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윌슨 미 연방하원의원(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은 10일 그 어느 날보다 힘든 하루를 보내야 했다.전날 미 상·하원 합동회의장에 참석한 그는 연설 중이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거짓말이야”라고 소리쳤다가 “무례한 행동을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지난해 공화당 대선후보로 나섰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미치 매코넬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존 뵈너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 등 공화당 지도부마저 “윌슨 의원의 행동은 부적절했다”면서 한목소리로 그의 사과를 권유했다. 윌슨 의원은 당일 저녁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를 하고 사과 성명을 발표해야 했다.
윌슨 의원은 이날 사우스캐롤라이나 지역 라디오 방송에 나와 “전날 행동을 후회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거짓말"이라고 외치는 조 윌슨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면서 “이제 서로 헐뜯지 말고 미 국민들에게 정말 중요한 논의를 해보자”면서 윌슨 의원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민주당은 윌슨 의원의 공개 사과를 압박했다. 제임스 클리번 미 연방하원 민주당 원내총무는 “윌슨 의원이 하원 회의장에서 공개 사과를 하지 않을 경우, 그에 대한 제재 결의안 상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미 국민과 언론의 반응은 한층 더 매서웠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민들은 윌슨 의원이 대통령에게 소리치는 장면을 목격한 전날 저녁부터 이날 오후까지 무려 50만달러가 넘는 선거 후원금을 윌슨 의원의 내년도 중간선거 경쟁자인 민주당 랍 밀러 후보 진영에 기부한 것으로 발표됐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윌슨 의원이 1964년 의사당에서 동료의원과 격투를 벌인 스트롬 서먼트 상원의원(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의 보좌관 출신이었다고 소개하면서 “난장을 치는 정치 행태는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전통인 듯하다”고 비꼬았다.
 
윌슨의 ‘야유’ 소동에는 한국의 국회까지 등장했다. 워싱턴포스트가 별도의 기사를 통해 전기톱이 등장하는 한국 국회의 폭력상을 전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 국회에서 연설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보도한 것이다. 한국 국회의 이미지가 ‘의사당 폭력’의 대명사격이 된 셈이다.

조남규 워싱턴 특파원 coolm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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