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1997-11-30|06면 |정치·해설 |컬럼,논단 |974자
변호사법 제1조 1항은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변호사의 사명으로 천명하고 있다. 국민에 대한 약속이다.지난 28일 검찰은 그 약속을 저버린 변호사 한 명을 기소했다. 사건 브로커를 사무장으로 고용,교통사고 피해자의 손해배상사건을 수임한 뒤 의뢰인 몰래 가해자측과 합의해 합의금 1억여원을 가로챈 혐의였다.
지난달 30일에는 차관급인 법무연수원장 출신 변호사가 상속세를 면하게 해주겠다고 의뢰인을 속여 1백억원대의 부동산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됐다. 이 변호사는 의뢰인이 빼앗긴 부동산을 되찾기 위해 소송을 내자 허위소송이라며 되레 의뢰인을 무고하기까지 했다.
이에 앞서 판사출신인 한 변호사는 자신이 근무한 법원 관내에 개업한 뒤 경찰관과 법원­검찰 출신 직원을 사무장으로 두고 관내 형사사건을 「싹쓸이」하다 검찰 수사망이 조여오자 지난달 해외로 달아났다.
이 변호사 사무실에서는 관내 판­검사 이름들이 적혀 있는 비밀장부가 발견돼 현직 판­검사들에게까지 로비를 벌인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지난 9월에는 부산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가 히로뽕을 주사한 혐의로 구속되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시오노 나나미는 그녀의 책 「로마인 이야기」에서 로마 공화정 초기,귀족들이 높은 신분에 따르는 도의적 의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모범을 보여 당시의 정치적 안정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변호사는 법치주의 국가의 「노블레스」다. 그런만큼 사회는 변호사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담당케 하는 대신 그에 걸맞는 수준의 책임 또한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많은 변호사들이 인권보호와 정의실현,의뢰인에 대한 신의라는 「오블리주」를 다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사건의 장본인들처럼 의뢰인을 치부의 대상으로 여기고,공익보다 사리를 앞세우는 이들이 하나 둘 늘어날수록 변호사를 천박한 장사치로 보는 사람들의 수도 그에 비례해 많아질 것이다.  조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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