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자 본지 1면에 “열린우리당이 경찰에 독립적인 수사권을 부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기사를 단독 보도하고 관련 시리즈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기자는 ‘친(親) 경찰 기자’라는 오해를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전화를 걸어와 “아직 안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런 기사가 나간 배경이 뭐냐. 경찰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의도 아니냐”고 물었다. 물론 당치 않은 추정이다. 우리당이 하루 뒤인 6일 사실상 보도 내용을 확인한 그대로, 취재된 ‘사실’을 토대로 기사가 작성됐다.
그런데 그 다음날부터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 상황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경찰 수사권 독립에 따른 문제점을 짚어보는 기사가 나가자 현직 경찰이라고 신분을 밝힌 이들이 전화를 걸거나 문자 메시지를 통해 기사 내용을 문제삼았다. 인터넷판 기사 밑에는 인신공격성 댓글이 붙었다. 검찰에 코가 꿰인 것 아니냐느니, 검찰에 아부하려는 기사라느니, 검찰의 사주를 받은 기사라느니 하는 등의 댓글이었다.
첫날은 검찰측에서 ‘경찰 편향성 기사’라고 문제 삼더니 그 다음날은 경찰측이 ‘검찰의 주구’로 매도하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기사는 경찰 수사권 독립에 따른 인권침해 우려가 나오니 사전에 제도적 안전장치를 강구해야 한다는 방향이었다. 도대체 경찰은 독립 수사권에 걸맞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문 정도도 듣기 싫다는 것인가. 귀에 거슬리는 대목이 있다 해서 아무런 근거도 없이 인신공격을 해대는 이들이, ‘수사권의 주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경찰의 일원은 아니라고 믿고 싶을 뿐이다. 조남규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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