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대검찰청이 발행하는 ‘검찰 가족지’에 ‘나의 수사 경험담’이란 제목의 글이 실렸다. 글을 기고한 대검 중수부 수사관은 1998년 북부지청 형사부 근무 시절 경찰서에서 송치한 폭력조직 사건을 예로 들면서 “외상값을 독촉하는 슈퍼 주인에게 홧김에 시비를 건 사건이 두목과 행동대장, 행동대원의 계보도까지 갖춘 조직 폭력사건으로 둔갑한 사례”라고 소개했다. 알고 보니 경찰청이 ‘조폭 일제소탕 기간’을 정하자 일선 경찰서에서 실적을 올리려다 빚은 해프닝이었다는 것이다. 이 수사관은 “경찰의 수사를 감독 지휘하는 검찰이 있었기에 무고한 시민이 조폭의 혐의를 벗었다”며 “국민이 이런 사실을 알고도 경찰에 수사권을 주려할지 의문스럽다”고 글을 맺었다.

경찰이 이달 만든 ‘검찰 수사권 문제점 사례 검토’라는 자료가 있다. 50쪽 분량의 이 자료 안에는 검사 지휘의 오·남용과 부작용, 검찰수사 중 사망·자살 사례, 검찰의 직무관련 불법·부당 사례 등이 빼곡히 들어 있다. 대전 법조비리 사건부터 검사아들 답안대리작성 사건에 이르기까지 검찰에 악재인 사건들이 총망라됐다. 요약하면 “경찰 수준 우습게 보는 데 검찰 수준도 형편없다”는 논리다.

수사권 취재 과정에서 만난 검찰 관계자들의 의식 한 쪽에는 “경찰 수준은 아직 멀었다”는 비하감이, 경찰 관계자들의 의식 한 켠에는 “검찰의 수하”라는 자괴감이 깔려 있었다. ‘수사권’은 국민 인권은 말할 것도 없고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그러나 두 조직간 자존심과 사활을 건 한판 싸움에 국민은 실종된 느낌이다.  조남규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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