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길은 신비했습니다.
아직 해가 지지 않은 오후였지만
온통 나무 천지인 그 곳은
햇빛이 차단된 채 어둑했습니다.
태양마저 사라진 저녁이 되자
주위는 암흑으로 변해
헤드라이트에 비쳐진 도로 외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캠핑장에선 제일 안 쪽의 오두막을 내줬는데
가는 길 내내 무섭다고 했던 아내는
꼭, 연쇄 살인범이 나타날 것 같은 곳이라며
밤새 군시렁거렸습니다.
아침에 눈 떠 보니,
정말 으슥한 곳이긴 하더군요.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북단에 위치한
레드우드 국립공원을 찾아갈 때의 일입니다.
원시의 침엽수림이 우거진 그 곳엔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어떤 나무들의 나이는 2000 살이 넘었다는군요.
이 나무가 2000년 넘게
한 곳에 서 있었다는 공원 안내인이 말이
잘 믿기질 않더군요.
사진 속의 배불뚝이 안내원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는 숲 속으로 한 참을 들어가야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태고적부터 존재한 레드우드 나무군락은
수 천 년의 세월과 폭풍을 동반한 바람,
건기(5월~11월) 동안의 가뭄, 번개 등에 의한 화재,
이렇게 4가지 요인에 의해 그 모습을
다양하게 변화시켜왔다는 게
배불뚝이의 설명입니다.
이 곳에서 트레일 코스로 접어들자
가족들은 탄성을 지르며 나무에게로 달려갑니다.
한여름인데도 서늘한 숲 길을 걷다보면
여행의 피로도 한결 가시는 느낌입니다.
나무 나라 답게
캠핑장도 나무 일색입니다.
저녁 시간, 죽은 나무 둥치 속에 들어앉아
고기를 구워먹고있자니
구석기 시대의 고인돌 가족이 된 것 같아
모처럼 동심의 기분에 젖어들었더랬습니다.
"애들아, 구워먹게 공룡알 2개만 들고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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