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일 강대국으로서 미국의 지위는 아주 오랜 기간 지속될 것이다.”

미국 보수 진영의 거두인 에드윈 풀너 헤리티지 재단 이사장은 세계일보와의 신년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을 두 초강대국으로 바라보는 ‘G2’(주요 2개국)라는 개념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2008년 금융위기로 타격을 받긴했지만 미국의 힘은 여전히 중국을 비롯한 다른 열강들을 압도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G1’”이라고 주장했다.



미 전략정보 분석 전문업체 스트랫포(STRATFOR)의 설립자 조지 프리드먼은 25일 앞으로 미국이 유럽, 중국보다 더 강력해지고 세계적 영향력도 더욱 커질 것이라며 거대한 경제적, 군사적 힘을 가진 하나의 ‘제국’으로 간주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출간된 저서 ‘10년 후’에서 “향후 10년 간 미국 경제는 과거 1970년대보다는 못하겠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다른 나라보다 위기에서 아주 잘 빠져나오는 중”이라며 “유럽연합(EU)의 본질과 건전성에 대한 유럽인들의 안이한 생각이 산산조각났고 중국에서는 심각한 위기상황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대단한 힘을 갖고 있다. 그 것은 경제력, 군사력과 광범위한 동의에 기반을 둔 정치력”이라며 “반면 중국은 심각한 불균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빈곤층 10억명을 어떻게 구제할 것인지가 난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래서 앞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의 힘이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흔들리는 미국 패권

보수 정권이었던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람보식 일방주의’는 압도적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당시 미국의 국방비는 중국과 러시아, 인도, 일본, 유럽연합(EU)의 국방비를 모두 합한 것보다 많았다. 경제력에서도 미국의국내 총생산(GDP·2004년 기준)은 일본과 독일, 영국, 프랑스, 중국의 총생산액을 합한 것과 비슷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로 미국의 생산력은 저하됐으나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는 국제적 고립을 자초했다. 수렁에 빠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미국 군사력의 한계를 노출했다. 미국의 경제패권은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와 미국 주도의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은 금융위기를 예측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해법도 내놓지 못했다.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천문학적 규모로 불어난 재정적자는 미국의 경제 패권을 약화시켰다.

◆압도적인 미 군사력

‘제국’으로서의 미국은 전성기였던 걸프전 당시의 패권이 눈에 띄게 약화됐지만 미국의 군사력과 경제력, 문화력은 여전히 다른 열강들과의 경쟁에서 압도적 우위를 견지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2011년 회계연도에 책정한 국방비는 7400억 달러에 달한다.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향후 5년 동안 780억 달러의 국방비를 삭감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그럼에도 부동의 세계 1위다. 미 국방부가 지난해 의회에 제출한 ‘중국 군사력 증강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국방비는 2009년 1500억 달러로 추정됐다. 중국 정부가 2010년 3월 공식 발표한 국방비 규모는 이보다 적은 786억 달러다. 미국의 군사력은 질적으로도 중국의 군사력을 압도한다. 미군은 해외 기지들과 항공모함을 이용해 세계 전 지역에서 전쟁 수행이 가능한 유일한 나라다. 중국은 최근 들어서야 본토 방위를 넘어선 역내 진출을 전략화하고 있다. 미사일 개발이나 우주과학 분야에선 첨단 기술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패권 국가로선 걸음마 단계다.

◆중국의 3배인 미 경제력

경제력에서도 미국의 힘은 아직 강력하다. 경기침체 속에서도 미국의 GDP는 2010년 15조 달러에 육박했다. 조사 기관별로 편차가 있지만 대략 전 세계 GDP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규모다. 중국의 GDP는 6조 달러 수준이다. 헤리티지재단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 40년 동안 미국의 생산력은 아시아권의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 속에서도 기술혁신 등을 통해 전 세계 생산력의 25% 이상을 꾸준히 유지해왔다”면서 “그간 이뤄진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 신흥경제국들의 성장으로 미국 경제력이 잠식됐다는 추정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헤리티지 재단의 미·중 경제 전문가인 데릭 시저스는 “미국 보다 인구가 10억 정도 많은 중국이지만 전체 경제력에서도 미국은 중국의 3배에 달하고 1인당 국민총생산은 금융위기로 어려웠던 2008년에도 미국이 4만7000달러였던 반면 중국은 3400달러에 불과했다”면서 “미국은 오랫동안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경제국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견제 나선 미국

미국이 주시하는 대목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 동향이다. 미국 내에서는 중국이 대만해협을 넘어 미국의 태평양 지배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런 의구심은 지난해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과정에서 미국의 중국 견제 행보로 표면화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인도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국가들, 대만, 일본, 한국 등을 묶어 중국의 패권화를 견제하는 포위 전략을 선보였다. 동시에 중국과는 미·중 군사교류 협력을 통해 양국의 군사적 긴장 수위가 높아지지 않도록 관리해나간다는 전략이다.


중국 전문가인 마이클 셰인(사진) 카네기재단 선임연구원은 24일(현지 시간) 전환기를 맞은 미·중 관계와 관련해 “중국을 공격적이라고 보는 미국의 인식과 미국은 쇠퇴하고 있다는 중국의 인식이 양측의 라이벌 의식을 키우고 있다”면서 미·중 양국의 신뢰 구축 노력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 이후에도 아시아 지역의 군사 패권을 유지하고 있는가.

“미국은 의문의 여지 없이 아시아 해상에서 압도적 군사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은 하와이에서 페르시아만까지 다수의 군대를 투입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다. 하지만 서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은 중국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중국이 탄도미사일과 잠수함, 대공 방어 시스템을 갖추고 나아가 항공모함까지 배치하게되 면 미국은 예전처럼 자유롭게 군사력을 운용하기 힘들어진다.”

―미·중 양국은 서로를 군사적 라이벌로 인식하고 있는가.

“미·중은 서로를 위협으로 간주하는 시기로 접어들었다. 양측의 적대감이 커지면 워싱턴과 베이징은 아시아 지역에서의 이해관계를 ‘제로섬 게임’으로 보기 시작할 것이고, 상대의 군사력을 타격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고려할 것이다. 아직 그 단계까지 가지는 않았으나 그런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양측의 미디어는 상대의 위협을 과장하고 있다. 이는 긴장을 완화하려는 양국 지도자들의 노력을 방해할 것이다. 주요한 전략적 불신은 양국의 군사 지도자들 사이에 존재한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최근 베이징을 방문한 것과 같은 군사 당국 간 교류가 필수적이다. 양국의 라이벌 의식이 냉전으로 치달으면 양국 모두에 위험스럽다.”

―미국은 중국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가.

“미국은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고 중국의 군사력을 위협으로 보는 동맹국을 안심시키기 위해 다양한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괌에 더 많은 병력을 배치하고 미·일 관계를 개선시키고 있다.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지속하고 있는 것도 중국 억지 차원이다. 중국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려는 은밀한 조치들도 진전시키고 있다.”

―중국이 군사력을 증강시키는 가운데 미·중의 신뢰 구축이 가능한가.

“과거의 사례를 보면 미·중 관계가 악화될 때 맨 먼저 희생된 것은 군사 교류였다. 양국 관계의 부침에 영향받지 않고 군사 교류가 지속되는 것이 중요하다. 대만 문제에 대한 양측의 진지한 평가가 필요하다. 대만해협의 긴장완화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일촉즉발의 화약고다.”

워싱턴=조남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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