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영 전 금감위원장이 대북송금 특검팀에 의해 지난 20일 긴급체포됐다. 특검팀은 이 전 위원장이 산업은행 총재로 재직중이던 2000년 6월 현대상선에 대한 4000억원 대출건을 승인한 행위에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이용근 전 금감위원장이 뇌물 수수혐의로 구속된 것이 이달 초다.전직 수장의 잇따른 형사처벌 소식에 금감원 직원들의 자괴감은 한없이 깊어가고 있다. 내부에서는 ''경제 검찰'' 금감원의 명성에 먹칠한 전직 수장들의 일탈행위를 탓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과연 전직 수장들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타당한가. 금감원은 지난해 말 대북 거액 송금문제와 관련, 산업은행의 현대상선 4000억원 대출배경에 의혹이 집중된 이후 산업은행에 대한 일차 감독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방기했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감사원이 산업은행의 현대상선 대출 감사를 착수하기로 해 금감원이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고 해명했으나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올 1월 감사원이 산은의 현대상선 대출감사 결과 이근영 당시 산은총재와 박상배 부총재의 감독소홀 및 여신규정 위배 사실을 재경부 장관에게 통보한 이후라도 산은에 대한 검사에 나서는 것이 순서다. 일말이라도 수장인 이근영 전 금감위원장이 연루돼 있다는 점이 금감원의 칼날을 무디게 한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볼 일이다.
금감원이 취한 조치라곤 산업은행이 2000년 8월 ''50억원 이상 거액 신규여신 현황''을 금감원에 보고하면서 그 해 6월7일 현대상선에 4000억원을 여신 승인한 부분을 누락시킨 부분과 관련, 산은에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한 것이 고작이다.
감독기관의 힘은 피감기관보다 우월한 도덕성에 기반한 것임을 금감원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뼈저리게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조남규 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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