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자유투표'' 원칙을 국회법에 명문화하기로 합의한 것은 올 2월이다. 정치개혁을 촉구하는 여론이 비등점에 이른 시점이었다.우여곡절 끝에 ''의원은 국민의 대표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束)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는 자유투표 조항은 만장일치로 본회의를 통과, 국회법에 신설됐다. 그 법률에 따라 한나라당과 민주당 총무는 최근 16대 국회 후반부 국회의장 자유투표에 어렵게 합의했다. 8일로 예정된 국회의장 선출은 바로 국회법 신설 조항과 양당 총무간 합의에 따라 치러지는 첫 의장 자유투표 선거다.

그러나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5개월 전의 국회법 합의나 총무간 약속은 휴지조각이 돼가고 있는 느낌이다. 한나라당은 의원총회를 통해 박관용 의원을 단독 후보로 만들어 놨고 한나라당의 후보 내락을 취소하라고 목청을 높이던 민주당마저 김영배, 조순형 의원 두 명이 의장선거 출마를 선언하자 당 대표와 최고위원회의가 나서 김영배 의원으로 단일화시켰다. 소속 의원의 의사는 아랑곳없이 사실상 ''당론 투표''를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이럴 바에야 당론투표 관행을 지속할 일이지, 무엇 하러 아까운 시간과 정력을 낭비해 가며 자유투표 원칙을 국회법에 명문화하고 국회의장 자유투표 합의를 이끌어 냈는가. 정치가 운명적으로 이래저래 욕먹는 직업이라지만 요즘 정치권은 비난받을 짓을 스스로 찾고 있는 인상이다. 한국의 월드컵 4강 이후 국민들은 감동의 정치를 정치권에 그렇게 요구해도 그들은 여전히 오불관언(吾不關焉)이다.

/趙南奎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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