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부부의 자식 교육열은 한국 부모들 못지않다.
오바마 부부는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두 딸 말리아(11)와 사샤(8)가 다닐 학교부터 물색했다. 아이들 엄마인 미셸 오바마는 퍼스트레이디 시절 딸 첼시를 초등학교에 보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부부의 초청을 받아 백악관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자식 교육 문제가 주요 화제였다. 워싱턴 DC 시장 등은 오바마 부부가 두 딸을 워싱턴 DC의 공립학교에 입학시키면 열악한 공교육 제도 개혁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으나 오바마 부부는 명문 사립인 시드웰 프렌즈 초등학교를 선택했다. 두 딸에게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하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시드웰 프렌즈 초등학교의 1년 학비는 3만달러에 육박한다. 오바마 부부가 대통령 취임에 앞서 백악관에 사전 입주하려 했던 것도 두 딸의 개학 시점에 맞춰 워싱턴으로 이주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방한 기간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한국에서는 찢어지게 가난한 학부모들조차도 자식들이 최고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매우 강하다”는 말을 들었다. 한국의 비약적인 성장 비결 중 하나가 한국민의 높은 교육열이라고 믿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이다. 수천개의 고등학교 중퇴율이 50%에 육박하는 미국 교육 현실 속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고민’이 내심 부러웠을 것이다. 그는 지난 23일 미국 학생들의 학업 능력 제고를 위한 ‘혁신을 위한 교육’ 캠페인을 주창하는 자리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하며 미국 학부모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그런 뒤 “교육 문제는 정부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학생과 학부모, 학교,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교사의 역할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의 공교육 개혁을 현장에서 추진하는 대표적 인물이 한국계인 미셸 리 워싱턴 DC 교육감이다. 그는 2007년 6월 미 전역에서 수 년째 학업 성취도 꼴찌를 면치 못했던 워싱턴 DC 교육감으로 임명돼 학업 성취도를 향상시키고 매년 감소 추세이던 관내 공립 초·중·고교 등록 학생 수를 35년 만에 증가세로 반전시켰다. 학생들의 성적을 끌어올리지 못한 교사와 무사안일한 자세로 학교를 운영해온 교장을 해고하는 파격적 조치를 동원해 교사들로부터 소송을 당하기도 했으나 굴복하지 않고 밀어붙였다. 법원은 최근 그의 손을 들어줬다.
리 교육감의 개혁 작업을 지켜보면서 기자는 ‘학교가 노력한다면, 공립학교도 사립학교와 같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떠나지 않았다. 미국 교육 문제의 본질은 워싱턴 DC의 공립학교가 시드웰 프렌즈 초등학교 수준의 교육을 학생들에게 제공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최근 미셸 리 교육감을 만나 인터뷰하는 도중, 그 의문을 던져봤다. 그러자 그는 “사립학교는 그들이 원하는 교사를 뽑고, 그러지 않은 교사를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으나 공립학교는 학생들을 위한 최고의 교사를 선택할 능력을 제한당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사립학교와 같은 자율성을 확보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확신에 찬 어조였다. 덧붙여 사교육 의존도가 심한 한국의 교육 풍토와 관련해 “아이들의 성공 유무가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좌우되는 사회는 민주 사회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부모의 인종과 소득 수준이 자녀들의 교육 불평등, 사회 양극화로 연결되는 미국 교육의 현실이나 부모의 사교육 능력 여하에 따라 자녀들의 학력 서열이 결정되는 한국 교육의 현실 모두 문제라는 것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 교육 예찬론은 자녀 교육에 헌신하는 한국 학부모들의 노력과 밤을 밝히며 책과 씨름하는 한국 학생들을 향한 부러움 섞인 찬사일 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틈 날 때마다 교육 현장을 찾아 미국 공교육 개혁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학생들의 교육 환경이 좋아진다면 그 누구로부터도 욕 먹을 각오가 돼 있다”는 일념으로 뛰고 있는 미셸 리 교육감은 미 전역의 공교육 종사자들을 분발케 하고 있다.
미국 못지않은 문제점투성이의 한국 교육은 오바마 대통령의 칭찬에 안주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오바마 대통령의 교육 개혁 의지와 미셸 리 교육감의 개혁 노력에 주목해야 한다.
조남규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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