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권력욕은 죽음 만이 끝낼 수 있다”고 말한 이는
 ‘리바이어던’의 저자로 유명한
 영국의 정치 철학자 토머스 홉스입니다.

 오는 6월 은퇴하는 데이비드 수터 미 연방 대법원 판사는
 홉스의 인간론이 적용되지 않는 이례적인 ‘권력자’였습니다.
 한창 일할 나이인 69세에 낙향을 결심한 수터는
법률가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대법원 판사 자리에 집착하지 않았습니다.
체질적으로 맞지 않은 번잡한 워싱턴에서 벗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뉴햄프셔주 시골 농가에서 노년을 보내고 싶다는 것이
 그가 친구에게 털어놓은 은퇴의 변.


                                                                                                                                출처:뉴욕타임스


 친구인 토머스 래스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수터는 뉴햄프셔주로 돌아갈 마음에
 일부 이삿짐 박스는 풀지도 않았다고 털어놨다”고 전했습니다.

 독신인 수터 대법관은 일을 사랑했습니다.
 그는 대법관 자리를
 ‘최악의 도시에서 수행하는 최고의 직분’이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철학자 칸트 처럼 규칙적이었던 그는
 매일 12시간씩 일했고 매일 일기를 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점심은 사무실에서 사과와 요거트로 해결했는데
 사과는 꼭지만 빼고 씨까지 다 먹었다고 합니다.

 사치와는 거리가 멀어
 법복이 그가 입은 옷 보다 화려하다는 농담이 회자될 정도였다는군요.
 사교적 행사엔 취미가 없었으며
 독서와 하이킹, 산책을 즐겼습니다.
 휴가 때면 뉴햄프셔주 농가를 찾아
 수 천 권의 책에 둘러싸인 채 평화를 찾았다고 ,
수터는 친구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그는 이 책들을 도서관에 기증하기 위해
 종류별로 분류하고 있는 중이라는군요.

수터의 농가 사진을 보면, 
외벽 군데군데 칠이 벗겨지고 우편함엔 녹이 슬어있어
 현직 대법관의 집이라기 보다는
 시골 농사꾼의 집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21세기 정보통신 시대에
 컴퓨터도 사용하지 않았고
 비행기도 타지 않았던 ‘괴짜’ 수터는
 물질에 무관심한 대신
 역사와 대화하고 자연과 벗하며
 영혼을 살찌웠습니다.
 법복을 벗자마자
 돈벌이에 나서는 법관들 보다
 신뢰가 가는 ‘괴짜’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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