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국회 본청 중앙홀에서는 ''주인 없는'' 국회개원 기념식이 열렸다. 1948년 5월 31일 제헌국회가 개막된 지 54년이 되는 날을 기념하기 위한 자리였으나 정작 주빈이 되어야 할 국회 의장단도, 상임위원장도 없었다.각 당이 자기 욕심을 양껏 채우려다 16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 법정시한을 넘겨버린 탓이다. 국회 제도개선 차원에서 원구성 시기를 국회법에 못박은 94년(14대 국회 후반기) 이래 국회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자신들이 만든 법정시한을 지키지 않고 있다.
이날 행사는 궁여지책으로 이만섭 전 국회의장이 주관했으나 기념사를 읽을 때는 ''전 의장'', 우수 직원 표창 때는 ''의장''의 자격이 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됐다.
현장에서 읽어야 하는 기념사와 달리 표창장 수여 날짜는 전반기 국회의장의 임기중인 ''5월 29일''로 기재해 놨기 때문이다. 이 땅에 민의의 역사가 펼쳐진 날을 기리는 이날 행사는 국회가 16대 국회 후반기를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었음에도 사정이 이렇다 보니 파장(罷場)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전반기 상임위원장을 맡았던 의원들 태반이 불참했고 전체 참석 의원도 30여명에 그쳤다.
이 전 의장은 기념사에서 "국회 개원을 기념하는 오늘 이 순간 감히 국민과 선배의원 앞에 고개를 들 수가 없다"고 자탄했다. 그러나 기념식 직후 열린 총무회담은 "가급적 빠른 시일내 원구성이 되도록 노력한다"는 수사(修辭)로 그쳤다.
각 당 지도부도 기념식이 끝나자마자 뇌사상태 국회는 내버려두고 ''새 정치''를 외치며 지방선거 표밭으로 달려갔다. 조남규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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