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상황에서도 국회서 해결해야”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1일 18대 국회 파행 사태와 관련, “총선이 끝났으면 국회는 출발해야 하는 게 원칙”이라며 “대통령이 뭘 잘못했다고 해서 국회가 개원하지 않는 것은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의장은 이날 세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국회가 법치주의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정치불신을 초래한다. 다수자인 여당과 소수자인 야당이 인내를 갖고 대화하고 타협해서 합의를 도출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18대 국회가 임기 개시 한 달이 넘도록 개원식도 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기본적으로 등원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는 의사를 민주당 최고위원회에 가서 전달했다. 소고기 파동이란 외생 변수로 국회 문을 열지 못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국회는 국회 안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촛불집회에서 드러났듯, 대의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촛불시위가 됐든 시민운동이 됐든 이런 장에서 국가의 중요한 문제들이 논의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어떤 점에서는 공론 형성을 위해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국회에서 처리하고 집중적으로 논의될 문제들이 국회 밖의 세력에 의해 주도되고 이런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국회가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이 문제에 대해 이런 상황이 초래되지 않도록 각별히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민주당 지도부에 등원을 촉구하지 않았나.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지도부에게 어지간한 상황이 조성됐을 때는 빨리 들어가야 한다는 충고를 했고 지도부도 어지간하면 등원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쪽 뜻도 전달되고 기류도 알 텐데 (정부가) 소고기 고시를 서두르면서 여권이 등원 명분을 빼앗는 결과가 됐다.”

―18대 국회는 여당이 과반수를 차지한 여대야소 국회다. 여야의 대결 관행이 지속된다면 국회 파행 사태가 빈번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이 수를 믿어 소수자를 존중하지 않고 다수의 횡포로 몰고갈 가능성이 있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민주화를 위해 일신의 희생을 감수하면서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이 정도 수준으로 올려놓은 민주당이 다시 한번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고 본다. 실천은 물론 어렵다. 저게 무슨 야당이냐고 매도될 가능성이 있다. 지지기반을 잃을 위험도 있다. 그럼에도 단상을 점거하거나 물리적으로 드잡이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 야당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수자를 무시하고 나갈 때 국민이 심판해주길 바라는 방법 말고는 없다.”

―여당에 하고 싶은 말은.

“국회에서 소수를 존중하지 않고 밀어붙이면 국회라는 게 별 의미가 없다. 절대다수 의석이 정권으로 봐서는 안심이 될지 모르지만 정치로 봐선 대단한 위기다. 절대다수라는 것이 지혜롭게 지켜나가지 못할 때는 불행의 원인이 된다는 점을 한나라당이 명심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잘못하면 이명박 집권시기라는 것이 정치 발전뿐 아니라 국가 전체를 위해서 마이너스가 되는 아주 불행한 시기가 되리라고 본다. 한나라당도 열린우리당 신세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바닥이다. 신뢰 회복 방안은 없나.

“신뢰도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은 여야 간 극한대결이다. 나는 대통령을 차지하면 모든 것을 다 차지하는 대통령단임제의 산물이라고 본다. 국회가 대화하고 협상하고 정책을 논의하고 법안을 만드는 역할이 있지만 대선 시기가 되면 모든 것이 대권이라는 소용돌이로 빨려들어가서 국회가 대권 가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전락한다. 이런 국회를 누가 신뢰하고 존경하겠나.”

조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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