입하기가 한결 쉬워졌다. 2011년 3월19일 밤, 리비아 북쪽 지중해상에서 토마호크 미사일들이 하늘로 솟아오르며 ‘오디세이 새벽’ 작전이 개시됐다. 그해 8월21일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가 함락되고 카다피 정권은 무너졌다. 행방을 감춘 카다피는 시르테에 은신한 채 라디오 방송으로 결사항전을 촉구하다 시민군에 붙잡혀 비운의 최후를 맞았다.
민주당 클린턴 후보가 올해 대선에서 당선되면 대북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것이다.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북한이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겠다는 정책)는 클린턴의 스타일이 아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어느 시점에 달하면 기습적인 선제 타격 카드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대외 정책에서 가급적 국제 문제에 개입하길 꺼리는 ‘고립주의’ 성향으로 분류된다.
트럼프는 대선 캠페인 기간에 클린턴이 상원의원 시절 조지 W 부시 공화당 행정부의 이라크 전쟁에 찬성하고 국무장관 재직 시 리비아와 시리아 사태 개입을 주도한 것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렇지만 북한 문제에서만큼은 클린턴보다 유화적이지 않다. 트럼프는 2000년 대선을 앞두고 개혁당 후보로 나서려 했다. 그때 자신의 공약집이나 다름없는 저서를 통해 북한에 대한 시각의 일단을 내보였다. 그는 저서에서 북한이 핵 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공격할 능력을 갖추게 되면 더 이상 협상은 의미가 없게 된다면서 “대북 협상이 실패하면 북한의 위협이 현실화하기 전에 무법자를 겨냥해 재래식 무기로 북한의 목표물을 정밀 타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클린턴이나 트럼프 모두 대북 선제 타격에서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 시점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미국 본토나 해외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준에 이르렀을 때다. 지금 북한은 서서히 그 능력을 완성해 가고 있다. 미국의 차기 행정부 내에 한반도는 백악관의 최우선 관심 지역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반도 운명을 좌우할 미국의 최고통수권자가 오는 8일(현지시간) 결정된다.
조남규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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