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토익(TOEIC) 응시 인원은 200만명, 토플 iBT(TOEFL iBT)는 12만명 돌파하여 두 시험은 국내 도입된 이래 최고치를 달했다. 토플 시헙과 대학입학자격시험(GRE)은 해외 유학을 준비하는 이들에겐 필수코스다. 토익, 토플 주관사인 미 교육평가원(ETS) 필립 태비너 수석 부사장과 서면 인터뷰를 갖고 한국 수험생들이 궁금해할 사항들을 물어봤다. 그는 기존 시험 방식의 끊임없는 개선 의지를 밝히면서 “지식과 창의성, 의사소통 기술, 팀워크 등과 같은 개인잠재지수 평가를 반영하는 GRE 시험을 미국에 올여름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인들의 영어 능력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제가 보기에 한국사람들은 영어 공부를 대단히 잘하고 있다고 봅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한국인들의 영어성적이 향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한국인의 성적을 다른 나라 성적과 비교하는 한국 언론 기사를 읽었는데, 이런 방식은 성적을 해석하는 정확한 방법이 되지 못합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것보다 내부적으로 향상되는 추이 자체를 봐야 합니다. 제가 알기로 한국은 성적이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입니다. 특히, 말하기가 한국에서는 화두인 것 같은데 말하기와 쓰기는 한국인뿐 아니라 다른 모든 국가의 사람들에게도 어렵습니다. 말하기와 쓰기는 계속 연습하는 사람들이 잘하는 것이지 한국인이라고 특별히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영어 말하기와 쓰기 능력을 향상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울 경우 당신이 실질적으로 다루는 분야에서 그 언어를 활용할 때 실력이 향상됩니다. 만약 영어로 책을 읽고, TV를 보고, 라디오를 듣고, 그 언어로 글쓰기와 말하기 연습을 한다면 영어 능력은 빠르게 향상될 것입니다. 영어를 배우는 한국 학생뿐 아니라 한국어를 배우는 미국 학생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조언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언어의 4가지 영역-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의 균형 잡힌 향상입니다.”

한국에선 자녀들의 영어 공부를 위해 가족이 생이별하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영어권 나라에 가야만 영어 공부가 잘됩니까.

“영어를 비롯한 모든 언어는 어디서든 배울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꼭 해외로 가야만 언어를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해외에 거주하며 언어를 배운다면 그 언어권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이점이 있습니다.”

미국 대학이나 한국 회사들은 대체로 토플, 토익 성적이 수험생의 실질적 영어 능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이런 평가에 동의하십니까.

“교육이나 비즈니스 영역에서 영어 점수는 여러 평가 방법 중 하나에 지나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선생님과 학생들이 모두 말하기나 쓰기보다는 읽기나 듣기에 집중해 왔습니다. 4대 언어능력을 고루 갖추지 않고서 획득한 높은 시험점수는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새로 도입된 iBT 토플이나 토익 스피킹 & 라이팅 부문은 4대 영역의 고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입니다.”

현행 토플이나 토익 시험 방식을 개선할 계획이 있는지요. 있다면 어떤 식으로 개선할 방침입니까.

“ETS는 개발한 시험을 개선하고, 기존 시험을 새롭고 참신하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으며 새로운 평가도구 개발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현재 개발 중인 분야 가운데 하나는 ‘비인지적 요소’(non-cognitive)를 측정하는 방법입니다. 이 평가 서비스는 미국에서 올여름 선보일 예정입니다. ‘비인지적 요소’는 지식과 창의성, 의사소통 기술, 팀워크, 그리고 정직 등과 같은 요소를 말합니다. 저희는 이 평가를 ‘개인잠재지수’(Personal Potential Index)라고 부르는데 GRE 시험에 가장 먼저 도입할 예정입니다. 저희는 또한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새로운 평가 서비스를 몇 가지 더 공개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쓰기나 말하기 같은 평가는 평가자별로 편차가 생길 수 있지 않을까요.

“ETS에는 ‘성과채점서비스’(Performance Scoring Services)라는 부서가 있습니다. 세계에서 고도로 훈련받은 최고의 전문가들이 ‘온라인 채점 시스템’(Online Scoring System)을 통해 시험 채점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채점 또한 긴밀하게 모니터되기 때문에 평가의 공정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최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높아지면서 한국의 수험생들이 토플 시험 비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응시료를 원화 기준으로 고정시키거나 환율에 연동시켜 수험생들의 부담을 완화해줄 수는 없습니까.

“환율은 한미 양국 사이에서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계속해서 변동하기 때문에 대처하기 힘든 문제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세계 각국에서 시험을 실시하는 데 드는 비용을 기준으로 응시료를 책정하고 있습니다. 규모가 크고 수요가 많은 나라일수록 상당한 투자와 인프라 구축이 이뤄져야 합니다. 비영리기관으로서 ETS는 회사의 목표를 지속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고 다소의 수익만을 내면서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우리는 또한 ‘사회투자기금’(Social Investment Fund)을 조성, 자선사업이나 사회공헌활동을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ETS는 한국인들에게 토플, 토익 주관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ETS에 대해 좀 더 설명해주시죠.

“ETS는 세계 180개국 이상 9000여곳이 넘는 지역에서 토플과 토익, GRE, 그리고 미국수능인 SAT와 미국교사자격시험(Praxis Series)을 포함해서 연 5000만회가 넘는 시험을 개발하고, 주관하며 성적을 산출하는 비영리 기관입니다. 그래서 많은 한국인들이 ETS를 시험 주관사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발생된 수익의 상당 부분을 더 나은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한 R&D 등에 재투자하고 있습니다. 1947년 설립된 이후 60년간 ETS는 우리의 사명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시험 주관 테스트기관일 뿐 아니라 교육평가 및 연구 전문기관입니다.”

ETS의 경쟁력은 무엇입니까.

“단연 ‘품질’(quality)입니다. ETS 시험은 1100명에 달하는 전문연구인력들의 작품입니다. iBT 토플은 15년 넘는 시간과 2500만달러(337억여원)의 비용이 투자됐습니다. 최고 품질의 시험은 짧은 시간 안에 개발될 수 없습니다. 품질은 속도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ETS가 추구하는 원칙은 무엇입니까.

“ETS 전 직원의 ID카드 뒷면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우리의 사명은 공정하고 타당한 평가 방법, 연구 및 관련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교육의 질과 공정성(equity)을 높이는 것이다. 우리의 상품과 서비스는 세계 사람들을 위해 지식과 능력을 평가하고 배움과 그 성과를 향상시키며 교육 및 전문적인 계발을 지원한다.’ 60년 전 채택된 이런 원칙은 현재도 유효합니다.”

워싱턴=조남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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