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양측의 고위급 대화 조율 와중에 방미한 북한 외무성 리근 국장의 행보는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의 관심 대상이었다.
그의 방미 행보는 기복이 심했다. 지난 24일 뉴욕 JFK 공항을 통해 입국했을 당시의 리 국장은 밝은 표정이었다. JFK 공항에 대기하던 취재진에게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고 뒷걸음치며 자신의 모습을 담고 있는 카메라 기자에게는 “거기 조심하라”고 배려하기도 했다.
취재진의 질문에도 성의껏 답변해주려 했다. 뉴욕 맨해튼의 유엔 주재 미국 대표부에서 성 김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를 만나고 나온 후에도, 샌디에이고의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 참석을 위해 뉴욕 공항을 떠날 때에도 미리 취재진에게 인사를 건네거나 “다녀온 뒤 다시 보자. 수고하라”는 말을 남겼다. 북미 고위급 대화 개최를 위한 리근·성 김 접촉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샌디에이고 회의를 다녀온 리 국장은 다른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그는 지난 29일 밤 뉴욕 킴벌리 호텔 현관 앞에서 감정을 폭발시켰다. 잔뜩 굳은 얼굴로 도착한 그는 기자를 비롯한 취재진이 다가오자 취재진을 밀치고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호텔 시큐리티(경호)가 왜 이래”라는 불평 섞인 그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며칠 사이에 표변한 그의 행동에 많은 기자들이 당혹스러워했다. 그의 굳은 얼굴은 그 다음 날까지 풀리지 않았다. 그는 전미외교정책협의회(NCAFP)와 코리아 소사이어티 공동주최 세미나가 끝나자마자 옆문으로 황급히 자리를 떴다.
사후 취재에서 확인된 리근·성 김 접촉 내용은 리 국장의 이 같은 태도 변화와 무관치 않았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평양으로 초청한 북측이 리 국장을 통해 전달한 북미 고위급 회담 양보안이 미 정부를 움직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즈워스 대표의 평양 방문 전에 ‘6자회담 복귀’와 ‘북핵 9·19 공동 성명 이행’을 약속해 달라는 핵심 내용이 북측의 양보안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 국장을 초청한 NCAFP·코리아 소사이어티측은 리 국장 등 북측 대표단과의 세미나가 끝난 직후 “북측의 북핵 협상 의지가 최근 몇 달 동안 우리가 공식, 비공식 라인에서 지켜본 것 이상으로 강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2003년부터 북측 인사들을 초청해 북미 간 비공식 대화 채널을 제공한 NCAFP 내에는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법을 중시하면서 북한을 협상장으로 견인하기 위해 미국 등 관련국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가진 인사들이 많다.
올해부터 NCAFP와 세미나를 공동 주최하게 된 코리아 소사이어티 에반스 리비어 회장도 ‘대북 직접 외교 옹호론자’로 자처하는 인사다.
그는 지난 7월 미 상원 외교위 청문회에 출석, “오바마 정부가 스티븐 보즈워스 대사를 대북정책 특별대표에 임명한 것은 오바마 정부가 북한과 적극적이고 실용적인 고위급 회담을 원한다는 분명한 신호인데 불행하게도 북한은 오바마 정부가 내민 손을 뿌리쳤다”고 아쉬워했다. 그런 리비어 회장을 비롯한 세미나 참석자들도 북한의 핵 포기 전망에 대해선 자신 있는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리 국장은 1990년대 초반 불거진 1차 북핵 위기부터 대미 협상을 담당한 미국통이다. 그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직후인 지난해 이맘때에도 NCAFP가 주최한 같은 세미나에 참석,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성 김 북핵 특사, 프랭크 자누지 현 미 상원 외교위 전문위원 등과 접촉,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를 탐지했다. 그런 뒤 취재진 앞에서 “미국의 여러 행정부를 대상(상대)해 왔고 우리와 대화하려는 행정부, 우리를 고립하고 억제하려는 행정부와도 대상했다”면서 “우리는 어느 행정부가 나와도 그 행정부의 대조선 정책에 맞게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엄포를 놨다.
이후 북한이 오바마 정부가 “적대 국가와도 대화하겠다”면서 천명한 대북 ‘직접 외교’에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2차 핵실험으로 대응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일주일 남짓의 이번 방미 기간, 리 국장이 보인 행보는 예측이 불가능한 북측의 과거 북핵 협상 행태를 상징하는 듯했다.
조남규 워싱턴 특파원
그의 방미 행보는 기복이 심했다. 지난 24일 뉴욕 JFK 공항을 통해 입국했을 당시의 리 국장은 밝은 표정이었다. JFK 공항에 대기하던 취재진에게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고 뒷걸음치며 자신의 모습을 담고 있는 카메라 기자에게는 “거기 조심하라”고 배려하기도 했다.
취재진의 질문에도 성의껏 답변해주려 했다. 뉴욕 맨해튼의 유엔 주재 미국 대표부에서 성 김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를 만나고 나온 후에도, 샌디에이고의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 참석을 위해 뉴욕 공항을 떠날 때에도 미리 취재진에게 인사를 건네거나 “다녀온 뒤 다시 보자. 수고하라”는 말을 남겼다. 북미 고위급 대화 개최를 위한 리근·성 김 접촉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샌디에이고 회의를 다녀온 리 국장은 다른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그는 지난 29일 밤 뉴욕 킴벌리 호텔 현관 앞에서 감정을 폭발시켰다. 잔뜩 굳은 얼굴로 도착한 그는 기자를 비롯한 취재진이 다가오자 취재진을 밀치고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호텔 시큐리티(경호)가 왜 이래”라는 불평 섞인 그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며칠 사이에 표변한 그의 행동에 많은 기자들이 당혹스러워했다. 그의 굳은 얼굴은 그 다음 날까지 풀리지 않았다. 그는 전미외교정책협의회(NCAFP)와 코리아 소사이어티 공동주최 세미나가 끝나자마자 옆문으로 황급히 자리를 떴다.
사후 취재에서 확인된 리근·성 김 접촉 내용은 리 국장의 이 같은 태도 변화와 무관치 않았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평양으로 초청한 북측이 리 국장을 통해 전달한 북미 고위급 회담 양보안이 미 정부를 움직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즈워스 대표의 평양 방문 전에 ‘6자회담 복귀’와 ‘북핵 9·19 공동 성명 이행’을 약속해 달라는 핵심 내용이 북측의 양보안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 국장을 초청한 NCAFP·코리아 소사이어티측은 리 국장 등 북측 대표단과의 세미나가 끝난 직후 “북측의 북핵 협상 의지가 최근 몇 달 동안 우리가 공식, 비공식 라인에서 지켜본 것 이상으로 강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2003년부터 북측 인사들을 초청해 북미 간 비공식 대화 채널을 제공한 NCAFP 내에는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법을 중시하면서 북한을 협상장으로 견인하기 위해 미국 등 관련국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가진 인사들이 많다.
올해부터 NCAFP와 세미나를 공동 주최하게 된 코리아 소사이어티 에반스 리비어 회장도 ‘대북 직접 외교 옹호론자’로 자처하는 인사다.
그는 지난 7월 미 상원 외교위 청문회에 출석, “오바마 정부가 스티븐 보즈워스 대사를 대북정책 특별대표에 임명한 것은 오바마 정부가 북한과 적극적이고 실용적인 고위급 회담을 원한다는 분명한 신호인데 불행하게도 북한은 오바마 정부가 내민 손을 뿌리쳤다”고 아쉬워했다. 그런 리비어 회장을 비롯한 세미나 참석자들도 북한의 핵 포기 전망에 대해선 자신 있는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리 국장은 1990년대 초반 불거진 1차 북핵 위기부터 대미 협상을 담당한 미국통이다. 그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직후인 지난해 이맘때에도 NCAFP가 주최한 같은 세미나에 참석,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성 김 북핵 특사, 프랭크 자누지 현 미 상원 외교위 전문위원 등과 접촉,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를 탐지했다. 그런 뒤 취재진 앞에서 “미국의 여러 행정부를 대상(상대)해 왔고 우리와 대화하려는 행정부, 우리를 고립하고 억제하려는 행정부와도 대상했다”면서 “우리는 어느 행정부가 나와도 그 행정부의 대조선 정책에 맞게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엄포를 놨다.
이후 북한이 오바마 정부가 “적대 국가와도 대화하겠다”면서 천명한 대북 ‘직접 외교’에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2차 핵실험으로 대응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일주일 남짓의 이번 방미 기간, 리 국장이 보인 행보는 예측이 불가능한 북측의 과거 북핵 협상 행태를 상징하는 듯했다.
조남규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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