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수 생활 중에서
가장 그리운 게 뭐냐고
가족들에게 물어보면,
공원에서 걸었던 추억이라고
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미국이 부러운 게 몇 가지 있지만
동네마다 갖춰져있는 공원은
첫 손에 꼽을 만한 부러움입니다.
우리 가족이 머물던 버지니아주 비엔나시 아파트 근처에도
걸어서 10분 거리에 Nottoway Park가 조성돼 있었는데
말이 공원이지 축구장과 야구장, 농구장 등이 2,3개씩 들어선
종합 운동장 수준의 공원이었습니다.
공원을 삥 돌아치는
십 리 정도의 산책길을 가족과 함께 걷던
그 시절을 떠올리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특히 가을의 정취가 좋았는데,
걷고 또 걷고 또 걷다보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가을이 깊어져 있었습니다.
어느 새 벌거벗은 나무들 사이를 걷고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곤
깜짝 놀라곤 했습니다.
세월 참 빠르다~
또 걷다 보면,
우리는,
영화 '서편제'의 그 유명한 단가
'이 산 저 산'의 풍경처럼,
'백설이 펄~~펼~~휘날리는'
인적 끊긴 공원에
덩그러니 서 있더랬습니다.
지루했던 겨울이 끝나면
어김없이 공원에도 어김없이 봄이 찾아옵니다.
가지엔 새순이 돋아나고
꽃 봉우리가 터지기 시작합니다.
이맘 때 쯤이면 워싱턴 D.C.는
벚꽃 축제로 떠들썩해집니다.
그 즈음에도
우리 가족은
공원으로 나가,
걸었습니다.
때론 뛰기도 했습니다.
바람이 심하게 분 다음 날이면
산책로 중간 중간에
꺾인 나무들이 아무렇게나
방치돼있었습니다.
그런 나무들을 만나면
그러려니 하고,
훌쩍 뛰어 넘은 뒤
또,
걸을 뿐입니다.
계속 걸어가면
인근 주민들이 몇 십 달러씩 내고 가꾸는
텃밭들도 나오고
때론 코요테들도 나타납니다.
텃밭을 가구는 이들은
대부분 동양권 이민자들이었습니다.
농경 문화의 유전자는
육식의 나라 미국에서도
여간해선 소멸되지 않는 듯해
가슴 한 켠이 찡 하더랬습니다.
그렇게 걷다보면
시나브로 땅거미가 내려 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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