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품정리업체 에버그린 김현섭 대표
특수청소업체 에버그린의 김현섭(41·사진) 대표는 2020년부터 유품정리사로서 일하는 중이다. 스무 살 무렵 일본에 8개월가량 살았던 터라, 유품정리사란 직업에 관심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평범하게 직장 생활을 하던 2019년 회사를 그만두고 유품정리사가 됐다. 김 대표는 “남이 못하는 걸 하고 싶었다”며 “비전이 있다는 생각에 1년 정도 공부한 뒤 2020년부터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독사 현장을 누구보다 많이 접하는 김 대표는 고독사를 줄이기 위해선 고립된 이들이 재기할 기회를 주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이혼이나 건강 등의 문제로 삶의 부침(浮沈)을 겪을 수 있다. 그러다 보면 경제 활동이 단절되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 사회는 이럴 때 재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고독사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2021년 기준 50∼60대가 58.6%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보통 사망자는 고연령자일수록 많은데 고독사는 그 형태가 다른 셈이다.
김 대표가 거의 매일 찾아가는 고독사 정리 현장엔 어떤 특징이 있을까. 김 대표는 가장 먼저 ‘주거 환경’을 언급했다. 그는 “반지하나 원룸 등 주거 환경이 좋지 않은 게 특징”이라며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은 동네에서 이 같은 일이 잦다”고 했다. 이어 김 대표는 “연체된 세금이 있다거나 주식 투자에 실패한 일지가 있는 등 금전적인 문제를 고민한 흔적이 매우 많다”고도 덧붙였다.
죽은 이의 마지막 흔적을 정리하다 보면 죽음에 대한 생각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죽음이라는 게 너무 멀리 있지 않고 언제나 우리 가까이 있는 거죠. 죽음을 미리 생각해보고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했어요. 죽음 이후에 내가 주위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내가 남긴 금전적인 문제들로 지인들이 손해를 입진 않을지…. 이런 생각들을 많이 해봤어요. 준비는 못해도 생각은 해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김 대표는 결국 ‘단절’이 사라져야 고독사도 줄어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혼자 살다 보면 무기력해질 수 있고 교류가 없어지면 결국 나락에 빠질 수 있다”며 “그때 한 번만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지역 사회나 주변 사람이 있으면 안 좋은 상황에 부닥치지 않는다. 그런 게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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