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조남규 산업부장, 정리=이우중 기자, 사진=서상배 선임기자

2019년 7월2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최근 세 번째 임기 취임 100일을 넘겼다. 두 번의 중기중앙회장 경험에도 녹록지 않은 세 번째 임기다. 중소기업의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엄혹해진 탓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 실시로 중소기업인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데다 공약으로 내걸었던 ‘중소기업 전담은행’ 설립과 가업승계 지원제도 개선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과중한 상속세 부담으로 가업 승계를 포기하는 중소기업인들도 속출하고 있다.

김 회장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폐쇄된 개성공단을 재가동, 중소기업의 숨통을 틔워 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타래처럼 꼬인 북핵 문제는 풀릴 듯하면서도 교착 국면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애가 탄 김 회장은 지난달 방미단을 이끌고 미국 조야를 방문해 개성공단 재개는 남북한뿐만 아니라 미국 등에도 이익이 되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인터뷰는 김 회장의 방미(6월 9~15일) 전후로 대면, 서면 형식으로 두 차례 진행됐다.

♣G-중기중앙회장으로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정부를 모두 경험하고 있다. 정부별로 중소기업 정책을 평가해 본다면.♣M

“노무현정부 때는 개성공단협의회 초대 회장을 맡았다. 남북경협의 물꼬를 텄다는 의미가 있었다. 이명박정부에서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문제라든가 대기업이 동반성장에 대한 부분을 신경쓰게 만들었다. 박근혜정부는 나름대로 규제개혁 노력을 했지만 생각만큼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던 것 같다. 이 정부 들어서는 생계형 적합업종이나 공정거래 등을 강조하는데 정책의 실효성은 한두 해 더 지나봐야 알 수 있다. 다만 약정CR(Cost Reduction·납품단가 인하) 등을 하지 않는 대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겠다.”

♣G-현 정부의 최저임금인상 정책으로 중소기업이 힘들어하고 있다.♣M

“2년 연속 29.1%에 달하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취약계층의 일자리 감소 등의 부작용이 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일단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기업의 이익 규모 등은 업종·규모별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기업규모와 업종별 현실을 무시한 최저임금의 무리한 인상보다는 기업 현장의 수용도 차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지불 능력, 경제 상황, 고용 상황 등을 반영해 최저임금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정부와 소통해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기중앙회의 역할인 만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

♣G-최저임금을 지역별로 차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M

“그 부분은 상당한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 반드시 서울이라고 소득 수준이 높고 지방이라고 소득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막연한 생각이나 구상 방향 자체는 맞지만 당장 현실에서 실행하기는 맞지 않다. 충분히 검토를 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물론 (차등화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일본도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화하고 있다. 다만 세밀하게 연구·검토한 뒤 시행해야 시행착오를 피할 수 있다.”

♣G-북한의 도발 탓에 남북경협이 중단된 후 좀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M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이 주도하는 남북경협 시대’를 만들기 위해 지난 1월 중소기업형 남북비즈니스모델을 발표한 바 있다. 또 중앙회장에 출마하면서 개성공단 가동 재개, 남한 중소기업의 해주공단, 나진·선봉 경제무역지대 진출, 북한 도로·건설 등 인프라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개성공단 재가동이며 미국 등 국제사회를 어떻게 설득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행동이 필요하다. 개성공단이 폐쇄된 지 3년이 넘은 만큼 입주기업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지원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개성공단이 재개된다면 인력 수급 등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해주, 나진·선봉 지역에 제2의 개성공단을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

♣G-남북경협 재개를 비롯한 대북제재 해제는 북핵에 발목이 잡혀 있다.♣M

“개성공단은 5만4000명의 북한 근로자가 일을 했다. 개성은 30만명이 넘는 북한의 굶주린 주민들이 평양을 제외하고는 가장 잘 먹고 잘 사는 도시로 탈바꿈했다. 이들이 자유를 알게 되고 일정 부분 자유를 맛봤다. 개성공단은 원래 2000만평 규모의 프로젝트인데 지금까지 100만평밖에 못 했다. 나머지 부분은 우리뿐 아니라 미국·일본·중국 기업들이 모두 들어와 다국적으로 운영하면 오히려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어느 정도 숨통을 틔워 줘야 비핵화 논의도 진행될 수 있다. 그런 만큼 개성공단 재개는 미국에도 나쁜 카드가 아니다.”

♣G-미국 조야의 분위기는 어떠했는가.♣M

“미국 의원들의 반응은 예상대로 강경했다. 북한의 비핵화 없이는 개성공단 제재 해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었다. 물론 의원들마다 제재 강도에 대해서는 개인차가 있었다. 미국 하원 설명회, 미국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그들이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부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앞으로 그런 공감대를 확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령 미국 의원들은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는 점을 우려했다. 북한으로 유입되는 현금이 핵개발에 이용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에도 관심을 보였다. 미국과 국제사회에 개성공단 재개 필요성을 꾸준히 설명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G-최근 가업승계 세제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M

“‘가업 승계’ 대신 ‘기업 승계’라는 용어를 쓰고 싶다. 기업 승계를 ‘부의 대물림’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문제다. 가령 자식에게 회사 주식을 물려주는 방식으로 기업 승계를 할 때는 바로 시가로 따져서 세금을 내는 대신, 자식이 기업 경영에서 손을 떼기 위해 주식을 팔 때 세금을 물리면 어떤가. 이처럼 기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자산에 대해서만 기업 승계 제도를 엄격하게 운영해야 한다.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책임의 대물림’이다. 현행 가업상속공제를 기업 유지라는 본질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상식적인 수준으로 개편해야 한다. 지금은 상속세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10년 이상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10년이면 세상이 바뀌고 사업 아이템도 바뀐다. 직원을 무조건 고용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리고 언제 발생할지 예측 불가능한 사후(死後) 상속보다는 계획적으로 승계할 수 있는 사전(死前) 증여 활성화가 필요하다. 특히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대표가 회사의 성장·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며, 승계 과정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도 사전 증여 활성화를 통한 2세 경영의 조기 안착이 필요하다.”

♣G-중소기업 전담은행을 설립하겠다고 약속했다.♣M

“지난 8년간의 중기중앙회장 임기 동안 소기업·소상공인의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노란우산공제’,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 ‘홈앤쇼핑’ 같은 하드웨어를 만들었다. 이번에는 은행이다. 중소기업을 위한 은행만 잘 만들어 놓으면 하드웨어 부분에서는 중소기업 지원의 ‘완결편’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중소기업은 금융의 ‘A급 고객’이다. 국내 은행 역사에서 중소기업과 주로 거래한 은행치고 망한 은행이 없다. 대기업과 거래한 은행 중에는 거액을 대출해 주다 위기가 생기면 아예 망해버린 곳이 있다. 중소기업 전담은행은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사업타당성 검토, 외부협조, 자본금 조성 등의 과정을 거쳐 임기 내 중소기업 전담은행을 설립할 예정이다.”

♣G-소상공인들과의 관계는 어떤가.♣M

“과거 중기중앙회장 임기 때 독립된 소상공인연합회가 만들어졌다. 중소상공인들이 함께 목소리를 낼 때는 같이 모이고 소상공인들만의 목소리를 낼 때는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당시 회장단이 반대했지만 내가 관철시켰다. 지난달에는 소상공인 관련 단체와 학계, 민간 전문가 등 50여명이 소상공인정책위원회를 발족시켜 건설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소상공인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소상공인연합회 최승재 회장이 공동위원장으로 참여했다. 서로 손발을 맞춰 유연하게 운영할 것이다. 경제단체 간 경쟁이 아니라 협업, 상생이다.”

♣G-중소기업인력개발원을 재개발해 중기 레저단지 건립하겠다고 했다. 개발원은 과거 삼성이 인재양성을 위해 지원한 시설이다. 이를 레저단지로 개발하는 데 대한 비판이 있다.♣M

“교육 목적 포기가 아니다. ‘중소기업 인재양성’이라는 역할을 더욱 충실하게 수행하기 위한 것이다. 다양해진 산업구조와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산업현장 맞춤형 공간 마련과 최신 교육트렌드에 맞는 공간으로 개발해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1997년에 지어진 현재 연수원은 일부 체육시설 정도만 있어 실제로 중소기업들이 연수공간으로 잘 쓰지 않으려 한다. 다만 재원 마련 등의 현실적 문제가 있어 진행이 원활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충북 괴산 출생(1955년)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충북대학교 명예경제학박사 △로만손 대표이사 △개성공단기업협의회 회장 △제이에스티나 회장 △중소기업중앙회장(23∼24대, 26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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