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두 달여 만이다. 정 전 의장은 10·26 재선거 참패로 붕괴한 문희상 체제를 승계한 과도 지도부였으나 재임 기간 당이 활력을 되찾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폭이나마 당 지지율도 올랐다. 박수 받으며 입각해야 할 상황이다.
그런 정 전 의장은 후임 의장을 추대하기 위해 이날 소집된 비상집행위·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정말 뜻하지 않게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된 데 대해 참으로 안타깝다”면서 “이유야 어떻든 당원과 국민에게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1·2 개각을 둘러싼 당·청 갈등의 와중에 그는 동료 의원에게서 “당·청 간 소통을 막은 장본인”으로 몰렸고, “자신의 입각에만 매달려 당·청 조율 역할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비난도 감수해야 했다.
정 전 의장은 사석에서 “1월 2일부터 5일까지는 없던 일로 하고 싶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말대로 지금 이 시점에, 산자부 장관 입각은 ‘뜻하지 않은 상황’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개각 하루 전 ‘귀띔’을 받았던 그다. 집권당 원내대표 겸 당의장을 맡고 있는 만큼 ‘장관행’을 통해 경력 관리의 기회를 얻었다는 자족감보다는 자신의 ‘징발’로 야기될 당 지도체제의 공백을 먼저 걱정하는 게 마땅했다.
지난해 11월13일 창당 2주년을 기념한 북한산 산행에서 “제2창당을 성공시키기 위해 희생물이 필요하고, 제물이 필요하다면 제가 기꺼이 그 제물이 되겠다”던 정 전 의장의 ‘결연한 의지’가 무색하기만한 퇴장이다.
조남규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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