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움직여야 한다. 북한이 2006년 12월 6자회담에 복귀한 것도 중국의 압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미일 3국이 공동으로 요구하지 않으면 중국은 움직일 이유가 없다. 노무현 정부 시절처럼 한미가 삐걱거리면 안 된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 캠프에서 동아시아 정책 수립에 관여했던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사무총장(사진)은 5월12일 워싱턴 DC 시내에 위치한 재단 사무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6자회담의 미래 등 대북 현안에 관한 견해를 밝혔다.

―보즈워스 대표가 한중일 순방 이후 북한 방문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방북 가능성은.

“보즈워스 대표가 첫 번째(지난 3월) 방북하려 했을 때는 북한 측에 미사일을 발사하지 말라는 조건을 걸어서 성사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방북할 것으로 본다.”

―방북이 성사되면 북미 직접대화를 통한 돌파구가 마련되는가.

“오바마 정부의 대화 의지를 전달하고 북한에 억류된 미 국적 여기자 2명의 석방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6자회담 대표가 아니다. 북핵 현안을 놓고 북한과 협상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보즈워스 대표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등의 방북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지 않나.

“북한 입장에서 클린턴 국무장관은 버거운 협상 상대일 수 있다. 클린턴 장관으로서도 북한이 6자회담과 (2005년 북핵) 9·19 공동성명을 수용하지 않는 한 북한을 방문하기 힘들 것이다.”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 리뷰(검토)는 어느 단계에 와 있나.

“대북 정책이나 전략이 마련됐다는 얘기를 아직 듣지 못했다.”

―대북정책 검토가 왜 늦어지나.

“과거에 실험하지 않은 새로운 대북정책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오바마 정부 안에도 커트 캠벨(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이나 월러스 그렉슨(국방부 아태차관보)처럼 오랫동안 북한 문제를 경험해 본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 누구도 ‘새로운 대북 전략이 있다’고 내놓지 못한다.”

―오바마 정부는 대북 현안의 경우 현상 유지에 만족한다는 것인가.

“현상 유지라기보다는 위기를 피하면서 더 나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북한 상황이 더 악화되면 미국에도 부담이 되지 않나.

“물론 더 악화될 수 있지만 세계적인 위협 차원에서 본다면 파키스탄이나 아프가니스탄 등이 더 중요하다. 북한은 그다음이다.”

―6자회담은 물건너 갔다고 봐야 하나.

“6자회담은 관련국들의 지난한 외교적 노력 끝에 태동한 것이다. 클린턴 장관도 언급했듯이 현 상황에선 6자회담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

―6자회담을 대체할 수 있는 다자회담 가능성은.

“미국과 북한, 중국이 참여하는 3자회담은 한국의 수용 여부가 관건이다. 한국까지 참여하는 4자회담이 좋기는 하나 이는 북한이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6자회담을 거부하는 북한의 의도가 무엇이라고 보나.

“북한은 핵 보유국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서 6자회담의 판을 깨려 한다.”

워싱턴=조남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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