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또 한차례 선심을 쓸 모양이다.
이번엔 올해 대입수능시험장에서 휴대전화 등을 소지했던 학생들이 수혜자가 될 듯하다. 여론이 ‘억울한’ 수험생 편으로 쏠리자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법(고등교육법)을 개정할 태세다. 여당의 담당 정책조정위원장은 실수로 휴대전화 등을 들고 간 수험생에게 시험 자체를 무효처리하고 내년 수능 응시자격까지 박탈토록 한 법률 규정이 너무 가혹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런 그는 ‘너무 가혹한’ 법안을 만들어 낸 장본인이다.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한 여당의 대응은 원칙도, 철학도 없었다. 수능을 불과 20일 앞두고 문제의 법을 만들었다가 수능이 끝난 후에는 ‘억울한’ 수험생을 구제한다며 법을 손질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졸속입법’ 이라는 비난이 쏟아지자, 교육부의 행정지침으로 이들을 구제할 수 있다는 ‘묘안’을 내놓았다. 법률 규정을 하위의 행정지침으로 뒤집겠다는 비 법치주의적 발상이다.
여당 스스로 보기에도 민망했던지 4일에는 법개정 쪽으로 돌아섰다. 고등교육법에 휴대전화와 MP3 플레이어를 실수로 소지하고 있다가 적발된 수험생에 대해서는 법 시행 첫해인 올해에 한해 내년 수능 응시를 허용한다는 내용의 부칙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문제의 고등교육법 입안 당시도 부정행위 유형에 따라 처벌 수위를 차별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별 생각없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응시 제한 연도에 대해 1년이냐, 2년이냐를 놓고 입씨름을 하다 거수 표결에 부쳐 2년으로 굳어진 겁니다”(국회 교육위 관계자). 결국 입법 효과나 부작용 등에 대한 고민없이 법을 만들어 놓고 뒷북 수습에 허둥대는 꼴이다.
조남규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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