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16일

“11년 만의 데자뷔(기시감)네요.”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기자가 2007년 평양에서 개최된 남북정상회담 당시 방북 취재단의 일원이었다고 전하자 대뜸 이렇게 답변했다. 김 장관의 말대로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출해낸 ‘판문점 선언’은 11년 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만들어낸 ‘10·4 선언’의 개정판이나 다름없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자는 합의가 특히 그렇다. 이 합의를 이행하는 단계로 진입하면 해수부는 그 일선에 서야 한다. 다음달이면 취임 1주년을 맞는 김 장관을 2018년 5월16일 서울 영등포구 해수부 서울사무소에서 만나 남북정상회담 합의 이행과 해양수산업 육성 방안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답변 하나 하나에서 1987년 정계에 입문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을 지낸 3선 의원의 노련함이 묻어났다.

 

―앞으로 북한 상황이 진전되면 해수부가 바빠질 것 같다.

“지난해 9월부터 비상설 조직으로 ‘해양수산 남북협력 추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 중이다. 해양수산 분야는 바다가 기반이라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 육상협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추진이 용이하다. 공동어로수역은 한반도 긴장 완화는 물론이고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어서 우리 어민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향후 남포·해주·원산항 등 노후화된 북한 항만을 개발하고 항로를 재개할 경우 남북 간 교역 기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항만 개발은 돈이 많이 들어가는데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나.

“북한지역 전체의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단순한 수산협력을 넘어 항만 개발 사업을 해야 한다. 우리가 과거 마산을 수출자유지역으로 만들었듯이 남포항 배후에 임해공단을 만들고, 원산·나진에도 만들 수 있다. 북한으로 원료가 들어가야 하고 산물이 나와야 하는데 결국 항구를 통해야 한다. 지금 북한의 항만시설로는 그런 무역량을 처리할 수 없다. 우리나라 정부가 투자 개발을 지원한다고 해서 그걸로 다 충족이 안 된다. 우선은 아시아개발은행(ADB)이라든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등 다양한 국제기구의 도움을 받아서 진행했으면 한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은 과거 소련 붕괴 이후 동구권 국가들의 시장경제체제 전환을 지원한 경험이 있다면서 적극적으로 북한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오고 있다. 항만 개발은 보통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거나 아니면 민간이 항만 개발 투자를 하고 20∼30년 뒤에 운영권 위임으로 보상을 받는 방식이 있다. 다양한 형태의 항만 개발 사업 모델이 가능하다.”

―문재인정부 기간 내에 청년 일자리 1만5000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는데, 가능한가.

“1차 산업 중심의 잡는 어업만으로는 일자리를 추가로 만들어내기는커녕 기존 일자리를 지키기도 어렵다. 잡는 어업에서 양식 중심 ‘스마트 양식’으로 차원 전환하려고 한다. 융자로 시설 투자를 해서 전복 양식장을 운영해 연간 1억원에서 많게는 수억원까지 버는 젊은 기업가들이 생겨나고 있다. 특히 연안에 바닷물을 끌어들여 만드는 육상 스마트 양식장은 자동화하기가 좋다. 4차 산업혁명 방식으로 양식장 시스템을 인공지능으로 연결하고 빅데이터 활용하는 첨단 양식장을 만들수 있다고 본다.”

―너무 첨단으로 가면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나.

“지금도 양식 어가들은 대부분 혼자 아니면 두 사람이다. 광어 양식장이란 곳이 그런 식이다. 그걸 조금 더 규모를 키우고 기업화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 참치나 연어 같은 품목은 충분히 기업형으로 할 수 있다. 바다 조건이 다르지만 노르웨이 연어 양식 회사들의 1년 총매출이 100억달러가 넘는다. 그만큼은 안 되더라도 동해 같은 저수온 지역에선 연어를, 남해안 가두리양식장에서는 참치를 키워볼 수 있다. 참치는 2개 업체가 시도하고 있다. 수산과학원을 통해 기초적인 연구 조사 작업도 계속하고 있다. 해양 바이오 사업도 고민 중이다. ‘오메가3’가 수산물을 이용한 바이오 산업의 결정판이다. 그런데 한국판 오메가3는 아직 없다. 그 분야로도 개발할 여지가 많다고 보고 있다. 가공과 유통 쪽에서도 고부가가치 산업을 일으킬 수 있다. 이 부분이 우리 수산업의 발전 방향이기도 하고 젊은 일자리도 그곳에서 나올 것으로 본다. 부산에 30대 3세 경영인이 운영하는 어묵회사가 있다. 길거리 음식인 어묵을 고급화해서 백화점에 납품한다. 선물세트가 3만원에서 8만원까지 있는데 그걸 사려고 장사진을 이룬다. 수산 가공·유통의 선진화를 통해서 이런 스타트업 기업을 만들어내고, 기존의 기업들도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한국 해운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한진해운 파산을 어떻게 보나.

“정말 무식한 결정이다. 정말 무지한, 무지막지한 결정이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해운업계가 경악한 결정이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을 맡고 있을 때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합병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한진해운에 경영 책임을 물어서 경영권을 가져오면 되는 문제였다. 한진해운 파산 이전에 비하면 원양선대 규모가 반 토막도 아니고 8분의 1, 7분의 1 정도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지금은 다 외국선사한테 뺏기고 있는 거다. 우리나라 전체 원양해운 매출 역시 2년 새 7조∼8조원 줄었다. 그걸 만회하기 위해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마련했다. 목표는 한진해운 파산 전의 국적 원양선대 선복량(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의 총량) 규모인 100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올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가 된다. 경제 수준에 비해서 해양관광 산업이 낙후됐다.

“해양관광 산업이야말로 전략적인 타깃 중 하나다. 전국에 요트를 300척 이상 댈 수 있는 거점 마리나항을 6곳 만들 계획이다. ‘어촌뉴딜 300’도 역점 사업이다. 지금은 도시에서 요트를 타고 나가도 정박할 선착장이 없다. 그러니 해양관광이 발전할 수가 없다. 도서지역을 중심으로 300개의 소규모 항포구를 선정해서 관광 요트가 정박할 수 있는 선착장을 만들려고 한다. 정부가 지금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줄이는 건 맞다. KTX 철도, 항공, 고속도로는 이제 선진국 못지않다. 그런데 선진국과 비교해 가장 창피스러운게 연안이나 섬의 외진 항포구다. 거길 보면 후진국도 이런 후진국이 없다. 일본이든 미국이든 시골 항포구들이 규모는 작아도 정비가 잘돼 있어 조그만 요트도 정박할 수 있다. 어촌뉴딜 300 사업은 작은 SOC다. 우리나라 항포구 2400곳 중 300곳을 우선 정비해보자는 거다. 1곳당 30억∼40억원 정도 들여서 작은 선착장 만들고 부장교 띄우고 화장실이라도 하나 짓자는 것이다. 1년에 70∼80곳 정도 진행하면 문재인정부 남은 기간 동안 300곳을 정비할 수 있는데 1년에 3000억 정도면 된다. 3000억이면 4차로 국도를 30㎞ 건설하는 비용이다. 해양관광을 활성화하고 어민과 관광객의 안전을 높이고 섬주민 정주 여건도 개선하는 다목적용이다. 지역 일자리가 생기고 지역경제도 활성화된다.”

―크루즈 산업은 어떤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직 크루즈 문화에 익숙지 않은 것 같다. 배를 타고 좀 느긋하게 가야 하는데 우리는 화끈한 것을 좋아하지 않나. 서서히 크루즈 탑승객이 늘고 있긴 하다.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크루즈 선박을 탑승했는데, 거기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이 우리나라 사람들도 일년에 6000명 정도가 비행기를 타고 싱가포르로 와서 크루즈 관광에 나선다고 전해줬다. 이런 사람들이 좀 더 늘어나면 외국 배들도 우리나라를 기항지로 삼을 수 있다. 크루즈 대중화를 위해 해수부에서도 크루즈 관광체험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와 일본을 경유하는 체험단은 100명 모집에 7만여 명이 신청해서 경쟁률이 700대 1에 달했다. 이렇게 노력하면 국적 크루즈관광사를 만들 수도 있고, 국적 배를 띄울 수도 있을 거라고 본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은퇴가 본격화하면 크루즈 산업도 본격화될 수 있다고 본다. 지금 3만∼4만명 수준밖에 안 되는 크루즈 관광객 기본 풀을 20만명 정도까지 늘리는 게 목표다.”

―최근 낚시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다.

“전체 낚시 인구는 700만명에 이르렀고 낚시 어선 이용객만 400만명에 달한다. 지금은 신고만하면 낚시 어선 선장을 할 수 있다. 2년 정도 승선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하는 쪽으로 법령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육상의 농산물 주산지가 북상하고 있다. 해산물은 어떤가.

“해산물도 마찬가지다. 남해안에서 잡히던 물고기가 이제는 동해안에서 잡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기후변화로 생물의 생태환경이 변하고 있다. 이에 맞춰 잡는 어업도 달라져야 하고 기르는 양식 어종도 달라져야 한다. ”

김영춘 장관은
●1961년 부산 출생 ●고려대 총학생회장 ●청와대 정무비서관 ●16·17대 국회의원 ●열린우리당 원내수석부대표 ●민주당 최고위원 ●더불어민주당 부산광역시당 위원장 ●20대 국회의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


정리=박영준 기자, 사진=남정탁 기자
대담=조남규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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